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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Dec 15. 2024

카지노 게임 삭제하다

편하고 좋다

인스타를 삭제했다. 자의로 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삭제하라고 해서 했다. 그러면 남편은 왜 삭제하라고 했냐. 첫째 아이(이하 땡글이)와 내가 인스타로 인해 다투는 일이 많아서였다. 나는 땡글이와 갈등이 아주 심하다. 속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해보기도 하지만 누구한테 말해봤자 도움도 안 되고 자식 욕하는 거 내 얼굴에 침 뱉기고 결국에는 '엄마가 잘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가슴만 더 답답해진다. 우리 집 사정을 몰라서 그렇다. 땡글이가 얼마나 기질적으로 힘든 아이인지,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나 외에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한다는 것을 모른다. 정신과 선생님도 이 아이는 'Difficult Baby'가 맞다고 하셨다. 물론 양육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하셨지만.


어쨌든 땡글이는 나하고 냉전 중일 때도 "엄마 카지노 게임 5분만 해도 돼요?"하고 묻는다. 아이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어"하고 대답하기도 하지만 뻔한 거짓말을 해놓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도 카지노 게임 5분만 해도 되냐고 물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다. 정신 못 차린 아이한테 화가 나서 안된다고 하면 아이는 왜 안 되냐면서 몸을 비틀고 운다. 내가 방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이러면 혈압이 확오른다.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고 팔을 앞뒤로 흔들고 발을 구르며 왜 안되냐고 외치면서 운다. 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 카지노 게임 하는 것이 싫어서 단속을 좀 하는 편이다. 땡글이는 자신의 핸드폰이 있지만 카지노 게임는 할 수 없게 해 놨다. 그래서 내 핸드폰으로 매일 7분씩 하다가 나와 냉전을 시작하면서 5분만 하게 되었고 안 하는 날도 생겼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안 하면 무슨 병이 나는지, 나 같으면 엄마한테 말도 하기 싫어서 카지노 게임 해도 되냐고 묻지도 않겠고만 얘는 꼭 와서 카지노 게임 해도 되냐고 묻는다.


인스타의 병폐야 뭐 말해야 입만 아프다.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이 훨씬 크다. 안 하는 게 좋긴 좋다. 그런데 나는 왜 했냐면 일상기록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 응모하려고 하면 인스타나 블로그 주소를 쓰라고 하거나 무용 공연이나 티켓 예매 공지 같은 것을 모두 인스타로 하기 때문에 쓰고 있었던 것. 물론 좋아하는 작가나 스테파 무용수들 카지노 게임 팔로우하고 사진이나 글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나름대로' 절제하며 사용했다.


그런데 안 그래도땡글이와 나 사이 갈등이 많은 와중에 인스타 때문에 더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남편이 나에게 당신도 인스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했다.내가 땡글이와 큰 소리를 내고 다투면 남편이 중재해야 하기에 남편도 무척 힘들다.나도 얘가 나한테 인스타 해도 되냐고 묻는 것도 싫고 내 핸드폰으로 인스타 하는 것도 싫었다. 그렇다고 아이 핸드폰에 인스타를 깔아줄 수는 없는 일! 땡글이와 신경전 벌이는 것도 지치고 남편도 정중하게 권유하기에 나는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나는 카지노 게임 계정을 약 4년 전에 처음 만들어 운동이나 일상을 기록했다. 어떤 분들은 내가 행복한 일상 같은 것을 안 올리고 솔직하게 써서 재밌다고 했다. '좋아요'가 많을 때는 23개, 적을 때는 고작 8개이긴 하지만 나의 소중한 일상기록장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계정이나 여행 사진을 보면서 '오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면서 세상 구경을 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반면 인스타의 단점이라면 특별히 볼 것도 없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인스타를 누르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5분, 10분씩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낭비. 명품 가방이나 여행 사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질투는 안 한다. 이런 곳이 있구나, 이런 가방이 있구나 하면서 정보성으로 받아들인다. 쓸데없는 정보 과잉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까. 아, 질투는 안 하지만 비교는 했다. 발레 하는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얘는 이렇게 말랐는데 우리 집 아이는 왜......'라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도 글도 정성껏 올렸는데 왜 '좋아요'는 10을 넘지 못하는지, 저 사람은 적으면 80개, 보통 200개를 넘는데 내 피드의 '좋아요'는 적으면 8개 많으면 20개인 것을 보면서 '듣보잡'이자 평범한 나에 대한 초라함을 한껏 느껴야 했다.


인스타 삭제 버튼을 누르기 전, 누를까 말까 몇 초를 망설였다. 인스타를 삭제하더라도 나에게는 아직 유튜브가 있다! 용기를 내자! 결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지금 인스타를 삭제하지 않으면 땡글이와의 다툼, 비교, 초라함을 느끼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삭제 버튼을 터치했다.


카지노 게임 삭제하고 5일째인 오늘. 인스타 안 보니까 나를 정신 사납게 했던 한 가지가 사라진 것 같아 좋다. 일상을 기록했던 공간 하나도 함께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나에게는 '브런치'가 있지 않은가.여기서 더 열심히 써보자. 인스타 삭제한 나, '너 아주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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