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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Jan 17. 2025

나의 트레이너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무 살 차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일주일에1회 트레이너와운동한다. 나는 나의 트레이너를 운동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나의 운동선생님의 외모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키는 약간 작은 편이고 피부는 어두운 편이며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큰 편이다. 몸이야 트레이너답게 팔뚝 두껍고 가슴과 어깨 역시 두툼하며 쫙 벌어졌다. 운동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약간 당황했다.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봤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의 운동선생님이 잘생겼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동의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잘생겼을 수 있으나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주 봐서 그런지 잘생겨 보인다.


4년 전에 필라테스 수업을20대 중반 여자 선생님께 두 달 동안 일대일로받았었다. 아무래도 밀착해서 받는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이 여자냐 남자냐가 살짝 신경 쓰일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 그냥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장단점이 있다.아무래도 주변에서 남자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보니 운동선생님이 남자인 것이 나쁘지 않다. 내 직장은 초등학교로 대표적인 여초집단이고 우리 집 가족 구성원 5인 중 나 포함 4인이 여자다. 평소 남편 외에 성인 남자와 얘기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남편 외 어른 남자와 얘기하는 일은 낯설고도 즐거운 일이다.


나의 운동선생님은 나와 무려 스무 살 차이가 난다. 운동선생님과 수업 날짜를 조정하기 위해 카톡을 하다가 프로필 사진을 봤다. 사진 속에는 선생님의 자격증이 죽펼쳐져있었다.무슨 자격증이 있나 프사를 들여다보다가 자격증에 쓰인 생년월일을 보고 선생님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아...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14년 전, 내가 3학년 담임 맡았던 아이가 커서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나의 운동선생님이 된 것이다.어느 날 선생님과 운동하면서 듣는 노래 얘기를 하다가 연예인 얘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 나눈 대화는 대충 이렇다.


(눈과 귀의 기능 얘기를 하다가)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저는 운동할 때 소리 최대로 켜놓고 음악 듣거든요.

나: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어떤 노래 들으세요?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운동할 때는 옛날 노래가 듣기 좋더라고요. 아이돌 2세대, 인피니트나 빅뱅.

나:네......(나는 옛날이라면 H.O.T나 젝스키스를 생각했다)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혹시 H.O.T 들으세요?

나:(뜨끔)네... 그런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H.O.T 나올 때 태어나지도 않으셨더라고요.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하하. 문희준이 딸이랑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던데...

나:아, 그래요? 허긴 문희준이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아저씨죠. 온라인 카지노 게임 혹시 전지현은 아시죠?

(나는 여자 배우 중에 전지현을 좋아하는 편)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네, 근데 아줌마 아니에요?

나: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지현이 아줌마라고요??(어리둥절) 그럼... 손예진은요?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손예진은 50을 바라보지 않나요?

나:네? 손예진 82년생이에요!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그럼 50 바라보는 거 맞는데...? 저는 현빈도 아저씨 같아요.

나:헐... 그럼 송혜교도 아줌마 같아요?

운동온라인 카지노 게임: 송혜교는 좀 덜 아줌마 같아요.


선생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애가 셋이나 되는 50을 바라보는 아줌마'일 것이다. 내 마음은 여전히 30대 초반인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건가. 이럴 때마다 무섭게 흘러가는 시간과 사회가 정해준 나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앞으로 10년은 더 빨리 갈 것 같아 두렵다. 너무 식상해서 쓰고 싶지 않은 말인데 어쩔 수가 없다. 한 번만 쓰겠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젊음이란 정말 얼마나 좋고 또 좋은가.


나의 운동선생님은 올해 24세.제대로 갓생을 살고 계신다. 나 자신에게 '본인 스물네 살에 뭐 하셨어요?' 묻고 싶게 만드는 분이다. 나는 그때 뭐 했더라.나도 스물네 살 당시에는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과외를 부지런히 뛰어 번 돈을부모님께 받은 용돈과 합쳐 매 학기 등록금을 스스로 내고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영어공부도 조금 열심히 하고(아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후회된다)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나의 운동선생님과는 비교가 안된다. 게다가 나는 스물네 살 때 나쁜 남자에게 몇 년째 휘둘리던 중이었다.


나의 운동선생님은 일단 매일 3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한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단지 내 아파트에서 트레이너 일을 하기 때문에 가끔 운동선생님이 운동하는 모습을 본다. 두 뼘 정도 될 것 같은무게추를암풀다운으로 당기는 모습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나랑 수업할 때는 말도 많이 하고 친절한데 운동할 때는 완전 상남자다. 매일 피티수업을 밤 11시까지 하고 아르바이트로 블로그마케팅도 하신단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최근 면접 세 군데를 봤고 곧 대학원 진학도 앞두고 계신다. 20대는 뭐든 도전해 보고 깨지면서 경험해 보고 이후에는 운동과 신체, 생활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스무 살 이후부터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하나도 받지 않는다고. 술도 전혀 안 마시고 술 마시고 노는 것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친구들은 술 먹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게 이해는 가지만 본인은 싫다고 했다.


'나는 그때 뭐 했나'하는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다. 나는 저 나이 때 '안정적'이며 '여자직업으로 최고'라는 말만 믿고 쉬운 길을 택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친구들을 따라다니며돈 쓰고 수다 떨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교사가 된 후에도 도전하지 않고 편한 길만 찾았다. 그래서 지금 변변한 사회적, 경제적 성공도 이루지 못했다. 나이만 먹고 도대체 내가 지금 이뤄놓은 것은 뭐지?


선생님은 독심술까지 하시는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회원님은 과거에 묶여 계세요. 과거 말랐던 시절로 다시 가고 싶어 하고 저체중에 집착하세요. 그걸 깨야 돼요." "뭐든지 과거에 머물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살아야 해요. " 헐... 그게 보인다고? 나는 단지 선생님과 운동만 할 뿐인데 나의 그런 모습이 보인단 말인가! 나의 주특기는 후회와 집착이다. 요즘 좀덜하긴 하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좀 심하긴 하다.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그게 보이세요?" "좀 심해 보여요." 스물네 살이 마흔네 살을 꽤 뚫어보고 있었다. 털썩......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본인 스물네 살에 뭐 하셨어요?"


잠깐, 정신 차리자. 내 특기가 아무리 후회와 자책이라지만 반드시 짧게 해야 한다. 나의 운동선생님이 현재와 미래를 살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멋진 남자선생님을 만나 운동하는 것은 행운이다. 예순네 살에 마흔네 살 때 뭐 했냐고 한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너무 잘 오셨어요. 나중에 아프고 근육 다 빠져서 오면 더 힘들어요." 선생님이 잘 왔다고 하면 잘 온 거다.


선생님은 내가 유산소 할 때 너무 슬렁슬렁한다고, 그냥 걷기만 하지 말고 걷고 뛰기를 섞어 인터벌로 하라고 하셨다. 그래야 심폐지구력도 향상되지 그런 식으로 걸으면 칼로리소모밖에 안 된다고.걷고 싶으면 덤벨 들고 걸으라고 했다. 내가 개인운동 하고 있을 때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계셨나 보다. 민소매 옷 입고 싶으면 숄더프레스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상체 프레스 계열을 싫어하고 특히 숄더프레스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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