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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릭 Nov 01. 2020

무려 6년 만에 단발을 했다

그것도 히피펌으로

나는 미용실에 잘 가지 않았다. 영화 <집으로에 나온 장면처럼, 어릴 때는 친할머니가 집에서 머리를 잘라주셨다. 그것도 바가지로. 빙구 같은 내 머리가 속상해서 대성통곡하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계속 단발을 유지했다. 일명 버섯머리.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단발이었고 파마와 염색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고분고분한 학생이었기에 단정한 복장으로 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머리 길이가 어느 정도 허용이 됐는데, 관리하기 편해서 단발을 유지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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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힘들었던 한편, 수험생의 해방을 맞으며 오렌지빛이 도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그것도 미용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셀프로 염색했다. 변화된 나를 가장 빨리 느낄 수 있는 건 아마 외모에 변화를 주는 것일 테니,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염색을 하며 자유를 느꼈다.


처음 파마를 했던 건 스무 살 여름 때였다. 염색은 집에서 할 수 있지만 파마는 집에서 하기 힘들어서 큰 맘먹고 미용실에 가서 돈을 내고 일반 펌을 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파마가 2주 만에 풀려버렸다. 돈이 아깝고 속상했지만 컴플레인을 걸기엔 내가 너무 소심했다. 남은 건 개털이 되어버린 머리였다. 집에서 셀프 염색을 하고 바로 미용실에 가서 영양제 없이 파마를 하니 안 그래도 힘없고 가느다란 모발이 푸석푸석해졌다. 모발도 휴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땐 지식이 없었다.


나는 개털이 되어버린 머리카락을 회복하기 위해 머리를 감을 때 트리트먼트를 빼먹지 않았다. 머리를 기르고 상한 부분을 잘라내는 걸 반복하면서 머리카락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후로 계속 긴 머리를 유지했다. 단발은 지겹도록 했기 때문에 되도록 오랫동안 긴 머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중간중간 집에서 셀프 염색은 했지만, 파마는 금방 풀리는 게 겁이 나서 하지 않았다. 짠순이여서 머리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기도 했고.




그런데 작년에 취업하면서 다시 파마를 하고 싶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고심 끝에 동네 다른 미용실에 가서 S컬 열펌(굵은 펌)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무 살 때 했던 일반 펌보다 좀 더 비싼 파마이기도 했다. 파마는 꽤 오랫동안 탱글탱글한 컬을 유지했다. 시간이 가면서 풀리긴 했어도 머리가 10개월 정도 지났는데도 파마가 남았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올해여름이되어다시새로운머리를하고싶었다. 딱히심경의변화가있어서그런건아니었다. 긴머리가축늘어져서리프레쉬를하고싶었다. 사실예전부터하고싶은머리가있었는데, 그건바로히피펌이었다. 히피펌은생기발랄하고매력적으로보였다. 실패하지않는선에서만시도했기때문에파격적인변신을하고싶었다. 원래의계획은상한머리를잘라내고한참을기른후에건강한모발의상태에서히피펌을하려고했지만그러기엔또몇년을기다려야했다. 내가원하는히피펌을하려면단발을피해없었다.


하지만선뜻용기가나지않아주저카지노 게임 추천.단발이지긋지긋해서6년동안긴머리를유지했는데머리를자르고망할까봐심각하게고민했다. 머리자라는속도가워낙느리기도하고막상돈을들여서머리를했는데빠글빠글한스타일이나랑어울리지않으면어쩌지걱정도했다.(사서걱정하는스타일이다) 그러다문득, 머리가자라는속도가느리다고할지라도시간이지나면자랄아닌가. 맘에들지않으면묶고다니지.라는생각으로간단하게고민을끝냈다.




드디어 대망의 날이었다. 6년 만에 단발로 자르는 순간이었다. 늘 새로운 변화를 꿈꾸면서도, 관성의 법칙처럼 안정적인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고수했던 긴 머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볼 때, 열심히 기른 머리가 아깝다는 생각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떨리면서도 신선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 후에 이어지는 파마는 약 3시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다행히 친구와 같이 머리를 하러 갔기에 수다 떨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하러 가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폭탄 머리가 나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신선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었다.


3시간이지나고, 처음시도하는히피펌은어떻게나올지너무긴장되는순간이었다. 두구두구. 6년만에다시짧아진단발과함께시도했던히피펌은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변화된내모습이어색하고낯설었지만나름마음에들었다. 좀더생기발랄해보였고개구쟁이가된것같기도했다. 아빠는왜갑자기아줌마가됐냐며놀리듯이얘기하셨지만내가마음에들어서크게상관없었다.




오랫동안하고싶어하면서도주저했던작은시도를통해왠지나는다른사람이같았다. 기분전환정도가아니라, 머리가달라진정도가아니라, 내가변화된것만같은착각이들었다.


그런 기분 좋은 착각은 잠시 해도 되지 않을까. 주저해왔던 것들을 미루고 미루다가 끝끝내 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아쉬워하기보다는, 좀 더 용기를 내서 작은 시도를 해보는 게 어떨까. 그것이 비록 해리포터의 해그리드가 될지언정, 시도하지 않으면 모를 테니. 앞으로도 나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남들이 보기에 예쁘지 않아도 내가 마음에 들면 괜찮다. 그렇게 갈수록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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