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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an 22. 2025

물음표

캄보디아에서는 이백만 명도 더 죽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장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이 죽음에 대한 이유를 나는아직 찾지 못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은 복수하지만 살인하지 않는다. 죽여 없애는 방법보다는 스스로 자멸하게 하는 방법을 택한다. 같은 작가의 <미스터 션사인은 주인공 유진 초이가 악질적인 일본 군인 모리 타카시에게 직접 총을 겨눈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살인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무기를 들기보다는 법의 심판에 따르게 하는 것. 이것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정서일 듯싶다.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죽여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제가 5.18 현장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분들이 잠자리에 일어나서 밤 1시, 2시에 뛰쳐나와서 도청으로 모이지 않았다면 그 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그분들의 희생이 줄지 않았을까.”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31세의 무용가 전옥주 씨는 친구를 만나러 나간 금남로에서 무력을 행사하는 계엄군을 보며 시위에 참여한다. 계엄군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후유증에 평생 시달린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가두방송으로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이다. (이 자책의 이유도 찾지 못했다. 자책을 한다면 사건을 일으킨, 죽음을 초래한 이가 해야지 우연히 목격하게 된 그 폭력을 막기 위한 행동을 한 사람이 자책하는 것인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어린 시절에 개고기 먹던 때를 떠올린다. 자책으로 괴로움에 처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인간을 벗어나고자 한다. 영혜가 자신을 분열시킬 정도의 극단적인 사고로 향하게 되는 계기는 폭력과 관계한다.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란 영혜는 자신 안의 폭력(육식을 먹는, 개고기를 먹은)을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의 폭력이 아버지였다면 현재 역시 카지노 가입 쿠폰는 가족들의 몰이해와 폭력 속에 놓여 있다. 다른 가족들과 달리 영혜에게 매혹된 형부의 예술행위는 예술에 대한 몰입만 있을 뿐 인간 영혜에 대한 이해나 보호가 없었기에 영혜가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악인도 아닌 남성이 처제인 영혜에게 못할 짓을 할까 생각하니(언니 인혜의 표현대로라면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 저런 애를.”) 할 수 있어서다. 영혜가 혼란 속에 있지 않았다면 예술이라는 이유로 경계를 넘는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거다.

권력의 무서운 점이라면 많은 것을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 같은 존재’에서 ‘그럴 수 있는 존재’로 변화된 권력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다. 몇 백만 명이 죽어나가든지


식탁에 오른 달걀은 병아리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하며 기름에 튀겨진 납작해진 그것을 이빨로 잘게 씹어 몸속에 넣는다.



1979년 가을 부마항쟁을 진압할 때 청와대 경호실장 차지철은 박정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백만 명도 더 죽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소년이 온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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