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우리는 종종 '유사 이래'라는 말을쓴다.풀이를 하면 '이야기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의 뜻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역사는 기록의 역사다. 그리고 기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문자(그림), 유적(유적)이다. 문자가 인간의 의식이 남긴 물리적 D.NA.A라면, 유적은 지구의 곳곳에 새겨진 물리적 D.N.A다. 부처나 예수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인간은 지구에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했으며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림이나 문자로 기록된 역사는 카지노 가입 쿠폰 전체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말하며 우리가 감각하는 것의 본질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말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이 세계에서 감각하는 것들은 원형이 아니라 복사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의 원형은 결코 도달하지 못할 곳에 있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환상문학의 대가 보르헤스가 쓴 소설 바벨의 도서관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바벨의 도서관은 세상 모든 이야기들의 이데아다. 그렇지만 현실의 우리는 지워버린 이야기들이 많기에 전 세계도서관을 한 곳으로 합친다 해도 바벨의 도서관 작은 서가 하나도 채우기 힘들 것이다.
미래를 그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은 넘치지만 과거를 비추는 카지노 가입 쿠폰은 빈약하다
유사 이전, 즉 문자가 생기기 전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다가 멍한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가끔씩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돈과 시간은 부족하니 가성비 높은 방식을 택한다. 책과 영화 속으로 들어가서 과거의 이야기들을 탐닉한다. 고대를 다룬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 보지만 항상 뭔가 아쉽다. 스타워즈, 스타트랙, 그리고 아바타처럼,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상상은 넘쳐 나지만 과거를 비추는 상상은 빈약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자는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발전단계를 세 가지<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나눈다. 먼저 <인지 혁명을 살펴보자.
"10만 년 전 지구 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하나뿐이다."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지구 상에 나타난 후 한 가지 종으로만 진화하지 않았다. 10만 년 전 지구 상에는 네안데르탈인을 포함하여 최소 여섯 개의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다른 종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졌다. 혹은 일부는 호모 사피엔스와 유전적으로 섞였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힘, 카지노 가입 쿠폰 질서
10만 년 전 지구 상에 여섯 개의 종이 동시에 살고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사피엔스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그리고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을까? 사피엔스에게 적용된 진화의 법칙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숱한 질문과 나름의 답을 반복한다.
작가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우연한 자연선택의 결과일 뿐 거기에 악이나 선"은 없다. 자연의 우연한 선택은 '호모 에르 가스터(일하는 사람)'나 '호모 루돌펜시스(루돌프 호수에서 온 사람)'를 지구의 지배자로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연은 왜 하필 연약한 사피엔스를 선택했을까?
작가는 그 이유로 몇 가지 예시를 든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를 '거짓말',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힘, 카지노 가입 쿠폰 질서에서 찾는다. 신화, 도덕, 정의, 법률, 국가, 역사, 그리고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인권과 평등'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이런 '상상의 질서'는 연약한 사피엔스가 서로 단결하고 협력하며 공동체 생활을 함으로써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
사피엔스와 밀, 그리고 옥수수: 길들인 건 어느 쪽이었을까?
농업혁명은 대략 1만 년 전에 일어났다.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집을 하던 인류가 우연한 계기로 일정한 지역에 정착을 한다. 그리고 밀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식량이 크게 늘어난다. 이제 사피엔스는 더 이상 먹이를 찾아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농업은 인류에게 축복을 안겨준 혁명일까? 학자들의 주장처럼 농업혁명은 '인간성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었을까?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왕이나 사제, 상인은 아니었다.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 감자였다. 이들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사피엔스 p.124
작가는 밀을 예로 들며 농업이 카지노 가입 쿠폰사의 '혁명'이라는 환상을 지운다. 밀은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이다. 해충에도 약하고 다른 식물과 물과 공간을 나누기를 싫어한다. 쌀과 옥수수 감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이 소수의 작물들은 다른 작물들과 비교하면 지구 표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사피엔스의 신체는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다. 밀과 같은 소수의 작물들이 인간의 신체를 변화시켰다. 진화의 기본 법칙을 따르면 가장 많은 D.N.A를 남긴 쪽이 승자다. 인간과 밀. 어느 쪽이 승자일까. 최소한 서로가 서로를 길들인 건 아닐까?
역사의 화살과 돈의 향기, 그리고 제국주의와 종교의 법칙
사람들은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역사의 화살. 즉 역사의 방향성은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달려간다. <종교, <민족, <문화 형태는 다양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변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종교는 애니미즘에서 다신교, 그리고 유일신으로. 민족은 가족에서 부족, 그리고 국가, 제국의 형태로. 문화는 중국의 경우처럼 야만의 문화에서 제국의 문화로 합쳐진다. 이들은 부분적으로 분산과 집합이 반복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인류의 통합은 되돌릴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수단은 '카지노 가입 쿠폰 질서'다. 그리고 가장 그럴듯한 '카지노 가입 쿠폰 질서'인 종교와 돈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국주의자라는 말은 가장 심한 욕이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 국가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문명은 결국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 사실을 부정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다른 형식의 제국주의를 만날 뿐이다. 영국의 인도 지배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걷어 내려고 한다면 인도의 무슬림 정복자들이 남긴 타지마할도 걷어 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이전의 형식 <침략은 아니더라도 방식은 다양해지며 결국엔 전 세계를 하나로 통합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혁명은 '지식의 혁명'이 아닌 '무지의 혁명'이었다.
종교는 전능하다. 신은 전지전능하며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 알고 있다. 예수, 부처, 마호메트는 개인에게 구원이자 세상의 이치를 깨우쳐주는 절대자였다. 세상 모든 질문의 답은 성경과 코란, 그리고 베다 경전에 있으며 그 속에 없는 질문들은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방식이나 옥수수가 어떻게 싹을 틔우는지.
"과학혁명은 지식의 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 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카지노 가입 쿠폰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사피엔스 p.356
하지만 과학은 종교와 다르다. 종교는 전지전능 하기에 과거 전통적 지식과 카지노 가입 쿠폰를 지배하고 현상을 유지하지만 과학은 현상을 부정하고 미래를 찬양한다. 그리고 과학은 무지에서 출발한다.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무지의 혁명이 일어난다. 무지는 관찰을 부르고 관찰은 뉴턴의 사과 같은 과학적 발견을 부른다.
무지의 혁명은 기원후 1,500년 이후의 동양과 서양세력의 판도를 바꾸어놓았다.역사의 여명기에 힘은 동양에 절대적이었다. 그렇지만 16세기의 르네상스를 거쳐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은 서양, 유럽에게 넘어갔다. 당시 동양의 과학이나 기술이 서양세력보다 뒤떨어졌다는 사실은 없다. 콜럼버스가 배 세 척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 중국의 정화 선단은 병사 삼만을 이끌고 일곱 번이나 대양을 탐험하며 신대륙도 발견했다고 한다.
핵심은 서양세력은 '우리는 모른다'는 카지노 가입 쿠폰 인정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동양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세력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보유했지만 식민지를 개척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의 존재를 알았지만 정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몽고, 칭기즈칸, 처럼 예외도 있었지만 역사의 대부분이 그랬다. 단지 자신을 떠받들기만을 요구했다.
21세기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육체가 없는 정신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정신이 없는 육체는 살아있는 것일까? 지난 수천 년간 동/서양의 수많은 지성과 철학자들이 가졌던 '장자의 나비 <호접몽'같은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학자들이 '의식의 발생' 원인을 완벽히 규명하기 전까지는. 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와 안드로이드, 혹은 사이보그의 경계를 가르는 사건의 지평선, 특이점은 벌써 시작되었다. 그러나 두려움을 안겨준 알파고는 잘 프로그램된 '조건반사'일뿐 정신은 아니다. 알파고가 꿈을 꾼다면 그것 역시 아직까지는 프로그램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가장 공정하다고 여겼던 '죽음'마저도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까지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공평했다. 죽음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왔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권력자나 노예나. 그렇지만 그 생물학적 한계인 죽음마저 차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인간의 불멸을 위한 길가메시 프로젝트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불평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돈이 없어서 불사의 몸을 얻지 못하는 불평등은 엄청난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반은 불사의 몸이지만 교통사고나 잔혹한 살인 같은 범죄로 영원히 살지 못하는 '아이러니'도 발생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사피엔스는 결국 종말을 맞이할까? 영화나 소설은 끊임없이 인류의 멸망을 예언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선형이니 인류도 언젠가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우울하거나 화려한 불꽃놀이를 동반한(핵전쟁?) 종말의 시기는 언제일까? 형태는 무엇일까? 완전한 무. 혹은 생물학적 단계를 초월한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의 형태일까?
문자가 없던 시대의 호기심을 채워준 '사피엔스'의 한계들
사피엔스는 유사 이전 인류의 삶을 알고 싶었던 호기심을 상당히 채워 주었다.또한 인류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것인가도 흥미로운 시각과 다양한 예시를 들며 짚어주고 있다. 이 두 개의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 동시에 한계도 있다. 너무나 거대한 인류사의 흐름을 이야기하다 보니 개별적인 삶에 대한 '허무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지난 수세기 동안 강대국의 논리인 <제국주의의 긍정적인 면들을 강조함으로써 그런 점들이 '인류의 역사발전'에 필요악이었다는 관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또한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통계와 수치에 놀라면서도 과연 그것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끔찍한 재앙을 바라볼 수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 질서'가 필요한 이유
소설가 한강이 뉴욕타임스에 한반도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글을 실은 적이 있다. 그의 칼럼 "트럼프가 전쟁을 말하면 한국인은 몸서리친다."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이 책의 주제인 '상상의 질서'가 떠올랐다. 현대의 사피엔스는 고대의 사피엔스에 비하여 과연 얼마나 현명할까? 문명의 편리함이 인간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듯이 현명함도 마찬가지다.
현대전은 단순히 부족 간의 전쟁이 아니다. 로켓이 등장하면서 전쟁 양상은 종족과 민족 간의 분쟁을 넘어섰다. 트럼프와 시진핑, 그리고 푸틴. 수만 년을 거치며 형제를 멸종시켰을지도 사피엔스들의 대표. 그들은 암호 몇 자리와 버튼 한 번이면 세계를 몇 번이나 멸절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제 지도자의 오판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의한 '인류의 통합'은 '인류의 파멸'과 정비례한다.
강력한 스트롱맨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들의 중심에 한반도가 있다.한반도는 민족과 종교 간의 갈등이 첨예한 중동과 더불어 21세기 '평화의 바로미터'다. 이념을 주축으로 한 냉전이 사라졌다지만 미/중간의 신냉전이 등장했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3차 대전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처럼 이 엄혹한 시기에 모두가 조금씩 지혜로워지기를 바란다. 인류는 아직 지구 상에 건재하고 전기 양의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는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풀밭을 뛰노는 실제의 양들을 꿈꾸는, 몸속에서 붉은 피가 흐르는 <호모 사피엔스에겐 현재가 가장 큰 축복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