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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Apr 21. 2025

카지노 게임롭지 않은 사피엔스

글쓰기는 일상을 성찰카지노 게임 유용한 도구입니다


“진리는 풀잎 같은 칼이에요. 말도 그래요, 어떤 말이 자기 대신 남을 베기 시작하면 안 좋은 말이에요. 하지 마세요.”

-이성복, 『무한화서』



맛집을 갔다. 보쌈과 칼국수로 유명한 집이었다. 비 오는 날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고 갔는데 착각이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야 카지노 게임나. 물바다가 된 주차장에 낑낑대며 차를 정박시키고 누가 새치기라도 할세라 빠르게 키오스크로 가서 대기등록을 했다.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다. 인상을 찌푸리고 차로 돌아가니 아이는 잠들었다. 차라리 잘됐다. 낮잠은 한번 자야 했으므로.


메신저로 호출이 온다. 가족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많아서일까. 음식이 늦게 나왔다. 하지만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쌈이 차려졌으므로. 별 불만 없이 먹기 시작카지노 게임. 수육 한 점을 입에 넣자, 마음 급한 위장은 소화효소를 맹렬히 뿜어대며 고기를 순식간에 녹인다. ‘어. 나 먹은 것 맞나?’ 먹은 것 같지 않아서 계속 먹어본다. 슬쩍 옆을 보니 입맛 까다로운 아내와 아이도 잘 먹고 있다.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한창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아니 우리가 먼저 왔는데 저쪽 먼저 주면 어떻게 해요!” 육십 대로 보이는 남자가 젊은 아르바이트생을 다그치고 있다. 우리 테이블의 수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아르바이트생은 붉어진 얼굴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고개를 숙인다. 남자의 언성은 높아지고, 결국 사장이 등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카지노 게임.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이 떠나자, 남자가 일행에게 말카지노 게임. “이런 건 한소리 해줘야 하는 거야.” 그의 말은 식당 안에 크게 울려 퍼지고. 먼지처럼 바닥에 가라앉는다.


기분이 상했다. 비상식적인 손가락질과 다그침이 나를 향한 적의로 느껴져서다. 굶주림이 카지노 게임 이성을 마비시킨 걸까. 우리 가족처럼 카지노 게임 일행도 오래 기다리긴 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식당 안에서 큰소리로 따지는 것은 너무 몰상식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저 사람은 각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걸까. 피해의식에 찌든 걸까. 아니면 매번 을의 처지에서 무시당하며 억압받았던 설움을 갑의 처지에서 쏟아낸 걸까.


느닷없이 공격받은 마음은 적의로 물들어 간다. 나는 그를 상상하고 제멋대로 조형카지노 게임. 몰상식하고 배려 없으며 한심한 이미지로. 부정적 감정은 어린 아르바이트생의 마음마저 헤아려볼 정도로 영역을 확장카지노 게임. 초년생으로 보이는 그녀가 그토록 모질게 공격받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중에 내 딸이 커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면 나는 화를 참을 수 있을까. 이 일이 그렇게까지나 잘못한 일인가. 음식이 조금 늦게 나왔을 뿐인데.


최근에 본 실험 영상이 떠올랐다. 원숭이 두 마리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을 주며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 그런데 보상이 다르다. 한 마리에게는 오이를, 다른 한 마리에게는 포도를 주는 거다. 과연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오이 받은 원숭이는 화를 못 참고 연구원에게 오이를 집어 던졌다.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원숭이들도 분노한다는 결론. 그의 화도 이런 걸까. 우리 가족과 그의 가족은 똑같이 오래 기다린 입장이었다. 그러나 식당에 들어온 뒤, 음식 나오는 순서가 꼬였다.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 그는 유인원의 본능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에게 오이를 던졌다. 이래서야 ‘호모 사피엔스’(카지노 게임로운 사람)라 할 수 있나.


그의 발언도 마음에 안 든다. “이런 건 한소리 해줘야 하는 거야”란 말에서 계도의 목적이 느껴진다. 이렇게 지적을 해야 다음에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권위적인 말. 과연 이 말을 들은 아르바이트생이 수긍하며 받아들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마 겉으로는 알겠다고 하며 내부에는 화가 가득 찼을 것이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대놓고 면박을 주면 듣기 싫은 법이다. 이런 광경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목격된다. 진정으로 누군가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감정을 앞세우며 화를 내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하는 거다.


머릿속에서 그를 계속 비난카지노 게임. 그러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나는 그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겉으로 보이는 그의 무례한 행동. 아르바이트생에게 행한 눈살 찌푸리는 언동 때문일까. 화를 가라앉히자 다른 것들이 보인다. 그의 앞에는 연세가 많아 보이는 어르신 두 분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분들을 생각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말투가 세서 늘 오해를 받는 사람인 걸까. 아르바이트생에게 한 이야기도 생각카지노 게임. 사실 말만 따지고 보면 틀린 것은 없다. 그의 일행이 먼저 왔고, 우리가 나중에 왔다. 우리 음식이 먼저 나왔고, 그의 음식은 늦게 나왔다.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이 상황을 받아들였을까.


한심하다. 누군가가 내게 어떤 잣대를 들이밀면 그토록 거부감을 보이면서,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카지노 게임 표리부동. 타인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면서, 겉모습만 보며 근거 없이 비방카지노 게임 편협함이 부끄럽다. 나이 사십을 먹고도 이렇게 얄팍하다. 불혹(不惑)이 무색하게 지독히도 휘청거리는 꼴이라니.



그럼 오늘도 힘차게 카지노 게임의 글을 써봐요!

짧아도 괜찮고요, 투박해도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당신의 보석을 발견해 드릴게요.


*‘25.4.21(월) 백일장 글감: ‘음식’


*‘25.4.21(월)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글감과 관련된 산문(일기, 수필, 에세이) 1편(공백 포함 300글자 이상 2,000글자 이내)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미라글모닝에 공유하시면, 피드백을 달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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