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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Apr 20. 2025

환영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Hallucinations) EP27

Ⅶ. 서로 다른 기억③

우지훈 교수의 연구실


연구실 책상에 앉아있는 우지훈의 시선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멍하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그는 뭔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연이가'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경험한 일의 원인'을전부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했을때,

그가쉽게 답을 하지 못했던 건이유가 있었다.


어쩌면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일어난 일의 배후에 우지훈 교수 자신도감당하기 어려운 큰 이유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기현이 관여한 M&A는 무려 1조 원짜리 거래였다.

흔히 상상하는 2~3%의 커미션만 가정해도 200~300억 원이 움직이는거래이다.


단 5년 만에 기업가치가 1/10 토막 난 거래였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실패이지만사후 분쟁도 없던 특이한거래였다.


인수된 기업은 정부의 각종 감독 기관이 주목하는 규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이었다.

과거에도 정관계와 관련된 로비와 뇌물 사건 등 사고와 추문이 종종 이슈화되었다.


게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상대기업은오너의 비자금과 경영권 상속을 위한 편법 논란 등으로 잦은 수사를 받아왔고 정권과갈등설까지 나도는 등 호사가들의소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지훈이 어떤 이유를 상상하더라도 어쩌면 그 이상의 실재 상황이존재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길 때도 있었다.


그래서 지훈은 그런 상상이 머리에 떠오를때마다 굳이 생각을 억누르고

다음 일에 대한 걱정은 후일로 미뤄뒀던 것이었다.

그가 미리 상상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그게 이유였다.



그런데 오늘 소연의 얘기는 지훈에게 뜻밖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상상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자신의 눈으로 그리고 귀로 확인하고

그렇게 확인한 사실이 무엇이건

그 결과에 따라 그 누군가에게는 합당한 결과가 주어지도록하겠다는 것이었다.


지훈이 진실을 미리 상상하는 게 무서워서 미뤄뒀었다면

소연은 그런 상상의 과정은 건너뛰고그녀가 해야 할 행동만 정해 놓았던 것이었다.


마치 조준간에 타깃이 들어오면 일고의 고민도 없이 격발 하려는 저격수와 같은 평정심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고 나니 지훈도 이제는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지훈은 생성형 AI의 프롬프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프롬프트는 간단했다.


"배임죄의구성요건과 범죄의 입증에 대한 판례를 찾아줘"




소연은 지훈이 학교로 돌아간 후, Cafe에 혼자 남게 되자 잠시 지난일을 생각해 봤다.


확실히 우지훈 교수는 그동안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이름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라는 점도 그랬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일에 관련된 사람들과접촉하기 위해M&A관련 학회나 협회활동도 꾸준히해오고 있었다,


사실 수천억에서 조 단위의 큰 M&A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손에 꼽는 투자은행, 회계법인, 로펌들이전부 관여하고 있었다.그렇기에 그런 법인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연락을 주고받으려면 지훈 역시도 해당 필드에서 계속 얼굴을 비추며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한국 사회에서 그런 커다란 잇권을 주고받는 자리는 아직 여성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있지 않았다.

그래서 소연은 어찌 보면 지훈에게 일선의 정보 취득을 의지하고 있던 셈이었다.


하지만 소연은 처음부터 결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마땅히 올바른 방향으로정리돼야 할 때,

누군가 책임질 일을 해야 한다면그건 소연의 몫이어야했다.




기현의 혈육은 어머니가 유일했다.

물론 그건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젊어서 혼자가 되어 기현을 키우는 동안 어머니는 숱한 어려운 과정을 겪어왔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현의 어머니가 힘을 내어 살아온 건 자랑스러운 아들 기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연이가 처음으로기현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어머니는 소연을 보고 환하게 웃어주셨다.

바르게 살아온 기현에게 하늘이 준 선물 같다는 말로 소연을 인정해 주셨다.



어머니는 3년 전 기현이 회사에서 부당한 인사 조치를 받은 사실에크게충격을 받으셨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아무 걱정이 없는 듯 말씀하시며 머리라도 식히고 오라고 등 떠밀어 여행을 보내셨다.


"다녀와 걱정 말고, 다시 너의 기회가 올 거야너는 정말 열심히 한 걸 내가 안다"


기현 앞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신 어머니였지만 소연 앞에서는 달랐다,

결혼을 앞두고 벌어진 안타까운 일로 소연이 흔들릴까 걱정하셨던 것이었다.


기현에게 비밀로 하고 소연을 만난 날,

어머니는 소연의 태도에서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고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소연의 손을 꼭 잡고 얘기하셨다.


"기현인 꼭 극복할 거야. 내가 기현이를 믿는 것만큼 너도 기현일 믿고 있는 걸 보니 너무 고맙다.

다행이야"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쳤지만 모두가 다시 힘내어 일어나려 하고 있던 그때

하늘은 기현에게 선물 만을 남긴 채 나머지 전부를 가져가버렸다.


소연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편안한 마음으로 잠든 어머니는 그 후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신 것이었다.



병명은 뇌졸중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닥친 불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듯...

한밤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병은 어머니의 뇌혈관을 막아버렸다.


기현은 여행을 떠나집을 비우고 있었고,어머니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흘러갔다.


어머니의 상을 치르며영원히 이별해야 하던

기현의 표정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어머니가 전한 마지막 이야기,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서 본그 표정은

소연에게서 다른 선택의 옵션을 모두 빼앗아간 것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지훈 선배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야.나머진 당연히 내 몫이어야 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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