Ⅸ. 가을 남자 ④
JM그룹 감사실
카지노 게임가 그룹 감사실로 전입해 온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은 일주일에 한 번 감사실 수장 서태석 사장에게 주간 리포트를 작성해 보고하는 날이었다.
감사실의 주간리포트는 제보시스템 담당자가 작성의 롤(role)을 갖고 있었다.
전임 담당자가 이전에 만들어서 보고했던 리포트들을 참고하여
주 단위로 접수/처리된 제보들의 통계 테이블을 업데이트하고, 신규접수된 제보 중 특이건이 있는지 체크해서 따로 첨부하면 되는 단순한 업무였다.
최근에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면 아예 리포트도 자동생성하여 메일링까지 되는 방식을 취했겠지만
아무래도 20년가량을 유지하던 시스템인지라 카지노 게임의 눈에는 기능적으로 부족한 점이 보였다.
아무튼 주간 리포트 작성업무는 사실 덧셈, 뺄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쉬운 업무인 줄 알았는데, 사소한 문제가 카지노 게임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니 이거 숫자가 왜 안 맞는 거지...
분명히 제보 접수 누계에서 완료 누계를 빼면 현재 처리 진행 중인 미완료 숫자가 맞아야 하는데...?
미완료 건도 이관된 건과 자체 처리 중인 건을 합치면 전체 합이 같아야 하는데... 이상하네...?"
카지노 게임가 참조한 전임자의 주간 리포트와 시스템 통계에는 딱 한 건의 갭(gap)이 있었다.
분명 전임자의 주간 리포트에는 제보처리 통계의 아귀가 딱딱 들어맞아 보였는데,
자신이 시스템에서 추출한 통계에는 꼭 1건의 오류가 있는 듯 리포트의 숫자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컴퓨터에 의존해 살아오는 동안 암산이 취약했진 탓인지
카지노 게임 아무리 머리를 써도 숫자 차이의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계산기를 꺼내 두드려봐도 숫자가 안 맞는 건 그대로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지노 게임 문득 지난주 전입해 온 바로 다음날 시스템을 처음 사용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시스템 담당자인 자신마저도 조회 권한이 없다고 팝업 경고가 떴던 케이스가 생각난 것이었다.
‘그래 내가 그때 팝업경고가 떴던 케이스를 어디 적어놨었는데…’
카지노 게임 메모앱을 뒤져 일전에선임부장에게 물어보려고 적어놓았던케이스명을 확인했다.
'2020-1202-019, 등록구분 실명 : 권기현'
'일련번호 패턴으로 보면 이건 2020년 12월에 등록된 케이스일 텐데...
그러면 그전의 시기를 기준으로 시스템에서 통계를 뽑으면 숫자 차이가 없어야 정상이겠지?'
2020년 12월 이전 임의의 날자를 골라 시스템에서 제보 통계를 뽑아보자
카지노 게임가 예측한 대로 주간 리포트 통계와 시스템 추출 통계는 정확히 일치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조회 금지가 되어 있던 케이스 한 건으로 인해 통계추출에 오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커지는 것이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을 것으로 확신한 카지노 게임 시스템을 담당하는 IT관리 부서에 이메일을 썼다.
'감사실 제보시스템 담당자 정카지노 게임입니다.
서태석 사장님께 정기 보고하는 주간 리포트 작성과 관련하여
시스템 추출 통계와 과거 보고된 리포트 통계가 맞지 않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인 점을 고려하여 추후 실수를 방지하고자
시스템 통계 산출 로직을 개선해 주실 수 있는지 문의드립니다.
※ 제가 예상하는 원인은 조회불가로 등록되어 있는 아래 케이스 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2020-1202-019, 등록구분 실명 : 권기현]
IT부서에 뭔가를 문의하면 며칠씩 걸리는 건 보통이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몇 차례 씩 통화시도를 해야 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연락이 되어도 IT부서의 담당자는 물어본 내용에만 소극적으로 답변해 주는 게 통상적이었다.
카지노 게임 그들의 업무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다른 직원들의 쏟아지는 요청들을 처리하려다 보면 늘 부족한 인원으로 어쩔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메일을 보내놓고 점심시간 후 직접 전화를 해보려 했을 때, IT 부서 담당자가 곧바로 카지노 게임에게 전화를 해왔던 것이었다.
'RRRR....'
“네 감사실 정카지노 게임입니다.”
“안녕하세요 IT서비스지원팀 김민우인데요. 좀 전에 제보시스템 통계에 대해 문의하셨죠?”
“아 네 맞습니다”
너무도 빠른 반응에 놀란 카지노 게임 이게 그룹 감사실의 파워인가 생각했다.
역시 계열사에 근무할 때보다 그룹 감사실에 근무하니까 IT부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고 확실히 메리트가 있구나 생각한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통계가 안 맞을 수 있다는 건 저희가 그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기본적으로 제보시스템에는 삭제(delete) 기능이 없어요.
그런 게 있으면 자료의 삭제나 유실이 있을 수 있어서 설계 당시부터 그런 기능 요청이 없었잖아요
그러니까 특정 제보 케이스를 안 보이게 하려면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블락(block) 처리할 수밖에 없고
블락된 건들이 있으면 통계 산출에 영향을 준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처음부터 통계시스템에는 예외처리 로직이 없어서 숫자가 안 맞아 보이는 거예요
근데 그래도 이 케이스는 그냥 블락(block) 처리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어어 잠깐만요”
뭔가 억울한 듯 상대는 카지노 게임에게속사포처럼 자신의 입장만을 얘기했다.
하지만 이제 전입 일주일이 된 카지노 게임가 그의 말을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아 사실 제가 제보시스템 운영 담당자이긴 한데
지난주에 전입해 와서 이전에 그런 일이 있는 건 몰랐거든요
자세한 얘긴 제가 저희 감사실 선임부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다만 내일 아침까지 서태석 사장님께 리포트를 올려야 해서 좀 바빠서 그러거든요
그럼 시스템 화면에서 제대로 통계 숫자가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카지노 게임의 요청에 IT서비스지원팀에선 그제야 템포를 낮추고 신참의 눈높이에 맞는 답변을 전했다.
“아 그러셨구나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건은 간단한데... 잠시 시스템에서 조회 제한을 풀어놓고 통계 조회를 한 후
통계자료 추출이 끝난 다음 다시 그 건에 대해 조회 제한을 블락하면 돼요.
근데 저희도 매번 이렇게 지원해 드리기 어려운데 감사실 내부에서 다른 대안을 좀 찾으면 안 되나요?"
IT서비스지원팀에서는 일시 지원은 되지만 카지노 게임에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 네 죄송해요 그건 나중에 저희가 감사실 내에서 논의해 보고 알려드릴게요
우선은 급해서 그러니까 그 조회제한 해제라는 것만 한 번 부탁드릴게요”
카지노 게임 내일 예정된 서태석 사장 보고 때문에 우선 정상적인 자료 추출이 가능하게 되는 게 1차 목표였다.
“휴우... 알겠습니다. 10분 후에 통계 추출 다시 해보시고 추출이 끝나면 원복 할 수 있게 바로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 카지노 게임 IT서비스지원팀의 지원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15분 후, 카지노 게임 시스템에서 다시 통계 추출을 시도했고 이번엔 화면에 표시된 통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게 확인되었다.
이제 다시 조회 제한을 적용해 달라고 IT서비스지원팀에 전화를 하기 전에 카지노 게임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건이길래 이렇게 귀찮을 정도로 별도 관리를 해야 하지?
그래도 내가 시스템 운영담당자이고 전임 담당자도 이런 식으로 통계를 맞췄었다면 케이스 조회를 해본 적도 있었을 텐데... 나도 당연히 내용을 볼 수 있겠지?'
조회 제한이 해제된 상태였기에 카지노 게임가 해당 케이스를 클릭하자 다른 제보 건처럼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케이스에는 선임부장이 입력해 놓은 처리 이력 히스토리가 정리되어 있었고
'FALL_GUY_(gfh).docx'라는 무슨 뜻인지 모를 파일명을 가진 word 문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FALL GUY? 가을 남자?
gfh는 또 뭐지? good for health?'
계속된 호기심에 일단 카지노 게임 word 문서를 자신의 PC로 다운로드하고,
선임부장이 입력해 놓은 처리이력을 읽어봤다.
1) 권기현, 감사실장(서태석 사장)에게 메일을 보내 조사 요청
2) 감사실장, 메일 접수내용 시스템에 등록 말고 개별 탐문처리 지시
3) 선임부장, 권기현 접촉해 조사요청 내용 확인 후 감사실장께 보고
4) 감사실장, 조사필요 여부 판단 않고 대기 지시
5) 권기현, 시스템에 조사 요청을 직접 등록하여 정식 조사요청 (조사여부 판단 장기 지연에 불만 有)
6) 감사실장, 정식 조사요청 등록 확인 후 권기현과 직접 면담 진행 (권기현, 조사 필요성 재차 제기)
7) 감사실장, 해당 조사요청 건에 대해 조회제한(block) 조치 지시
2년 정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짧은 메모로 정리해 놓은 처리이력 만 살펴봤는데도 카지노 게임가 느끼기에 '이건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의 의문은 당장 떠오르는 것만도 세 가지나 되었다.
1. 권기현이 누구길래 그룹 감사실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요청을 했을까?
2. 감사실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왜 권기현이란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었을까?
3. 통상의 제보와 달리 감사실은 왜 조사를 미루고 아예 해당 케이스를 조회 제한 조치까지 했을까?
호기심에 호기심이 꼬리를 물고 샘솟았지만 우선 주간 리포트를 빨리 마무리해야 했던 카지노 게임 다운로드한 word 파일은 다음에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IT서비스지원팀에 전화해 통계추출이 끝났으니 해당 케이스를 다시 조회 제한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카지노 게임가 처음 그룹 감사실로 이동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에겐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사업팀 팀장으로 이동할 것인가 아니면 그룹 감사실로 이동할 것인가
주변의 동료들 중에는 그래도 팀장으로 보직을 받아 회사에서 성장하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가 그룹 감사실 이동을 택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의 넘치는 호기심 그게 이유였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은 늘 카지노 게임를 성장시켜 온 동력이었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늘 자신의 호기심이 가리키는 쪽으로 선택하고 호기심을 채우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카지노 게임도 알아야 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Curiosity killed the cat)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를...
어쩌면 기현도 진작그 뜻을 알았어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