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 각자의 기억 ①
십분 TV 여의도 스튜디오
"안녕하세요. 우지훈 교수님이시죠?"
지훈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인물은 십분 TV 설립자 중 한 명인 이박사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TV에서 많이 뵈었습니다. 연우대학교 우지훈입니다"
지훈도 이박사를 실물로 처음 보는 듯 정중하게 인사했다.
"어휴 저희 십분 TV 애청자셨나 봐요. 정말 감사합니다"
"네 요즘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과학기술까지 각종 지식 정보에 관심 많은 사람들 중에
십분 TV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있으면 간첩이죠" 지훈도 이제는 영업적 처신이 몸에 익은 듯했다.
"하하 그런가요? 저희 십분 TV 기자, PD들한테 들으니 교수님께서 연우대 경영학과의 라이징 스타시라던데... 저희 직원 중에도 연우대 경영학과 출신들이 꽤 있습니다"
이박사는 TV에서 보이던 냉정한 이미지와 달리 처음 만나는 상대와의 대화를 친근한 분위기로 잘 이끌었다.
"어휴 아닙니다.
그냥 운 좋게 빠른 취업을 해서, 젊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얼굴 파는 일을 하다 보니 붙은 허명(虛名)인 걸요"
우카지노 쿠폰은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우교수님 말씀을 정말 잘하시는데, 이 정도 언변이시면 유소연 심사역이 기획한 인터뷰 프로젝트 끝나고 나중에 저희랑 정식으로 고정 프로그램 하나 같이 하시면 좋겠는데요?"
이박사는 정말로 우지훈 교수의 비주얼과 언변이면 함께 대담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인터뷰 다 끝나고 나서 괜히 실망하시게 되면 어쩌나 걱정인데요?"
끝까지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우카지노 쿠폰은 이박사와 함께 진행하게 될 인터뷰를 준비했다.
잠시 후 이박사가 다른 준비사항을 점검하는 동안
우카지노 쿠폰은 출연자 대기실에서 오늘 인터뷰할 대상에 대해 준비된 자료와 질의응답 시나리오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잠시 시끌시끌한 것이 오늘 인터뷰 대상자가 도착한 것 같았다.
이박사의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잠시 인사를 교환하고 웃음소리가 난 후에 출연자 대기실로 두 명이 걸어 들어왔다.
앞장서 들어온 사람은 이박사였다.
"아 우지훈 교수님 인사하시죠. 오늘 저희와 인터뷰해 주실 JM그룹 감사실장 서태석 사장이십니다"
"앗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연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지훈입니다." 지훈은 정중하게 고객 숙여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서태석입니다.
제가 고상대학교 출신인데 이거 연우대학교 교수님이라 너무 공격적으로 인터뷰하실까 봐 걱정되는데요"
서태석 사장은 연우대의 사학(私學)라이벌 고상대 출신이란 점을 이용해 우지훈에게 농담을 건넸다.
"어휴 제가 오늘 같은 자리에서 감히 그렇게 하겠습니까?
나중에 연고전에서 만나면 또 공격적 일지 모르겠지만..." 우지훈도 살짝 공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연고전이란 게 뭐죠? 하하하"
옆에서 듣고 있던 이박사가 둘의 인사에 끼어들었다.
"어휴 전 오늘 두 분이 모교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시면 그냥 철저히 중립 하겠습니다 ㅎㅎ"
대기업의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크게 두 가지 성격의 업무를수행한다.
회사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나 사업의 경쟁력을 진단하는 컨설팅과 유사한 역할이 있고
임직원의 업무적정성과 부정비위를조사하여 징계로 연계하는역할이 그것이다.
대개의 경우 감사부서는 컨설팅 업무 영역이 자신들의 주된 업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사실그들이 역할이후자의 경우로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같은 직장의 동료를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는 것처럼 비취기도 하고
감사를 받아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감사부서를 원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감사부서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들이 가져야 할 숙명 같은 것이기도 했다,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결국스스로 전면에 나서서 능동적으로 일하는 경우보다는다른 조직의 업무수행 결과를 사후에 지적함으로써 역할이 드러나는 수동소자 같은조직이었다.
그래서 우카지노 쿠폰은 오늘 서태석 사장의 인터뷰 시나리오를 꾸미면서'감사조직이 갖는 역할적 한계와 극복방안'이란 테마로 대화의 큰 스토리라인을 구성했다.
서태석 사장은 '십분 TV'의 인터뷰 섭외를 요청을 받았을 때, 인터뷰의 테마가 가장 맘에 들었다고 했다.
감사조직이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덜고조직의 긍정적 역할을 홍보하는 것이그의 목적이었다.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예정된 인터뷰 시간의 종반에 막 접어들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감사업무라는 게 요즘은 전통적인 부정비위 감찰 업무보다 경쟁력 진단의 비중이 더 많아졌단 말씀이시죠?" 이박사는 서태석 사장의 주장을 듣고 되물었다.
"네 분명히 그렇습니다, 부정비위를 감찰한다는 건 주로 과거의 경험으로 얘기들 하시는 것 같고
요즘은 법률, 회계, 컨설팅 같은 전문적 기능을 갖춘 직원들이 현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세스 분석 같은 일에 더욱 힘을 쓰고 있죠..." 서태석 사장은 미리 구상해 온 내용으로 자연스레 답변을 이어갔다.
우카지노 쿠폰은 이제 슬슬 자신이 묻고 싶은 질문 쪽으로 화제를 옮겨야 했다.
"2022년에는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많은 은행과 기업들에서동시 다발적으로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해서 큰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는감사부서가 또전통적인 감찰과 징계의 역할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요?"
"네에 저희도 사실 3년 전에 횡령사고가 유행처럼 번졌을 때 그런 역할을 더 키워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감사조직의 역할이 경쟁력 진단에 더 집중돼야 하는 건 사회적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서태석의 질문을 듣고 나서 이제우카지노 쿠폰은정말로 궁금했던 내용들을 물어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요즘은 직원의 횡령도 문제지만,
상법 개정 이슈와 맞물려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룹 감사실이면 계열 기업에서 일어나는 경영진의 배임 사례 같은 것도조사가 요청되는 경우가 있나요?"
우카지노 쿠폰의 질문에 대해 서태석은 진지하게받아들인 것 같지 않았다.
"아니 뭐 제가 경험한 내용으로만 답을 드리자면
저희 JM그룹 같은 경우 오랫동안 강조해 온 그룹의 공통 행동양식에 따라 운영되고 있기에
경영진의 배임이랄까 그런 사례는 거의 듣지도 보지도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 정말 그렇다면 경영진의 배임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혹시 있었다면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서 아마 기억하실 수 있었겠군요?"
이박사는 서태석의 FM 같은 대답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것 같았다,
"흔히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의 결정은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회사에 손실을 끼칠 고의적 배임인지 그 의도 입증이 어려운 걸로 알려지는데요
그런 경우라면 정말로 내부 제보가 아니고는 그런 문제를 확인하기 어렵겠군요"
우카지노 쿠폰은 조금씩 질문의 타깃을 좁혀 갔다.
"네 분명히 그런 문제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서태석은 간단한 대답으로 질문을끊으려 했다.
"그러면 뭐랄까 배임이 예상되는 의사결정의 경우가...
아 회사의 물적분할이나 인수합병 같은 건들이 대개 그런 의심과 오해를 받는 상황이 되기 쉬울 텐데요.
실제로 그런 케이스에 대해서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일들이 있었습니까?"
우카지노 쿠폰은 연달아 질문을 이어가며 서태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태석은 질문이 점점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배임이란 이슈에 집중되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듯물을 찾아 마시며 대답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런 종류의 의사결정은 결국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의 결단에 의해 이뤄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사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한 경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서태석은 문제제기가 있었냐 없었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배임의 문제제기가 적절한지로 답을 돌렸다.
그러자 이박사가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그런데 사실 그런 경우를 모두 결단의 영역이라고 얘기한다면
세상에는 배임이란 죄가 아예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지훈도 이박사의 질문에 첨언하여 서태석을 압박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그 과정에 적법 절차가 지켜졌는지 그리고 공정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따져보게 되는 것 아닌가요?
예를 들어 M&A를 하는데 인수대상 회사에 대한 Due Diligence (실사)를 고의적으로 생략하거나 하면
그런 건 당연히 배임으로 봐야 할것같은데요?"
서태석 사장은 경영진의 배임에 대한 집중적 질문이 불편한 듯 대답을 꺼리는 것이 느껴졌다.
노련한 이박사는 역시 프로답게 인터뷰이가 대답을 어려워하는눈치가 전해지자 질문을 살짝 틀어서 다시 던졌다.
"저희가 뭐 오늘이사의배임죄라는 것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는데요
기업의 문제를 가장 일선에서 경험하고 계시는 서태석 사장님이시라서언급할 만한 사례를 여쭤봤습니다
요즘 정치권이 상법 개정으로워낙 핫해서그런 것이니 양해를 바라고요.
오늘 사장님께서는 그 부분은 많이 준비를 해오신 것 같진않아서 다음 질문으로 좀 넘어가겠습니다"
서태석은 약간 긴장하고 있다가이박사의 얘기에 안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네 오늘 저는 감사업무 전반을 중심으로 말씀 나누고 싶었는데 배임이라는 하나의 영역에 얘기가 집중되니까 좀 준비의 핀트가 안 맞았나 봅니다"
인터뷰의 화제가 전환될 기미를 보이자 우카지노 쿠폰은 하나의 질문을 서둘러 더 던져보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서태석 사장님께서는 만약 M&A 같이 커다란 거래에서
회사의 임원이기업가치를 속이고 실사를 하지 않는 등 비상식적인 카지노 쿠폰를 진행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회사에 큰 손실이 예상된다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임직원은감사부서에 알려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박사가 듣기엔 우지훈의 질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답이 정해진 것 같은 질문이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짧은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서태석 사장의 대답은 의외의 내용이었다.
"앞서도 잠깐 답변드렸지만 M&A는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고도의 경영행위이기에
그 과정의 일을 일부의 지식만가지고 배임이다 아니다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 이런 일에 대해 조사한다는 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박사는 서태석이 말한 의외의 대답에 약간 놀란 듯 우지훈의 질문에 또 보충 질문을 던졌다.
"서태석 사장님 답변은 제가 완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는데요.
그렇다면 내부에서 그런 문제제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완벽한증거나 근거가 있어야
감사조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지 참 이해하기 어렵네요?"
"네 뭐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있으니까요"
서태석의 답변은 확짧아진 것이 어느 정도 불쾌한 기분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대답이 점점상식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우카지노 쿠폰은 그의 생각을 짐작해 보았다.
'그래 서태석 사장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 있으니 그때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싶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에서 저렇게 배임죄에 대해 나이브(naive)한 코멘트를 하다니...'
인터뷰를 마친 서태석 사장의 셔츠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질문들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는 이유로 이박사와 우카지노 쿠폰에게 서둘러 인사하고 스튜디오를 떠나는 뒷모습은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와 달리 많이 작아져 보였다.
그가 나가는모습을 바라보며 지훈은 생각했다.
'기현아 이 사람은 여전히 너와의 일을기억하는 것 같긴 하네
여전히 외면하고 있지만지워내진 못한모양이야
그리고 아직도부회장의 입장만 대변하는 느낌이야
결과는 다 증명되었는데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