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이다. 조절하기도 정의하기도 어려운 감정이 이렇게 지속되는 건. 그리움일까 아쉬움일까 미안함일까 공허함일까. 몇 주 전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별생각 없이 가면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별문제 없습니다' 얘기를 듣고 오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기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더니 "2613 차주분 잠깐 내려와보세요"라며 나를 불렀다. 계단을 타고 차량 아래로 들어간 다음 라이트를 비춰 보여주시면서 말씀해 주셨다. 프레임에 부식 때문에 구멍이 났어요. 블루핸즈 정비소에 가서 더 자세히 확인해 보니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녹이 축과 브레이크에도 파고들어서 주행하다가 언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일부 덧대고 때우는 걸로는 몇 개월이면 다시 녹이 퍼질 거라 해결하려면 뒷부분 전체를 갈아야 하는데, 오래된 차라 지금 상태면 수리비가 차 가격보다 더 나갈 거라 폐차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결국 폐차하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받고 얼마 되지 않아 틴팅이 벗겨져서 새로 하러 갔을 때 사장님께서 "이 차 그냥 산 중고차는 아니지요?"라고 물어보셨다. 아버지가 타시던 카지노 게임 추천 물려받은 거라고 하니 그럴 것 같았다고 하셨다. 오래된 카지노 게임 추천 이렇게 관리해서 타는 거면 분명 사연이 있는 차일 것 같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카지노 게임 추천 소개할 때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에 출고된 차'라고 하곤 했다. 2006년에 나왔으니 한국 나이로 올해 딱 성인이 된 차. 이젠 도로에서 보기 힘든 초록색 번호판을 달고, 블루투스도 안 돼서 핸드폰 소리를 라디오 주파수로 쏜 다음 차에서 그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야 노래를 들을 수 있던 차. 하지만 난 그런 부분이 좋았다. 그동안의 세월을 모두 간직한 것 같아서. 처음 나왔을 때 어린 나는 뒷좌석에서 함께 했고, 조금 컸을 땐 조수석에서 함께 했고, 마지막은 운전석에서 보내줬다.
요즘 세상이 확실히 많이 편해지고, 빨라졌다. 앱을 하나 다운받고, 버튼 몇 번 누르고, 사진 몇 개 올리니 곧바로 폐차 경매가 시작되었다. 금액을 보고 한 곳을 고르니 2시간도 안 되어 기사분이 오셨고, 그렇게 내 차는 떠나갔다. 그리고 채 반나절도 되지 않아 말소증이 되어 돌아왔다. 이에 비해 사람은 여전히 느리다. 차에서 빼서 쇼핑백 두 개에 나눠 담아둔 짐을 자취방 한구석에 두었는데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리만큼 손이 안 간다. 한동안은 저 상태로, 흩어지지 않은 덩어리 그대로 두고 싶다.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각자 올해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내 키워드는 점검이었다. 올해는 일 좀 그만 벌리고, 수렴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해로 살기로. 그 말을 꺼낸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집을 계약하고, 폰을 바꾸고, 차를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집이나 폰을 바꿀 땐, 그리고 이번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바꾸거나 떠나간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지속적인 감정을 느낀 적은 없었다. 평소에 자동차에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이름도 붙여준 적 없었던 소나타에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이 든다는 것에 더 싱숭생숭해진다. 20년을 함께 한 세월의 깊이는 무시할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