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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Mar 06. 2025

나는 이렇게 죄를 짓는다.

주방 내가 텃밭이라고 일궈놓은 땅은

원래는 흙밭이 아니라

석분가루가 단단히 굳어진 쓸모없는 땅이었다.


그곳을 쓸모없이 내버려 두니

언젠가부터 씨앗이 날아들어 잡초가 자랐다.

그런 땅을 한 사 년을놀렸나?


주방 앞이기도 하고

버려두기만 뭐해서

그곳에 카지노 게임를 뽑아 던지고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사 년 만에

카지노 게임들을 뽑아내고 보니

석분가루 투성이에 삽자루 끝하나

들어가지 않던 매딘 땅이

검은흙이 포실포실한 땅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그 땅의 카지노 게임덤불을 째려보며

어서 저걸 뽑아 던져 버려야 될 텐데. 생각할 때

카지노 게임는 그 거친 땅을 생명의 땅으로

만들고 있었던 거다.


카지노 게임는 석분투성이었던 그 땅에

끝끝내 뿌리를 내렸다.

기어이 뿌리내린 카지노 게임는

뿌리 사이에서 미생물을 키우고

흙 틈새 곳곳에

지렁이가 꿈틀대는 건강한 흙을 만들어 냈다.


카지노 게임는 없다는 책에서

윤구병선생님이 말했듯이

카지노 게임는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게진짠가보다.


겨울 초입에텃밭을 정리하면서

내가 또 새삼놀란 것은

그 카지노 게임들의 놀라운 자연복원력이요.

흙을 되살리는 힘이었다.


내가 게으름을 피우며

두어 달 텃밭을 잡초 천국으로 내버려 두는 동안

부지런한 카지노 게임들은빽빽하게

육십 센티 혹은 칠십 센티 남짓 무성하게자랐다.


그놈들을모두 뽑아 던지고

호미로 땅을 긁어보니

이제 그 땅은 원래 그랬던 땅인 것처럼

더욱더 보실 보실거렸고푹신거렸다.

그렇게 부드러워진 흙을 긁어내는

호미 끝은편안했다.


잡초가 보기에 흉하고 못마땅해서

뽑아 내던지긴 했으나

그 카지노 게임들 덕에

아무것도 살지 못했던단단한 석분가루 땅이

이처럼 훌륭한 땅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자연의 힘에경이로움을 느낀다.


자연은 생명을 부르고

또 다른 생명을 살게 하는 너그러운 품이 되어준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텃밭 카지노 게임도생명을품는

자연의 일부라는 걸 이젠 알겠다.

이제야 알겠다.


내 텃밭 위 카지노 게임는

석분가루 땅을 부드러운 흙밭으로 만들어

생명을 불러들이고

생명을 품어 살게 했다.

내가 쓸모없다 생각하던 카지노 게임는 잡초대로

자연 안에서 일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80살이 넘어 한글을 깨치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매일 일기를 써서 책을 펴낸

90살 시골 할머니 작가님이 생각난다.


할머니 작가님이 마당의 카지노 게임를 뽑아내며

책에 쓰셨던 문장이 떠오른다.

작가님은 카지노 게임를 뽑으며 드는 생각을

그렇게 표현했다.


카지노 게임 오늘도 이렇게 죄를 짓는다.


마당의 귀찮은 카지노 게임를 뽑아내며

생명을 뽑아 던졌다. 미안함을 느끼는 심성이라니.

자연과 생명에 대해 그녀가 평생 몸소 깨우친

인생철학이 어떠한 결이던가. 느껴져

마음이 숙연해졌다.

나는 그 짧은 문장 위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90년 인생을 살아오며

인생을 통찰해 온 그녀의 시선에는

이제 겨우 50년 인생을 넘어온 내가

넘볼 수 없는 인생 내공이 숨어있었다.


그분에 비해 인생 내공이 빈약한 나는

나를 괴롭히는 망할 놈의 카지노 게임들의

질긴 생명력을 오히려 탓만 하였지,

멀쩡한 생명을 뽑아 던지니

내가 이렇게 죄를 짓는다.

라는 생각을해보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그 마음은 여전해서

마당에서 번성한 카지노 게임들을 볼 때마다

어서 저것들을 뽑아버려야 할 텐데.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

생생하게 초록물이 올라

생명이 충만한 카지노 게임를 뿌리째 뽑아 던지다 보면

할머니 작가님의 문장,

나는 오늘도 이렇게 죄를 짓는다.라는 말씀을 기억한다.


카지노 게임는 거칠고 생명 없는 땅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인생내공이 부족한 카지노 게임

그러한 카지노 게임를

여전히 매몰차게 뿌리째 뽑아 휙휙 던진다.


이제야 겨우

카지노 게임의 위대한 힘과

잡초가 가진 생명의 의미를 깨달으면서도 말이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죄를 짓는다.

그것이 죄인 줄 알면서도 죄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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