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죽어나간 터에 다시 사람이 살아지쿠과.
며칠 전 볕이 따사롭기에
혼자서 차를 몰고 나가
동쪽 해안가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던 길,
해안가 카지노 게임 끝에있는 4.3 기념관에 들렀다.
기념관 바로 앞에는
4.3 때 카지노 게임 사람들 수백 명이 희생된 옴팡 밭과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춘 문학비가 있다.
그리고 그 주위 소나무 밭에는
4.3 당시 희생된 애기 무덤들 20기가 있다.
얼마 전에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춘 작품을 다시 읽었다.
소설을 읽다가 그 카지노 게임 4.3 기념관 앞에 있는
순이 삼춘 문학비와 애기 무덤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4.3 기념관 앞에 차를 멈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기념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념관에 들어섰다.
기념관을 방문한 십여 명의 한 무리를 만났는데
육지에서 4.3 역사길 답사차 내려온
도서관 관장님들 모임인 듯했다.
마침 그 무리에게 해설을 담당한
해설자 선생님의 설명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나는 그들 무리에 슬그머니 끼어 설명을 들었다.
기념관에서 해설이 끝나고
우리는 기념관 앞 뜰로 나가
기념관 뜰에 세워진 위령비 앞에서 묵념을 했다.
그리고 해설자는 긴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해설자는 스크랩한 순이삼춘 소설 속 몇몇 문장들을
꺼내 들고서 참가자 몇 분에게 낭독을 권했다.
나는 한 참가자가 육성으로 읊는
순이 삼춘 소설 속 문장을 들으며
눈을 감고 소설 속 장면을 상상했다.
동쪽 해안가 카지노 게임 그곳은
온 동네 각 가정마다 제사 날짜가 같다.
음력 섣달 열 여드레 날이 되면
한 날 한시에 카지노 게임 모든 가정이 제사를 지낸다.
마당에 하얗게 깔려 있던 것도 싸락눈이었다.
그 시간이면 이 집 저 집에서 그 청승맞은 곡성이 터지고
거기에 맞춰 개 짖는 소리가 밤하늘로 치솟아 오르곤 했다.
한날한시에 이 집 저 집 제사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날 우리 집 할아버지 제사는 고모의 울음소리부터 시작되곤 했다.
이어 큰어머니가 부엌일을 보다 말고 나와 울음을 터뜨리면
당숙모가 그 뒤를 따랐다.
아, 한날한시에 이 집 저 집에서 터져 나오던 곡성 소리,
음력 섣달 열 여드렛날,
낮에는 이곳저곳에서 추렴 돼지가 멀구슬나무에 목매달려 죽는소리에
온 카지노 게임이 시끌짝했고 5백 위도 넘는 귀신들이 밥 먹으러 강신하는 한밤중이면
슬픈 곡성이 터졌다.
순이 삼춘 본문 중에서
위령비 앞 바다에선 거칠고 날센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는 해설자를 중심에 놓고
둥그렇게 모여 서서
참가자가 읽는 소설 속 문장 몇 구절들을 함께 들었다.
슬그머니 눈물이 차 올랐다.
나는 누가 볼까 싶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집게손가락으로 양 눈초리를 슬쩍슬쩍 닦아냈다.
단체 속 몇몇 사람도 나처럼
남들 모르게 슬쩍슬쩍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우리는 위령비 옆 옴팡 밭으로 자리를 옮겼다.
옴팡 밭에는 순이 삼춘 문학비가 서 있고
문학비 앞에는 검은색 고무신 한 짝과
정갈한 흰 고무신 한 짝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현무암을 깎아 만든 순이 삼춘 동상은
소설 속 장면처럼
옴팡 밭 가운데에 웅크려 모로 누워있었다.
그 밭이 일주도로에서 한 밭 건너에 있었음에도
이십일이 넘도록 사람 눈에 안 띈 것은
거기가 후미지고 옴팡진 밭인 데다 밭담으로 가리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흰옷 아닌 밤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어서
더더욱 눈에 안 띄었을 것이다.
서울 우리 집에 올라올 때 입었던 밤색 두루마기에
따뜻한 토끼털 목도리까지 두르고 자는 듯 모로 누워 있었다.
머리맡에는 먹다 남은 꿩약 사이나가 몇 알 갱이 흩어져 있고……
순이 삼춘 본문 중에서
그날 내 눈에는
화강암으로 조각된 순이 삼춘 동상이
동상으로 보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옴팡 밭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순이 삼춘 모습으로 보였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정말로 그랬다.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나는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내 시선은 줄곧 웅크린 채 모로 누운
순이 삼춘에게로 향해 있었다.
소설 속 문장들이 새겨진 화강암 비석들은
옴팡 밭에서 희생된 그들처럼
이리저리 불규칙적으로 눕혀져 있었다.
당시 옴팡 밭 희생자들은
무밭에서 아무렇게나 뽑힌 무들처럼
이리저리 누워있었다. 했는데
그것들도 그렇게 놓여있었다.
수백 명의 카지노 게임 사람들이 죽어간 옴팡 밭엔
화산 송이 자갈들이 붉게 깔려 있다.
나는 옴팡 밭 화산송이 위를 자박자박 소리 내어 걸으며
그 붉은 화산송이 자갈들이 그때 희생된 이들
핏물을 머금어 여태 붉은 거라 생각했다.
그 당시 일주도로변에 있는 순이 삼촌네 밭처럼
옴팡진 밭 다섯 개에는 죽은 시체들이 허옇게 널려 있었다.
밭담에도, 지붕에도, 듬북눌에도, 먹구슬나무에도
어디에나 앉아 있던 까마귀들.
까마귀들만이 시체를 파먹은 게 아니었다.
카지노 게임 개들도 시체를 뜯어먹고 다리 토막을 입에 물고 다녔다.
사람 시체를 파먹어 미쳐버린 이 개들은 나중에 경찰 총에 맞아 죽었지만.
그 많던 까마귀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순이 삼춘 본문 중에서
기념관 뜰 애기 무덤들 앞에서 해설자는 말했다.
제주에서는 애기가 죽으면
동네 사람들이나 친척들이
죽은 애기 부모 몰래
아무 곳에나 봉분도 없이 묻어버린다 했다.
부모가 죽은 애기랑 정을 떼라고 그리 한다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건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애기랑 정을 떼라고
부모도 모르게 봉분도 없이 아무 곳에 묻어버린다니.
봉분도 없이 아무 곳에나 묻힌 애기는
찾아오지 않는 부모 때문에 얼마나 슬플 것이며
자식이 어디에 묻힌 건지도 알 수 없는
애기를 잃은 부모 마음은 또 얼마나 슬플까.
매년 4.3이 다가오면
이 애기 무덤들 앞에는 죽은 애기들을 위로하고자
사탕이나 장난감, 신발 그러한 것들이 놓인다.
나는 그날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사탕 네 개를 애기 무덤 앞에 조용히 올려두었다.
내가 사탕을 내려놓은 돌 위에는
자그마한 파란색 비행기 장난감이
뒤집어진 채 놓여있었다.
내 가까운 지인 중에
과거 방송국 피디였던 나이 지긋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이십 년이 넘도록 사삼사건 취재로
세월을 보내셨다.
언젠가 그 분과 올레길을 같이 걸을 때였다.
길을 걷던 우리는 동쪽 해안가 카지노 게임로 들어섰다.
순이삼촌 소설에 등장하는 바로 그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 카지노 게임에 터 잡고 살던 집집마다
어느 집은 온 집안식구들이 몰살을 당하거나
한 집당 적어도 가족들 둘셋은 죽임을 당했다 했다.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어린 젖먹이부터
누나 동생 고모 삼촌
큰아버지와 작은 어머니,
할머니와 큰 할아버지 등등
당시 화를 피해 간 집은 단 한 가정도 없었다 했다.
우리가 그 카지노 게임에 들어섰을 때,
지인은 나에게 그 카지노 게임에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기에 가까운 4,3 피바람 속
그 살육의 현장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남자의 이야기.
팔에 완장을 차고
자신이 태어나 자라온 카지노 게임 동네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몬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지인이 말하기를,
그 이야기는 4.3 사건이 있고 육십여 년이 지난
2000년 언제쯤인가 벌어진 일이라 했다.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 속 그 남자는
완장짓을 하며 4,3에 용케 잘 살아남았고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평생을 살았단다.
남자는 늙고 병들어 명이 다해가자
제주 해안가 카지노 게임 자기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했더란다.
그가 죽자 아버지, 할아버지의 어두운 과거 업보를
알리 없었던 남은 가족들은
그의 유언대로 그의 관을 들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아버지 고향으로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 공동묘지에서
그의 관을 하관 할 때
묘지를 지나가던 동네사람이 물었다.
누구네 식군데 여기에서 장례를 치르는 거요?
네. 저희 아버지 고향이 여깁니다.
제 아버지 성함은 ㅇ아무개입니다.
그러자
육십여 년 전 피에 얼룩진 그의 죄 많은 과거는
어제 일처럼 생생히 되살아나
부메랑처럼 그의 가족에게 되돌아왔다.
ㅇ아무개가 죽어 고향땅에 묻히고자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동네주민은 그 길로 카지노 게임로 곧장 달려갔다.
그는 카지노 게임 방송 마이크를 켜고서 흥분하여 외쳤다.
우리 카지노 게임 온 동네식구를 몰살시키는데
앞장섰던 ㅇ아무개가 시체가 되어 돌아왔노라고.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카지노 게임 주민들은
들과 밭에서 일하던 일손을 멈추고
곡괭이와 호미, 낫을 치켜들고서
그 남자의 장례를 치르던 공동묘지로 달려갔단다.
육십여 년 전 그 남자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 아들들과. 딸을 잃은 이들과
삼촌. 고모. 이모와
젖먹이 자식들을 잃은 당사자와
그들과 연관된 친인척들은
그 남자의 영혼과 육신에 베인
피 비린내 나는 과거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육십여 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그 남자의 죄를 생생하게 또렷이 기억하여
본인들의 아들에게로 손자에게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왔던 것이다.
분노에 쌓인 카지노 게임 사람들은
고향 땅에 묻히기를 기다리며
카지노 게임 공동묘지 바닥에 드러누운
그 남자의 관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관은 카지노 게임 사람들 손에 들린
낫으로 찍히고 곡괭이로 부서졌다.
그의 시체는
그의 유언대로 고향카지노 게임에 묻히지 못했다.
평생 그 남자의 과거를 모르고 살았던
그의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다가
이와 같은 일을 당하여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남자의 가족들은
부랴부랴 그의 관을 수습하여 들쳐 매고
다시 육지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카지노 게임 한복판 올레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구불거리는 카지노 게임 길을 걸으며
이야기 속 모습을 상상했었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라기엔 믿기지가 않았다.
하긴 그래.
살다 보면 현실은 영화나 소설보다
더 비참하고 비극적이기도 하더라.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이 중산간 카지노 게임 한구석에는
넓적한 돌에 새겨진 추념비가 있다.
사라진 카지노 게임.로 시작된 그 추념비는
사삼 때 사라져 버린 중산간 카지노 게임인
이곳을 기록한 것이다.
그 기록에 따르면
오십여 가구가 오손도손 살던 카지노 게임이
사삼사건으로 인해
불타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말하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카지노 게임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가족 전체가 몰살당하거나
고모네. 삼촌네. 이모네. 뒤엉켜 살던
씨촌카지노 게임이 사라짐으로써
넓게 펼쳐진 이 카지노 게임터는 주인들을 잃었다.
온 동네가 불타사라 지고
죄 없는 카지노 게임사람들이 불타는 연기처럼 사라졌을 때
그 누군가는
주인 없는 집. 땅. 초원. 목장에 눈독을 들였다.
물욕에 눈이 먼 인간들은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카지노 게임 전체가 화를 당해 온 가족이 몰살당했고
각 집마다 집안 어른들이 죽었다.
주인 잃은 집터와 목장과 밭들은 여기저기 즐비했다.
그들은 어찌어찌 서류를 조작하여
자기 명의로 땅과 집을 돌려놓거나
죽은 이들의 그나마 살아남은 혈육인,
친척들과 사돈의 팔촌을 물어물어찾아가 말했단다.
온 가족이 죽어나간 그 집터에
다시 사람이 살아지쿠과.
그 땅 닭 두 마리에 나한테 팝서.
난리통이었던지라
그 말을 듣는 이도 배를 곯고 있던 참에
그냥 경헙써. 하고는
닭 두 마리에 땅을 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피바람 속에서 땅부자가 된 그는
90살이 넘도록 잘 먹고 잘 살았다.
평생 꼬장 꼬장했고 말과 행동은 거침없었다.
우리 집 주변 십만 평도 넘는 초원의 땅주인 이야기다.
언젠가 동네 산책길에서 그 노인네를 마주친
남편이 회상하며 그렇게 말했다.
90살 넘은 그 노인은 모피 코트를 걸치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딱 달라붙은 청바지를 입었는데
무릎까지 올라온, 술이 화려하게 달린
웨스턴 승마부츠를 신었더라.
한눈에 보아도 예사로운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모은 땅을 아들들에게 떼어주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 목장옆 끄트머리 수만 평을 받아
다른 이름으로 목장을 지어 들어앉았다.
그의 아들은 또 그의 아들에게 목장을 넘겨주며
지역 유지로 대우받으며 지금을 산다.
나는 집 주변 십만 평 땅주인 이야기를
4.3때 살아남은 동네 어르신을 통해 들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그 노인에 대해 늘 뒷말을 했다.
그 노인네가 부도덕하게 재산을 모아선지
그의 여러 자식들 삶은 평범치 않았고 불행하다 했다.
다 그 노인의 업보 때문에 자식들이 화를 당한 거라며
동네 어르신들은 쑥덕였다.
우리 집 주변 십만 평 땅주인 이야기를 첨 들었을 때
나는 인간의 추접스러운 물욕에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진짜 그랬다.
소 키우고 말 키우던 말테우리들이
어우렁 더우렁 살던 이 중산간 동네에는,
예전에 이곳이
사라진 카지노 게임이 있었음을 알리는 추념비와
지나가는 바람에 쏴아아 흔들리며
과거에 그곳이 집터였음을 알리는
대나무 군락만이 여전히 서있을 뿐이다.
우리 동네 초원 군데군데 서있는
수백 년 된 팽나무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팔십 년이 넘도록 군락진 대나무들은
말없이 지켜봤을 거다.
불타오르는 카지노 게임과 콩 볶는듯한 총소리와
죽어가는 사람들과
불타버린 집터들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고 돌아
탐욕스러운 노인네 뱃속으로 들어가는 역사를 말이다.
집 주변 초원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초원 귀퉁이 이곳저곳에
야무지게 무리 진 대나무 숲들을 본다.
초원을 훑으며 바람이 지날 때마다
그 대나무들은 서로에게 몸을 비비며
스스스슥하며 음산하게 운다.
나는 대나무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팔십 년 전 이곳에 억새 지붕을 이고
대나무들 앞에 서 있었을 초가집들과
돌담들과 카지노 게임길을 걷는 상상한다.
자그마한 흙마당엔 봉선화가 피고 지고
장대로 지지해 둔 줄에는 희어연 빨래들이
바람에 펄럭였을테지.
이맘때쯤이면 돌담밑에는 수선화가 피었으리라.
은밀하게 집을 감추며
구불구불하게 돌아들어간 카지노 게임 돌담 올레길에는
누렁개가 달려 나와서 지나가는 나를 경계하며
웡웡웡 짖어댔을 테지.
대나무 숲을 낀 초가집마다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을 테지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