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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새벽 Apr 04. 2025

무료 카지노 게임: 야박한 삶의 구원자

취미 생활에 대하여

이천...한 십팔년 정도였나. 그때도 내 삶은 가정-회사-방송만들기와 글쓰기로 가득차 있었고 루틴이라면 아침에 책 읽으며 출근하여 정신 없이 일하다가 점심시간엔 어디 짱박혀 방송원고 쓰고 저녁땐 사람들 만나 책 얘기, 창작 얘기로 목에 핏대를 세우곤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취미가 없지?


인생은 이미 할 일로 가득차 있었다. 즐거움도 많았다. 그러나 꽉 찬 일과표를 보니 뭔가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내게도 아무 생각 없이 머리비우고 즐길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았다.

"혹시 취미가 뭐야?"

문득 옆자리의 후배에게 물었더니 그씨익 웃으며 셔츠 안쪽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보여줬는데 그게 LG트윈스 티셔츠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

"네 형님. 무료 카지노 게임 안 좋아하세요?"

무료 카지노 게임라. 평생 스포츠 보기에 관심 없이 지내온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몇 명이서 겨루는 게임인지조차 몰랐다.

"한번 같이 가시죠."

"그러자."

우리는 바로 날짜를 잡았다.


며칠 뒤 후배와 도착한 잠실 경기장. 엄청난 수의 관객, 역에서부터 경기장 앞까지 늘어선 상인들, 엄청나게 큰 경기장, 모든 것에 압도돼 버렸다. 자리에 앉고 경기가 시작되자 후배가 친절하게 정보들을 주입해줬다.

"저 선수는 미국에서 활약하다온..."

"저 선수는 이번에 이적했는데 타율이 좋고..."

"지금건 병살타. 내야 플레이가 좋았네요."

얼떨떨했던 1이닝이 끝나고 보니 어느새 맥주잔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맥주를 한 잔씩 더 마시기로 했다.


5이닝이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뭐랄까, 그때부터 조금씩 그 분위기에 녹아들었던 것 같다.

"박용택 홈런!"

"채은성 넌 빛나고 있어(반짝반짝)"

"무적LG오지환~ 무적LG오지환~"

응원가도 금세 따라부를 수 있었다. 중요한 순간 안타가 터져 나왔을 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경기는 트윈스의 승리였고 나는 후배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 즐겁다.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해 여름, 시간만 나면 무료 카지노 게임장에 갔다. 이 친구 저 친구 불러서 다니고 심지어 혼자도 갔다. 무료 카지노 게임장에 다니다보니 느끼게 있는데, 스포츠 직관은 종교행사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1. 우선 큰 홀에 모여 앉는다.

2. 다 같이 기도한다(제발 안타 나와라)

3. 다 같이 일어나서 노래한다 (사랑한다 LG~)

4. 끝나면 뭔가 개운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간다.

트윈스가 나의 종파였고 잠실구장이 우리 교회였다. 내가 특히 따르는 장로님은 김현수라고, 당시 4번 타자였다.


다음 해에 첫째가 태어났다. 6월생. 한창 무료 카지노 게임시즌이었다. 애를 먹이면서 재우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뭔가를 동시에 하는 건 힘들었다. 나의 무료 카지노 게임 사랑은 그렇게 1년만에 오프시즌으로 들어갔다.


*


시간이 흘렀다. 채은성은 이글스로 이적했고 김현수는 노장이 됐다. 트윈스는 그 사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2024년 11월, 나와 아내는 아이를 둘 더 낳았다.


*


집에 갓난애기들이 있다보니 삶이 단조로워졌다. 제일 큰 변화는 퇴근 후 술자리가 없어졌다는 거였다. 빨리 집에와서 애 봐야지 술은 무슨 술.

한 번 해본 거지만 아이 키우는 건 역시 보통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엔 쌍둥이. 트윈스였다. 아이들은 교대로 울어댔고 우리 부부는 잠이 부족해 퀭한 얼굴을 하고 눈이 충혈된 채 다녔다.

그리고 겨울이 끝날 때쯤, 아이들이 드디어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 말은, 밤에 애들을 재우고 나면 할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 2025 프로무료 카지노 게임가 개막했다. 다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볼 시간이었다.


*


트윈스는 최근까지 7연승을 했다. 이제 시즌 초반이라 앞날을 장담할 순 없지만, 매일 저녁 무료 카지노 게임 보는 게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김현수는 예전 같지 않지만 우리에겐 문보경이 있다.(그는 이번 시즌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렸다) 박해민도 있고 신민재도 있고 오스틴도 있고, 무엇보다 임찬규가 있다. (그는 최근에 완봉승을 했다.)

몇 년 무료 카지노 게임계를 떠나(?) 있었던 것에 대한 한풀이인지, 요새는 MLB까지 챙겨본다. 이정후 선수가 활약 중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오타니의 LA다저스, 그리고 김하성 선수가 입단한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나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고 있다. 세 팀 다 성적도 좋고 응원하고 싶은 선수도 많아 (특히 오타니-베츠-에드먼으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타석이 감상할만하다) 볼이 미트에 박히는 소리와 시원한 안타 소리,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


자기 전엔 무료 카지노 게임에 관한 책을 읽는다. 무료 카지노 게임 전문기자 김종건은 명저 <무료 카지노 게임가 10배 더 재밌있어지는 55가지 이야기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도 5할을 치지 못했다. 3할을 치면 잘했다고 인정받는다. 어떤 스포츠도 30%의 성공 확률에 칭친하지 않는다. 30%의 성공 확률로 인정받는 경기는 오직 무료 카지노 게임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책임'이란 단어를 더 자주 듣게 된다. 그 사람, 프로젝트 실패에 책임지고 물러났대. 이번 사건에 대해 모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다더라. 이런 말들 말이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어떻게 실패했다고 개인에게 책임을 씌우냐. 회사가 다같이 결정한 것들 아닌가. 실패했으면 원인을 찾아 다음을 기획해야지, 사람 날려버리면 다음 문제가 해결이 되나...

생각할 수록 사회는 야박하다.

그래서 우리에겐 소리지를 곳이 필요하고 응원과 함성이 필요하며 시원한 타격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듀얼모니터의 한쪽은 오늘도 잠실구장을 비추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타이거즈와 트윈스의 경기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30%의 성공확률에 박수를 보내는 자애로운 종목.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야박한 삶의 구원자다.


아, 경기 시작한다. 한 마디만 하고 가야지.

오늘도 자신만의 타석에서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는 모든 사람들 화이팅!


무료 카지노 게임이미지 출처: unsplash





하루 5분, 영어 기사로 공부하는 유튜브 <영영영어에서 김하성 선수편 보기

https://youtu.be/6DNOwM2snos?si=joYv23U-yPJdMS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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