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종주 37일 차 : 오키카지노 게임 세소코~아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가장 먼저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했다. 어제 묵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수족관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오키카지노 게임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곳으로, 여러 방송에서도 소개되다 보니 오키카지노 게임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곳이다.
오사카에서 쉬면서 유명한 가이유칸 수족관에도 들렀었다. 가이유칸의 관람객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사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아버지의 심정을 나 역시 이해할 것 같았다. 어른이 된 내겐 수족관은 이제 유치하게만 느껴졌다. 더 이상 수족관을 즐길 수 없는 것, 이전에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을 다시 돌려봐도 재미가 없는 건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개관 전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8시 30분이 되자마자 입장했다. 시간에 쫓겨 유리창 너머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대충 눈으로 훑어보며 빠른 걸음으로 수족관을 통과했다. 가이유칸보다 어종 자체는 다양하지 않은 것 같았다. 거의 15분 만에 이곳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고래상어 코너에 도착했다. 이전까지 보고 온 수족관도 오로지 이 한 코너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애피타이저 같았다.
영화관을 콘셉트로 한, 마치 대형 스크린 위에 상영되는 영화처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고래상어 수족관은 그 웅장함 하나만으로도 다양성의 부족함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수족관을 청소하던 잠수부와 비교해도, 성인 10명은 합쳐야 할 엄청난 거구를 자랑하는 고래상어가 빙글빙글 수족관 내부를 돌고 있었다. 수족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라는 내 편견을 깨부술 만큼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다.
조금 지나자 교복을 입은 학생이 우르르 몰려왔다. 수학여행으로 온 일본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제주도가 있지만, 이런 수족관을 수학여행으로 올 수 있다는 게 내심 일본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본 이상 웬만한 수족관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뇌가 된 기분이었다. 일본 종주의 단점이라고 하면, 지나오면서 너무 많은 명소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마치 이 세상 수백 종류의 맛있는 음식을 아껴가며 먹지 않고 단 한 번에 먹어치운 것과 같다. 성취감은 좋지만 이제 웬만한 풍경에도 감흥이 없어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수족관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먹구름이 뒤덮인, 을씨년스러운 하늘이 날 반겼다. 오키카지노 게임까지 와서 이틀째 에메랄드 바다도 보이지 않는 흐린 날씨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츄라우미 수족관 위로 오키카지노 게임의 북부에 오는 여행객은 거의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니 바다는 원 없이 볼 수 있었지만 전혀 오키카지노 게임의 바다 같다는 인상을 느끼지 못했다. 북부에 오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날씨 때문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가는 내내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쓸쓸한 파도소리만 내 라이딩의 단짝이 되어주었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충고해 준 것처럼, 인적이 드문 도로에는 차에 짜부라진 뱀 시체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오후 2시 즈음 오키카지노 게임의 최북단인 헤도곶에 도착했다. 최북단을 상징하는 커다란 비석이 보였다. 헤도곶에는 많은 관광객이 아닌, 수많은 오키카지노 게임의 명소 중에서도 하필 이곳에 흥미를 느껴 찾아온 몇몇 특이한 관광객만이 드문드문 걸어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와! 여기가 최북단이야!’라는 인상보다는 ‘음, 최북단이군.’이라고 말하는 듯한 감흥 없는 인상만이 느껴졌다.
헤도곶 주차장에 앉아 메론빵과 음료를 먹었다. 마지막 편의점 이후로 이제 100킬로 동안 편의점이 없을 예정이었다. 얀바루 국립공원으로 대표되는 이곳 오키카지노 게임 북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있지만 동시에 대부분의 관광객이 잘 찾아오지 않는 오지이다. 나 역시 오키카지노 게임를 한 바퀴 일주해야 한다는 사명감 따위가 없었더라면 아마 평생 오지도 않았을 곳일지도 모른다.
헤도곶 이후로 차량들은 거의 30분에 한 대 간격으로 도로를 지나갔다. 도로를 통째로 전세내고 나 혼자 쓰는 기분이었다. 도로에는 야생 새들의 흐릿한 울음소리와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드문드문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조차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고적한 해변가에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만이 화이트 노이즈처럼 도로에 깔려 있을 뿐이었다. 흐린 날씨 탓에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곰이 오키카지노 게임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지, 일본 본토였더라면 두려움에 떨면서 라이딩을 했을 것이다.
도로에는 ‘얀바루쿠이나(흰눈썹뜸부기)’라고 불리는, 이곳 오키카지노 게임에서만 서식한다는 일본 천연기념물 주의문이 많았다. 거의 100미터 간격마다 얀바루쿠이나를 조심하라는 주의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불행하게도 도로를 달리는 내내 주의문 개수와는 별개로 얀바루쿠이나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얀바루쿠이나는 그렇게 한국의 고라니만큼 자주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듯했다.
외진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넘어서 오후 4시쯤 아다라는 오키카지노 게임 북부의 정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런 오지에서는 라이딩을 하다가 오후 늦게 조금이라도 어두워졌다가는, 불빛도 없는 공포의 라이딩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저녁이 되기 전 라이딩을 멈추었다.
숙소는 숙박 앱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현지인에게 사정사정 부탁해서 전화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숙박비는 석식과 조식 포함 6,000엔이었는데, 밥은 먹지 않겠다 하니 숙박비가 3,600엔으로 꽤 저렴해졌다.
석식 대신 대충 마을의 마트에 가서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필 이날 마을의 유일한 마트가 휴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편의점에서 산 군것질거리들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로라도 배를 채울 각오를 하고 숙소로 갔다.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 한분께서 카지노 게임서 방과 샤워실, 세탁기 등을 안내해 주셨다. 내가 묵을 곳은 작은 컨테이너 박스 안의 다다미로 된 방이었다.
“밥은 먹을 거야?”
“네? 저 전화드렸을 때 밥 예약을 안 했는데….”
“그럼 밥은 어떻게 할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마트가 하필 휴무더라고요.”
“그러니까 물어본 거야. 그냥 돈 안 받아도 되니까, 저녁 먹고 싶으면 해 줄게. 아무 요리나 상관없지?”
극구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지만, 아주머니는 쿨하게 주방으로 홀연히 들어가 버렸다. 쫄쫄이를 입은 내 차림새가 꽤 배 곪은 듯한 인상을 팍팍 풍겼나 보다. 이윽고 정성스러운 반찬들과 함께 쇼가야키 정식이 나왔다.
고개 숙여 마음 깊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식사를 하지 못했다면 내일 편의점이 나올 때까지 자판기 음료수로 연명해야 했을 것이다. 고생한 것을 떠나서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쇼가야키는 정말 밥이 술술 들어갈 만큼 너무 맛있었다. 아니,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았던 건지 김치까지 있었다.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니겠다 싶어 싹싹 긁어서 알레르기가 있는 사과까지 먹어치웠다.
오키카지노 게임의 시골 밖을 잠시 걸어보고 싶었지만, 깜깜해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까 봐 무서워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6시가 되자 “학생 여러분, 집에 돌아갈 시간입니다. 지역 주민 여러분, 항상 아이들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방송이 마을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마치 옛날 시골에서 마을 이장님이 하는 방송처럼, 일본의 시골 마을은 대체로 어딜 가나 그런 방송이 나온다. 한국도 아직 시골 마을에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오키카지노 게임는 11월에도 숙소에 모기가 날아다녔다. 이불속에 파묻혀서 <남극의 셰프라는 영화를 보면서 잠에 들었다. 예전에 봤던 영화였지만,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일본 영화 특유의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마치 오키카지노 게임 사람들의 인심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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