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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Mar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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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생각보다 위험해 - 두 번째 이야기

부엌에는 칼이나 가위처럼 그 자체로 위험해 보이는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싱크대 선반이나 냉장고 등은 그 자체로는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반이나 냉장고에 물건을 많이 쟁여놓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늘 하는 일이라 생각 없이 한 손으로 물건을 꺼내려하거나, 제대로 보지 않고 더듬더듬 무언가를 찾다가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또 나처럼 키가 작은 사람은 싱크대 맨 위 선반의 물건을 꺼낼 때, 사다리나 의자에 올라가서 꺼내야 하다 보니 잠깐 한눈팔면 떨어져서 온몸을 다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다. 어떤 사람은 물건이 떨어질 때 재빨리 몸을 피한다. 또 어떤 사람은 그 물건이나 물체를 잡으려고 한다. 나는? 나는 피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물건을 잡으려 하기보다는 내 몸을 거쳐 떨어지게 한다. 그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바닥에 가해지는 충격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층간 소음을 온몸으로 막는 살신성인?의 자세라고 우겨대면서.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다친다고 그러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 몸 특히 내 발등은 무의식적으로 물건이 떨어지는 방향을 따라간다. 싱크대 선반에서 플라스틱 그릇이 떨어지거나 냉동실에서 물건을 꺼내다가 쌓여있던 다른 것들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발을 내밀어서 자주 멍이 들고 다치곤 한다. 친구 중에 한 명도 냉동실에서 떨어진 꽝꽝 언 비닐봉지에 발가락 골절을 입었다고 한다.


몇 년 전이었다. 샐러드를 하려고 양상추를 씻어놓고, 싱크대 선반에서 채소 탈수기를 꺼내다 삐끗하면서 넘어졌다. 평소에 잘 쓰지 않았기에 너무 깊숙이 넣어 두었나 보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가락으로 버티다 발가락이 젖혀지면서 탈수기와 함께 바닥으로 뒹굴었다. 많이 아팠다. 아프다 말겠지 했는데 종일 신경이 쓰였다. 남편에게 전화로 얘기했더니 부었냐고 물었다. 부은 건 잘 모르겠고, 힘을 많이 받지 않는 발가락이었기에 힘껏 디디지만 않으면 참을만하다고 대답했다. 아들 녀석이 방에서 나와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병원에 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난 근육이 좀 놀란 거라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그래서 그냥 집에서 며칠 쉬면 낫겠지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퇴근한 남편과 아들이 번갈아 병원에 가야 한다고 우겨서 하는 수 없이 동네 정형외과에 갔다. 발가락을 삐끗무료 카지노 게임니 우선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무료 카지노 게임. 방사선 사진을 들여다본 의사는 대번에 골절이란다. 근육은 버티려고 했지만 뼈가 견디지 못하고 똑 부러진 거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 ‘그렇게 쉽게 발가락이 부러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반 깁스를 하고 엉덩이 주사도 맞고 팔에 링거 주사액도 맞았다. 집에 가서 먹으라고 약도 처방해 줬다. 그리고 목발이 필요할 거라 무료 카지노 게임. 예전에 식구 중 누군가가 다쳤을 때 사두었던 목발이 있다고 했더니 그걸 쓰란다. 병원에 올 때는 걸어왔는데 집에 갈 때는 남편한테 업히다시피 무료 카지노 게임.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다음 날 다시 남편의 부축을 받아 병원에 갔다. 의사가 아무래도 전체 깁스를 해야겠단다. 의사 말이, 좀 불편하더라도 빨리 회복되려면 발가락이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 중환자처럼 발가락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초록색으로 딱딱하게 고정시켰다. 진짜 환자가 되었다. 움직이기가 더 불편해졌다. 혼자서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었다. 목발을 잡고 걸으려는데 팔에 힘이 없어서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목발을 잡고 한 발 한 발 계속 연습을 무료 카지노 게임. 점점 더 팔에 힘이 생겨서, 집안에서는 목발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살았다. 다행히 의사가 예상했던 날짜보다 며칠 일찍 깁스를 풀 수 있었다. 깁스를 풀고 나서보니 다리가 너무 가늘어져 있었다. 별로 많지 않은 근육이지만 한 달 만에 다 빠지다니. 두 발로 일어나서 걸으려고 했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서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한 달 정도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의사 말에 강제로 호사를 누리면서, 천천히 조금씩 스트레칭과 걷기 연습을 하면서 또 한 달이 지나서야 바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내 일터 부엌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내 몸이 움직이는 부엌일은 계속할 것이다. 대신 위험에 닥쳤을 때 ‘너무 용감하게 내 발과 손을 뻗어 그 위험을 껴안으려고 하지 말자’는 게 내 신념이 되었다. 그래서 내 몸에게 피하라고 제발 피하라고, 그래야 산다고 신호를 주고 세뇌를 시키고 있다. 그래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루의 대부분을 이 위험한 부엌에서 일하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련다. 제발,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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