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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운 Dec 22. 2024

나를 표현카지노 게임 추천 여러 가지 방법들

책: 마이클 핀클 <예술 도둑

왜 글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다가 엉겁결에 내뱉은 한마디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문장이었다. 그 말을 곱씹어보니 나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나아가 '자기표현이 없는 인생이 재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까지 이르렀다.


특히, 예술가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 행위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는데, 그들은 범인凡人보다 기민하고 예리한, 창조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가의 세계가 문화 소비자의 세계와 딱 들어맞으면 그 예술을 즐기는 이는 깊은 감동에 젖어 들어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과 같은 황홀경에 빠지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것이 가치 있는 예술품이 고가高價의 몸값을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훔친 도둑의 이야기를 간결하고 날렵한 문체로 풀어낸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은 까딱 잘못하다가는 범죄자의 편에 서서 그를 옹호하게 될 수도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작사, 작곡 능력을 갖지 못해서일까. 음악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고 해서 닳거나 사라지지 않지만 나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카지노 게임 추천 뮤지션이 있다. 음악을 카지노 게임 추천 이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어느 고집스러운 열성팬의 말도 안 되는 바람이겠지만 말이다.


그의 노래는 곧 내 인생 타이틀곡과도 같다.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 차에 타는 순간, 그의 음악을 재생함으로써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3분 만에 어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곡은 나를 표현하기에 부족한 느낌이 든다. 너무 대중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죄 없는 아티스트에게 이상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물며, 형체가 있고 소유가 가능한 예술품이 내 인생을 대변할 수 있다면, 이를 욕심내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교환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그 작품을 소유하기를 원할 것이다. 더구나 나를 닮은 그 미술품이 보호라는 미명美名 하에 속박되어 있다면 이를 해방시키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어디 나뿐인가? 하나의 좋은 작품이 두 사람, 세 사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경우라면, 이 예술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의 것인가? 아니면 너무나도 숭고한 뜻을 지니고 있어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야 하는 작품도 있지 않을까?


중국을 대표카지노 게임 추천 위대한 작가 위화 Yu Hua는 어린 시절, 읽을 책이 많지 않았기에 책을 한 권 얻게 되는 날에는 친구와 밤을 새워가며 필사를 하기도 했다. 필사본을 읽다가 친구가 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때면 자고 있는 그를 불러내어 화를 내기도 했는데 그러면 친구는 졸린 눈을 비비며 그 부분을 읽어주기도 했다. 물론 다음 날에는 그 또한 친구에게 불려 나가 반쯤 감긴 눈으로 친구에게 책을 읽어줘야 했다.


파피루스와 금속활자가 위대한 이유는 오늘날 많은 애독자들을 위화로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텍스트로 표현된 예술 세계는 시대, 지역, 수량을 불문하고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며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약 5,000년 전에 존재했던 길가메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위대한 두 발명품 덕분이다.






이제 공유할 수 없는 예술품에 관한 문제만 남았다. 이 세상에 나와 브라이트비저 둘만 존재한다면 기꺼이 <클레브의 시빌을 내어주겠지만 <잠자는 목동은 양보할 수 없다. 박물관 관장보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모조리 내어줄 수도 있지만 나도 가끔은 <잠자는 목동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아마도 미술관은 세상에 존재카지노 게임 추천 수많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존재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카지노 게임 추천 그림을 보고 싶을 때마다 프랑스 뮐루즈에 있는 브라이트비저의 다락방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해방'이라는 포장지로 감쌌지만, 그것은 단순한 미술품 절도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까지 훔쳐갔다는 점에서 가중처벌 대상이 되어야 카지노 게임 추천지도 모르겠다.


"금전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지닌 의미 자체, 그리고 물건과 장소 사이의 맥락입니다." 책 속에 등장카지노 게임 추천 스위스의 어느 미술관장의 말이다. 가치 있는 의미를 담은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길 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창작물의 필연과도 같은 것이다. 나만 알고 싶던 그 가수가 현재는 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기 아티스트가 된 것처럼.


그림을 보는 것,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자기표현이다. 이 권리는 누구에게도 침해받아서는 안된다.








"문학 왜 읽어요?" 이제는 독서모임에서 일종의 밈 meme이 되어버린 이 질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바로 나다. 물론, 성인으로서 나름의 사회화 과정을 거쳤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뉘앙스로 물음을 던졌으나 구전口傳의 용이성을 위해 간결한 문장으로 다듬어져 하나의 유행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본명으로 한 번, 필명으로 한 번, 총 두 번의 공쿠르 상(같은 작가가 두 번 수상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을 수상한 로맹가리의 단편선 <새들은 페루의 가서 죽다는 비문학만 줄기차게 읽어 온 나의 독서 인생에서 너무나도 큰 난관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 머리에 무언가 남는 기분이 들어야 만족을 느끼는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효용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찰스 스트릭랜드가 나타나 "그 따위 멍청한 질문을 해?"라고 호통을 치며 내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쳤다.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그의 '천지 창조' 과정을 보면서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의 신경이 살아나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토록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기능을 하고 싶었던 이유, 또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계속 쓰고 있던 이유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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