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의 여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여운 Dec 25. 2024

카지노 게임, 이제 좀 친해져 볼까?

책: 위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카지노 게임은 우리나라에서 북한 다음으로 가까운 나라지만 내게는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경험의 조각들로 인해카지노 게임은 내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고, 어느새 그 나라의 이름만 들어도 어린 시절 골목길을 걷다가바닥에 눌어붙은 개똥을 만났을 때처럼 피해 다니기 바빴다.


이런 나에게 다정하게, 그리고 위트 있게 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카지노 게임의 위대한 작가 위화 YU HUA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소설가인 그가 쓴 몇 안되는 에세이로 10개의 단어로 카지노 게임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아, 진짜. 또 카지노 게임인이썼나 보네."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하려고 보니 컴퓨터 자판이뭔가 이상하다. 한자 변환키를 누른 것도 아닌데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한자가 튀어나온다. 아무리 한/영 키를 눌러봐도 세종대왕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한글을 입력할 수 없다. 짜증이 밀려온다.


지금 생각하면 언어 설정만 바꿔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windows가 지금처럼 직관적이지 않았다. 무엇이든 알려주는 유튜브의 존재도 없을(혹은 모를) 때였다. 무엇보다 나란 사람 자체가 기계치에 가까웠고 친구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카지노 게임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또 얼마나 시끄럽던지. 도서관은 층고가 높아작은 소리도 큰 소리로 증폭되는데,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카지노 게임어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의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에어팟이 있었다고 해도 과연 효과가 있었을지 의문이다.파플로프의 개가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것처럼 그 후로 나는 카지노 게임어를 들으면 두통이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나에게 카지노 게임은시끄럽고, 더럽고, 배려심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나라가 되었을까? 아니다,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지만 카지노 게임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 카지노 게임인이 그런 것이다. 그동안 위화를 비롯한 얼마나 다양한 카지노 게임 지식인들에게 감동받아 왔는가.


쑹훙빙의 <화폐전쟁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아 십 수년이 지났음에도 그 내용을 술술 말하고 다닐 수 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비롯한 수많은 명작들은 수 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그 속에서 열연하는 양조위 배우는 우리나라 배우들만큼이나, 아니 때로는 더 애착이 간다.


그리고 이 작가, 심상치 않다.


위화는 셀 수 없이 많은 모노크롬의 카지노 게임 민중 사이에서 홀로 폴리크롬으로 존재하는 듯하다.마오쩌둥의 사망 소식에 모두가 눈물 지을 때 혼자서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가 하면, 카지노 게임의 대표 지식인들이 '6월 4일 글쓰기'를 할 때 그는 '5월 35일 글쓰기'를 한다. 심지어 직업을 고를 수 없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본인이 원하는 업業을 쟁취하기도 한다.






혹시라도 카지노 게임에 대해 어떤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려 본사람이 있다면,굳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카지노 게임은 산채山寨와홀유忽悠의 나라이니까.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이 두 단어는 '모방'과 '허풍'으로치환할 수 있는데, 위화가이것들을 오늘날의 카지노 게임을 설명하기 위한 대표 키워드로 뽑았다는 점에서 그동안의느꼈던 카지노 게임인에 대한 반감이완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일종의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진 Chin 나라의 후예들은 어쩌다가모방과 허풍의 나라가 됐을까?아마도'문화 대혁명'이라는 범국가적 운동 안에서 개인의자유가 억압되고 박탈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세상에 전하고싶은 명확한 가치는 없지만 돈을 벌고 싶을 가장 좋은 방법은 인기 있는상품을 똑같이만들어 파는 것이다. 위협 앞에서 자신의 몸집을 크게 부풀려 과시하는 동물들처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블러핑 bluffing을 필요로 한다. 카지노 게임인들은 '허풍을 떠는 데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하니 그들에게 홀유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전략이 통하기쉽지는 않지만.






카지노 게임

아직 관련 서적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위 사진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스모글루의 연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가 채택한 이념과 사상을 소득 격차의 원인으로 보는 것인데 대체로 자본주의 국가가 사회주의를 채택한 나라에 비해 부유하다는 것이다.


한편, 카지노 게임은 하이브리드의 나라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드넓은 대륙에는 남한만큼이나 많은 빛이 반짝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영역에서 시장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고, 미국과 함께 2강强 경제 체제로 세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위화는 오늘날의 카지노 게임은 일부 영역에 여전히 자유가 결핍되어 있는 반면, 또 다른 영역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유가 넘쳐난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아마도 내가 가졌던 카지노 게임에 대한 선입견은 자유가 억압된 과거를 가진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서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은 이 책 속에서 묘사된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굶주리고 어려웠던 70년대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급격한 경제 발전 속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을 겪는 과정도 유사하다. 다만, 차이점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카지노 게임의 주권은 주석 主席에게 있다는 것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 책이 카지노 게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나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왜곡된 편견과 인식을 걷어내는 역할을 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역자의 글이 꼭 나에게 하는 말같았다. 고집 센 나의 인식을 변화시켜 준 위화에게도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소설을 장바구니에 몇 권 담아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