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런 날
오늘 아침
나는 갑자기 어지러운 사람이 됐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만 해도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다. 그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고대로 깼을 뿐인데 오늘의 나는 어지러운 사람이며 중심 잡을 수 없는 존재다.
어릴 때 청룡열차를 처음 탔을 때 같다. 거꾸로 도는 청룡열차에서 마치 쥐불놀이 깡통처럼 허공을 돌다 바닥에 패대기 쳐진, 회전하는 어지러움이다. 그래도 작년에 찾아왔던 어지럼에 비하면 오늘 아침은 견딜만하다. 대견하게도 나는 이제이 어지럼마저 어떻게 다룰지 알게 된 거다.
나는 최대한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들의 아침으로 빵과 과일, 구운 계란을 내주고 비상약을 먹은 뒤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아들은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뒤 방에 불을 꺼주고 등교했다.
마침 오늘은 신경과에 정기 예약이 돼 있던 날이었다. 미진한 어지럼이 남아 있지만, 약을 먹고 잠시 쉰 덕에 한결 나아진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 선생님과 오늘 있던 증상에 대해 대화를 나눴고 공황에 대한 비상약을 처방받았다.
병원을 나설 때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럼이 남아 있는 데 비까지 맞으니 갑자기 내가 몹시 아픈 사람 같다.
'뭘 좀 먹여야겠어!'
이럴 땐 스스로에게도 '먹인다'는 표현이 맞았다. 늘 그렇듯 빵이랑 커피가 떠올랐다.
'나를 먹어 봐! 너는 빵이랑 커피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애잖아. 게다가 지금은 아프기도 하니까 좋아하는 걸 먹어!‘
늘 그렇듯 내 마음은 쉽게 흔들렸다.
게다가 아침에 어지럼을 겪고도 진료가 끝나면 카페에서 글을 쓸 거라며 배낭에 노트북까지 챙겨 나온 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아픈 자의 본분을 떠올려 진중한 어른처럼 말했다.
'몸이 아플 때는 빵보다 죽이 더 낫다. 아무리 빵이랑 커피가 좋아도 오늘은 아니야!'
평소에 친구라며 신나게 놀다가 돌연 정색하며 태도를 바꾼 어른 같아 재미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나는 갑자기 어지러운 사람이 됐고, 여전히 어지럼이 남아있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내일 더 심하게 어지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나를 돌보는 게 맞았다.
아플 땐 죽!
죽 집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테이블마다 어르신이 앉아 있어서 순간 놀랐다. 노부부도 두 팀이나 있었고, 혼자 온 여자, 남자 어르신이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카지노 게임 후후 불며 힘차게 먹고 있었다.
뭐지? 세상 사람이 카지노 게임 이토록 즐기던 걸 여태 나만 모른 거야? 그게 뭐가 됐든 나만 동떨어진 것 같은 마음이 들자 외로워지더니 더 아픈 것 같았다.
이미 유럽이나 일본 노인들이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흔한 풍경이 됐다는 글을 봤을 때, 내심 그런 날을 기대했었다. 빵과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겐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며 호언장담 했다. 하지만 오늘 죽집 풍경을 마주한 순간 뜨건 죽을 후후 불며 먹던 어르신들이 일제히 비웃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너는 커피랑 빵을 거뜬하게 소화할 것 같지? 어리석기는!'
나도 조용히 어르신들 곁에서 뜨거운 팥카지노 게임 후후 불며 먹었다.
살다 보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 아무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수두룩하지만 사이좋게 갈 밖에!
오늘, 어지러운 사람이 되는 정도로 끝난 게 어디야! 나는 착한 아이처럼 약을 챙겨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 다시 글을 쓴다.
‘내일은 자고 일어나니 행복한 사람이 됐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