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푸꾸옥 Phu Quok (25.02.08-10)
"나도 여보랑 비행 갈 땐 일하러 가는 거 같지 않고 놀러 가는 거 같아서 좋아."
저녁 비행을 앞두고 남편이 그랬다.
매번 일하는 사람한테 얹혀서 나만 놀러 가는 것 같아서 맘 한구석이 미안했는데,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니 고마웠다. 진짜? 진짜? 하며 엄청나게 되물었다. 그는 내가 초조해 보일 땐 늘 그럼~ 하고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다.
푸꾸옥은 토요일 저녁 한국 출발, 월요일 새벽 한국 도착 일정이어서, 월요일 오전 반차를 쓰고 따라나서게 됐다. 금토일 일정은 퇴근하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가야 하는 게 힘들 때도 있는데, 토요일 출발은 휴일 반나절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더라도 여유롭게 집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한겨울에 여름 신발을 신고 출발할 수 있다는 점! 퇴근 후 출발 일정이면 차마 크록스를 신고 출근을 할 수는 없다보니 부피 큰 샌들을 싸들고 가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들고가는게 아니니 미안하기도 하고.
레이오버를 따라갈 때면 남편의 캐리어에 모든 짐을 다 넣고, 나는 가벼운 크로스백 하나 정도를 들고 출발하고는 한다. 파일럿이나 승무원들은 크루라인을 통해 출입국심사와 짐검사를 할 수 있어서 일반 탑승객보다 절차가 수월하고, 따로 캐리어를 부칠 필요 없이 비행기에 실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그래서 함께 가는 여행마다 항상 큰 캐리어 하나에 내 짐까지 모두 싣고, 거기에 작은 비행가방 하나를 추가로 들고 출근하는 남편.. 기장님이 의아하게 여기기도 부지기수다. 1박에 무슨 짐이 그리 많아요? 그럼 멋쩍게 웃어넘기곤 한단다.
같이 떠나는 여행이지만 도착까지는 늘 따로 움직인다. 남편은 회사로 출근해서 크루들과 다 같이 공항으로 이동하고, 나는 바로 공항으로. 탑승 게이트 앞에서 눈 인사 정도만 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공항 밖으로 나올 때까지 수다거리를 잔뜩 장전하고는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면세점을 구경하며 목걸이를 장만했다. 남편이 1월 급여에 포함되어 받은 연차수당을 선물로 줬는데, 견물생심이라고 계획에 없던 소비를 했다. 게이트에 근엄한 얼굴을 하고 앉아 카톡으로는 ‘예쁜 목걸이 사줘서 고마워! 이따 걸어줘!’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만나서 할 얘기가 많았다.
푸꾸옥은 휴양지다보니 아무래도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기내 분위기가 와글와글하고 또 화기애애했다. 어디서든 잘먹고 잘자는 나는 탑승 전 고기덮밥을 해치우고 든든한 배를 쿠션삼아 잠을 청했다. 깜빡 졸다보니 귀가 너무 아프다고 오열하는 어린이들의 울음소리를 은은한 모닝콜 삼으며 어느덧 랜딩.
베트남 공항에는 입국심사 급행료가 있다. 이름하여 패스트 트랙. 그 존재를 몰랐다가 당일 출발 전에 예약하려니 불가했다. 좀 기다리지 뭐, 했는데 속 편한 소리였다. 패스트트랙 외는 슬로우트랙.. 아니 거의 움직이지 않는 수준의 입국심사 대기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비슷하게 도착한 다른 비행기의 승객들로 이미 인산인해! 추가로 우리 비행기 승객들까지!
천하태평 줄에 끼어서 앞에 선 친구들의 옷차림을 구경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크루 라인으로 먼저 나가서는 바로 앞 공항직원에게 패스트트랙을 현장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서 현금박치기로 나를 꺼내준 것이다. 늘어선 줄들의 가장 오른쪽 비어있는 심사대에서 곧장 입국심사 후 탈출. 줄에 서 있던 한국인들 모두 쟤 뭐야?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며, 의기양양해카지노 게임 추천. 순간 그가 빨간 망토 입은 슈퍼맨으로 보였다. 모든 걸 다 잘하는 남편이지만 단 하나 못하는 게 있다면 기다리는 것. 급행료 제도가 너무 열받지만 너무 고맙기도 하다는 대화를 두런거리며 호텔로 이동카지노 게임 추천.
레이오버를 가면 항공사와 계약된 숙소에서 투숙하게 되는데 푸꾸옥 숙소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풀만 리조트 푸꾸옥. 밤 늦게 도착했더니 빛나는 로비가 으리으리했다. 감상도 잠시 빠르게 체크인 후 가까운 야시장으로 향하는 그랩을 불렀다. 야시장은 밤 12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해서, 11시까지는 도착해서 느긋하게 맥주 한잔을 즐기고 싶었다.
차로 5분 내외면 도착하는 거리에 위치한 야시장은 마치 한국인을 위해 만들어 둔 장소 같았다. 으레 상상하는 '야시장'의 왁자지껄함이나 로컬 냄새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몹시 깨끗하고 정갈하며 한국어로 친절히 안내된 간판들이 즐비카지노 게임 추천. 야시장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음식을 먹으러 간 마당이라 그 깔끔함이 흡족카지노 게임 추천. 새우와 윙과 치즈가리비를 조금씩만 시켰는데, 친절한 사장님이 모닝글로리 볶음과 망고를 서비스로 주셨다. 이미 숙소로 가져갈 망고를 2kg이나 사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상황임에도.. (단돈 5,200원!) 망고는 또 반가웠다. 망고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름을 망고로 개명해야겠다. 다소 애완견같은 이름일까? 취객의 생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숙소로 돌아갈 땐 사장님이 직접 태워주는 툭툭을 탔다. 배가 불러 리조트 안을 한바퀴 산책 하면서, 내일 어디서 어떻게 수영을 해야 아주 즐거울지를 고민하는 밤을 보냈다.
아침이 밝자마자 씻고 수영할 채비를 마쳤다. 평소엔 늘 나보다 부지런한 남편은 전 날 일하고 맥주까지 마셔서인지 단 잠에 빠져있다가, 사부작거리는 나를 보고 애써 몸을 일으켰다. 조식을 혼쭐내주고 수영장으로 직행카지노 게임 추천.
야자수와 썬베드. 이거지! 이게 휴양지지! 신나하기도 잠시, 문제 발생. 너무 추웠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싸늘했다. 열대 기후라도 겨울은 겨울이구나.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기 무색하게 수영장 물은 찹게 식었다. 남편과 나는 어쩌면 신혼여행 때보다도 더 밀착하여 수영장을 떠다니다가 물 밖으로 탈출해 허겁지겁 수건으로 몸을 감쌌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리조트와 연결 된 바다로 향했다.
다행히 바다는 따뜻카지노 게임 추천. 짭짤한 바닷물을 튀기며 한 참 물장구를 치다가, 모래 찜질도 좀 하다가, 그네도 타고, 바다 앞 썬베드에 누웠다가. 그것도 잠시 다시 소금기를 닦아내고 수영장으로 복귀. 점심이 가까워지니 수영하기 좋은 온도가 되었다. 칵테일을 한잔씩 마시고, 신이나서 타코에 맥주까지 주문카지노 게임 추천. 이렇게 영원히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였기 때문에, 남편을 조금이라도 재워야 했다. 방으로 밍기적 밍기적 들어가서, 씻고 컵라면 하나를 끓여 나눠 먹었다. 모아나2를 보다가 낮잠을 자기로 했다. 그리고 모아나가 뭘 좀 해보려고 하기도 전에 잠들어버렸다.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숙소가 예상 밖 일몰 맛집이라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자꾸 눈은 창으로 향카지노 게임 추천. 저녁은 리조트 꼭대기층에 있는 스테이크집에서 먹어보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7시 예약을 앞두고 저녁의 리조트 풍경을 한 바퀴 구경카지노 게임 추천. 곳곳에 걸려있는 해먹이 퍽 탐나서,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저물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한가롭게 물놀이하는 어느 가족의 모습이 몹시도 평화로웠다.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시키고, 햄버거까지 주문카지노 게임 추천. 주문을 받는 종업원 분께서는 이 정도는 3~4인 분 이라며 난감해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먹보들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제 출근 해야하는 남편은 아쉬운대로 제로 콕, 나는 글라스 와인을 한잔 주문카지노 게임 추천. 창밖으로 보이는 캄캄한 바다와 불 밝혀진 수영장이 예뻤다.
음식을 모조리 먹어치운 우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카지노 게임 추천. 아쉬운 마음으로 호텔 방 쇼파에 누워 전날 밤에 산 망고를 차곡 차곡 몸 안으로 쌓았다. 남편은 집으로 복귀할 때는 호텔 로비에서 크루들과 모여서 출발하기 때문에, 나는 먼저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떠나야한다. 또 온갖 짐을 남편의 캐리어에 쑤셔넣었다. 도착하면 한국시간 새벽 6시. 오후 한시까진 회사로 출근해야하니 마음이 퍽 무거웠다. 그 와중에 망고가 후숙되어 입에 살살 녹네.
푸꾸옥 공항은 여느 휴양지 공항들과 비슷하게 크지 않고 한국인으로 북적였다. 푸꾸옥 티셔츠를 입은 곰돌이가 아오자이를 쓰고 있길래 인형을 좋아하는 할머니가 생각나서 한마리를 품에 들였다.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물에 빠진 핸드폰은 생명을 다했다. 순식간에 소행성이라도 충돌한 듯 문명을 잃은 기분에 침팬지의 표정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볼 것도 들을 것도 없으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릴 때 부터 수영을 배워서 물을 좋아하게 된건지, 아니면 물을 워낙 좋아하니 수영을 다니기 시작한건지 헷갈린다. 리조트의 수영장에서는 전문적인 포즈로 수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튜브 없이 물에 둥둥 떠다니며 게 흉내도 냈다가, 거북이 흉내도 냈다가 하는 것이 질리지도 않고 즐겁다. 아직은 남편과 여행이라는 큰 카테고리의 취미만을 공유하는 중이나, 둘다 물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은 좋아한다. 휴양지로의 레이오버가 언제나 기대되는 이유이다.
(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