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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Apr 20. 2025

딸내미는 카지노 가입 쿠폰 없다고 했어

3월엔 죽을 뻔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갑자기 늘어난 회사 일까지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랐다. 유치원생보다 초등학생이 훨씬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어찌어찌 마의 첫 달을 넘기고 나니 이제야 좀 여력이 생긴다.

3월 4일, 입학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했다. 최대의 집중력을 쏟아붓고 흐물흐물해진 몸으로 집에 와보니 기특하게도, 남편과 아이가 학교 준비물을 대부분 챙겨놓았다. 그래도 혹시 빠뜨린 게 있을지 모르니 담임선생님이 나눠주신 안내문을 들고 단어 하나, 글자 하나 놓칠세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우리 아이를 첫날부터 준비물을 빼먹은 아이로 만들 순 없었다.

열심히 챙겨놓은 물건들 중에 꽤 부피가 큰 것들도 있어서 다음날 등굣길엔 내가 교실까지 동행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사물함에 물건을 정리해 넣을 생각이었는데, 내 계획과는 다르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냉큼 맨 앞의 자기 자리에 가서 앉더니 책상에 가방을 걸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계신데 애 이름을 소리쳐 부르기도 좀 그래서, 혼자 살살살 사물함에 물건들을 넣어두고 왔다.

그날도 밤 열 시까지 일하고 너덜너덜해져서 집에 와보니 초등학생으로서의 하루를 무사히 보낸 아이가 뛰놀고 있었다. 새로운 생활로 인한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팔팔한 움직임과 잔뜩 들뜬 표정에 일단 안도하고 아이를 부둥켜안은 채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한참 문답을 진행한 후에 어제 준비물로 챙긴 물건들도 잘 썼는지 물었는데, 아이의 천진한 대답에 나는 그만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선생님이 색연필이랑 사인펜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했어.”

“왜??? 엄마가 사물함에 넣어줬잖아?!”

“… 몰랐어.”

“그러니까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혹시 사물함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했어.”

“그럼 있다고 하지!”

“… 모른다고 했어.”

그래서 선생님의 색연필과 사인펜을 빌려서 활동을 했단다. 나는 그만 전신의 맥이 탁 풀려 품에서 아이를 놓아주었다. 전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밤 열두 시까지 꼼꼼히 카지노 가입 쿠폰을 챙긴 내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가지고 온 친구가 있었어?”

“아니~ 나만 없었어.”

“설마!! 진짜로 다 가져왔어??”

“응. 선생님이 색연필 사인펜 꺼내라고 하니까 전부 가방에서 꺼냈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몇 번을 물어보아도 아이의 답은 같았다. 반에서 선생님 것으로 수업한 사람은 자기밖에 없단다. 우리 소중한 딸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첫날부터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가져오는 애’가 돼 버린 것이다. 나는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

너무 속이 상해 아이에게 화를 냈더니 자기는 진짜 사물함에 색연필이 있는 줄 몰랐다며 엉엉 운다. 그래도 어제 엄마와 아빠가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어가며 책가방을 챙겼는데, 옆에서 놀면서 그 말을 다 들어놓고서, 당일 아침까지도 카지노 가입 쿠폰 담긴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어주느라 엄마가 교실까지 같이 간 걸 알면서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게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빨 빠진 마귀할멈으로 변신해 한참 난동을 부린 후에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혹시 엄마가 사물함에 넣어놨을지도 모르니 한 번 보고 올게요’애초에 여덟 살짜리가 낯선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 말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던 시절처럼 준비물을 아이를 배제한 채 나와 남편이 다 갖춰놓은 것이 잘못이었다. 초등학생이란 자기 일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 후론 물병 하나도 카지노 가입 쿠폰가 직접 가방에 넣도록 하거나 정 바쁘면 카지노 가입 쿠폰가 보는 데서 넣어주고 있다. 첫날부터 담임선생님께 찍혔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마음은 교문 앞에서 뵙고 밝게 인사를 나누며 사라졌다. 야무지게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에 어찌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입학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내게 주어진 최대의 미션은 딸내미 ‘머리 땋아 주기’ 다. 다른 엄마들은 머리 땋는 법을 다 언제 배운 건지 온갖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데 나만 손가락 사이에 머리채를 넣고 쩔쩔맨다.

“엄마, 율하 엄마는 고양이 머리도 할 수 있고 하트 머리도 할 수 있는데 엄마는 왜 못해?”

“그건 말이야, 엄마가 똥손이라서 그래.”

“엄마는 왜 똥손이야?”

“그러게, 엄마도 모르겠네.”


특단의 대책으로 연습용 가발을 구입했다. 미용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쓰는, 머리통만 있는 마네킹이다. 꽤나 예쁘게 생기고 머릿결도 매끄러운 금빛이라서 카지노 가입 쿠폰는 무척 좋아라 하지만, 나는 밤중에 한 번씩 그 친구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어둠 속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목만 얹혀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엄마들이 초등학교 1학년을 대비해 육아휴직을 일 년씩 남겨놓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초보 학부형은 매일매일이 혼돈의 카오스다. 선배 엄마들은 기겁하겠지만, 잔손은 많이 안 갈 것 같은 사춘기가 차라리 낫겠다는 심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여, 어서 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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