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엔 죽을 뻔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갑자기 늘어난 회사 일까지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랐다. 유치원생보다 초등학생이 훨씬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어찌어찌 마의 첫 달을 넘기고 나니 이제야 좀 여력이 생긴다.
3월 4일, 입학식에 참석한 후 오후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했다. 최대의 집중력을 쏟아붓고 흐물흐물해진 몸으로 집에 와보니 기특하게도, 남편과 아이가 학교 준비물을 대부분 챙겨놓았다. 그래도 혹시 빠뜨린 게 있을지 모르니 담임선생님이 나눠주신 안내문을 들고 단어 하나, 글자 하나 놓칠세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우리 아이를 첫날부터 준비물을 빼먹은 아이로 만들 순 없었다.
열심히 챙겨놓은 물건들 중에 꽤 부피가 큰 것들도 있어서 다음날 등굣길엔 내가 교실까지 동행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사물함에 물건을 정리해 넣을 생각이었는데, 내 계획과는 다르게 카지노 가입 쿠폰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냉큼 맨 앞의 자기 자리에 가서 앉더니 책상에 가방을 걸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계신데 애 이름을 소리쳐 부르기도 좀 그래서, 혼자 살살살 사물함에 물건들을 넣어두고 왔다.
그날도 밤 열 시까지 일하고 너덜너덜해져서 집에 와보니 초등학생으로서의 하루를 무사히 보낸 아이가 뛰놀고 있었다. 새로운 생활로 인한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팔팔한 움직임과 잔뜩 들뜬 표정에 일단 안도하고 아이를 부둥켜안은 채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한참 문답을 진행한 후에 어제 준비물로 챙긴 물건들도 잘 썼는지 물었는데, 아이의 천진한 대답에 나는 그만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선생님이 색연필이랑 사인펜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했어.”
“왜??? 엄마가 사물함에 넣어줬잖아?!”
“… 몰랐어.”
“그러니까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
“혹시 사물함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했어.”
“그럼 있다고 하지!”
“… 모른다고 했어.”
그래서 선생님의 색연필과 사인펜을 빌려서 활동을 했단다. 나는 그만 전신의 맥이 탁 풀려 품에서 아이를 놓아주었다. 전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밤 열두 시까지 꼼꼼히 카지노 가입 쿠폰을 챙긴 내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가지고 온 친구가 있었어?”
“아니~ 나만 없었어.”
“설마!! 진짜로 다 가져왔어??”
“응. 선생님이 색연필 사인펜 꺼내라고 하니까 전부 가방에서 꺼냈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몇 번을 물어보아도 아이의 답은 같았다. 반에서 선생님 것으로 수업한 사람은 자기밖에 없단다. 우리 소중한 딸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첫날부터 카지노 가입 쿠폰 안 가져오는 애’가 돼 버린 것이다. 나는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
너무 속이 상해 아이에게 화를 냈더니 자기는 진짜 사물함에 색연필이 있는 줄 몰랐다며 엉엉 운다. 그래도 어제 엄마와 아빠가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어가며 책가방을 챙겼는데, 옆에서 놀면서 그 말을 다 들어놓고서, 당일 아침까지도 카지노 가입 쿠폰 담긴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어주느라 엄마가 교실까지 같이 간 걸 알면서 아무 말도 못 했다는 게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빨 빠진 마귀할멈으로 변신해 한참 난동을 부린 후에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혹시 엄마가 사물함에 넣어놨을지도 모르니 한 번 보고 올게요’는애초에 여덟 살짜리가 낯선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 말이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던 시절처럼 준비물을 아이를 배제한 채 나와 남편이 다 갖춰놓은 것이 잘못이었다. 초등학생이란 자기 일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 후론 물병 하나도 카지노 가입 쿠폰가 직접 가방에 넣도록 하거나 정 바쁘면 카지노 가입 쿠폰가 보는 데서 넣어주고 있다. 첫날부터 담임선생님께 찍혔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마음은 교문 앞에서 뵙고 밝게 인사를 나누며 사라졌다. 야무지게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말씀에 어찌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입학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내게 주어진 최대의 미션은 딸내미 ‘머리 땋아 주기’ 다. 다른 엄마들은 머리 땋는 법을 다 언제 배운 건지 온갖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데 나만 손가락 사이에 머리채를 넣고 쩔쩔맨다.
“엄마, 율하 엄마는 고양이 머리도 할 수 있고 하트 머리도 할 수 있는데 엄마는 왜 못해?”
“그건 말이야, 엄마가 똥손이라서 그래.”
“엄마는 왜 똥손이야?”
“그러게, 엄마도 모르겠네.”
특단의 대책으로 연습용 가발을 구입했다. 미용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쓰는, 머리통만 있는 마네킹이다. 꽤나 예쁘게 생기고 머릿결도 매끄러운 금빛이라서 카지노 가입 쿠폰는 무척 좋아라 하지만, 나는 밤중에 한 번씩 그 친구를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어둠 속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목만 얹혀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엄마들이 초등학교 1학년을 대비해 육아휴직을 일 년씩 남겨놓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초보 학부형은 매일매일이 혼돈의 카오스다. 선배 엄마들은 기겁하겠지만, 잔손은 많이 안 갈 것 같은 사춘기가 차라리 낫겠다는 심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여, 어서 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