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탁해 리얼리즘 난임극복소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을 때, 카지노 쿠폰는 여전히 퇴근 전이었다.은설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화장대로 달려가 아침에 넣어두었던 임신테스트기부터 찾았다.
“어?”
하루 종일 혹사당해 침침한 눈을 비비고 깜박여가며 은설은 테스트기를 보고 또 보았다.
“두 줄 인가? 초초초초초초초오~매직으로 두 줄로 보이는 거 같은데?”
‘너무 초매직이라 카지노 쿠폰 씨 눈엔 보이지도 않을 거야. 확실하게 진해지면 짠~하고 보여줘야지.’
5분이 경과하자마자 바로 확인한 두 줄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몇 시간 남지 않은 내일 아침에도 흐릴 것이 분명하므로 두 번째 테스트는 이틀 뒤에 하기로 은설은 마음먹었다.
‘기왕이면 확실한 게 좋으니까.’
카지노 쿠폰에게선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일이 그렇게 많아요? 힘들어서 어째.]
[강 과장이 조퇴를 해서 그래. 애가 아프대. 강 과장 몫까지 나랑 김대리가 대신하느라 쎄가 빠지는 중.]
[어머. 애가 많이 아픈가 보네.]
[입원해야 하나 봐.]
[큰 일이네.]
[큰일이 나긴 났지. 강 과장이 3일이나 휴가를 냈어. 입원 길어지면 그 이후로는 남편이 휴가 낼 거래. 어쩔 수 없는 건 알긴 아는데 나랑 김대리는 3일 동안 아주 죽을 똥을 싸게 생겼어.]
카지노 쿠폰는 마냥 좋은 마음으로 강 과장의 휴가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은설은 조금 고민하다가 강 과장의 처지를 이해해 주라는 투로 답신을 보냈다.
[힘내요. 몇 년 뒤의 우리 모습이라 생각하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카지노 쿠폰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왔어요?”
“왜 일어났어. 더 자.”
“신랑 들어오는 소리 듣고 어떻게 안 일어나나.”
“은설 씨 깰까 봐 현관문도 조심조심 닫았구만.”
카지노 쿠폰가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대답을 하면서도 슬쩍슬쩍 웃으며 좋아하는 티를 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다시 출근해야 돼.”
“토요일인데?”
“응. 거래처에서 월요일 회의 때 지네 사장 보여줘야 한다고 재촉해서 그래. 마감기한 거의 다 되어가서 이제 계속 확인하고, 수정하고, 확인하고, 수정하고······. 뺑이 치는기간이야.”
“힘들겠네. 그래도 이 일 마무리되면 리프레쉬 휴가 받을 테니 그것만 생각하면서 힘내요.”
“팀장이 다음 프로젝트 바로 잡혔다고 쉴 생각 말라던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프로젝트 진행하게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더라.”
은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카지노 쿠폰가 허물을 벗듯 옷만 벗어놓고 침대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갔다.씻지도 않은 채였지만 은설은 차마 씻고 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머리를 베개에 붙인 지 30초도 안 되어서 카지노 쿠폰는 벌써 코를 골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해도 되는 거니까.’
은설은 종일 나른한 토요일 보내었다.시간 맞춰 카지노 쿠폰를 깨우고 출근시키느라 결국은 잠을 제대로 못 자기도 했지만,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난 뒤에도 몸이 계속 처졌다.
‘이것도 카지노 쿠폰인가?’
거실 소파에 반쯤 누워 스마트폰의 검색포털 아이콘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카지노 쿠폰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누라 뭐해요? 별 거 안 하고 있으면 신랑 데리러 올래요?]
[회사로?]
[응. 너무 피곤.]
은설은 채팅창에 바로 답을 달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초기에는 운전들 잘 안 하던데.”
그러나 아직은 카지노 쿠폰에게 말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엄밀히 말해 은설도 자신의 상태가 임신인지 아닌 지를 알지 못했다.고민 끝낸 은설이 결국 카지노 쿠폰에게 긍정의 답신을 보내었다.
[네. 몇 시쯤 출발할까요?]
[지금 준비하고 나와요. 나도 오늘 일 거의 마무리되었어.]
[오키.]
"쓸데없이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
은설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극초기에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여자들도 많았다.‘조심하는 것’은 모든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 시작해도 괜찮을 거라고 은설은 생각했다.그렇게 토요일 오후의 막히는 도심을 씩씩하게 뚫고 겨우 카지노 쿠폰의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은설은 운전을 한 시간 반이나 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이미 회사를 빠져나와 정문 앞 도로변을 서성이고 있는 카지노 쿠폰가 보였다.
“카지노 쿠폰 씨!”
은설이 크게 소리치듯 입을 벙긋벙긋하며 손을 흔들었다.
"마누라 아아아!"
용케 알아본 카지노 쿠폰가 은설처럼 크게 소리치는 시늉을 하면서 한달음에 달려와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우회전! 우회전!”
인사도 하기 전에 우회전부터 외치는 카지노 쿠폰의 지시에 따라 은설이 차를 몰았다.
“여기 어디예요?”
“어디긴. 소개팅기념일 챙기러 온 레스토랑이지!”
“정말? 오늘이 그날이었어?”
“헐. 마누라는 까먹고 있었던 거임? 오늘 우리 처음 만난 날인데. 기념일 챙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왜 까먹고 그래요. 데리러 오라고 했을 때 이미 눈치챘을 줄 알았더니.”
“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 미안해서 어쩌죠.”
“난 됐어. 마누라가 좋아하니까 기념일 챙기는 거지, 뭐. 내가 언제 이런 거 신경 썼나. 근데 웬일로 기념일을 다 까먹어요? 우리 마누라 요새 좀 정신 빼놓고 지내는 거 같더니만.”
“그러게요. 정신을 어디에다가 팔고 사는지.”
비싼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제법 기념일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었다.집에 갈 때도 운전을 부탁한다며 카지노 쿠폰가 하우스와인 한 잔을 시켰다.
“내 선물은 집에 갈 때까지 마누라가 운전하는 걸로. 퉁!”
"아······."
"왜? 싫어요? 헐. 겨우 그것도 해주기 싫다는 거임?"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그럼 왜?"
"바라는 선물이 너무 약소한 거 아녜요? 더 근사한 거로 바라는 거 없어요?”
준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은설은 계속 임신테스트기 결과를 말할까 말까 고민했다.
“선물 안 줘도 괜찮은데. 이것도 생활비 카드로 사 먹을 거니까.”
“아참! 카드!”
“나한테 있지롱. 저번에 마트에 심부름 보낼 때 주고 마누라가 아직 수거 안 해갔지롱.”
"헐. 괜히 많이 고마워할 뻔했네."
"아니지. 기념일 기억하고 이렇게 맛난 레스토랑까지 예약한 신랑한테 고마워하는 게 맞지."
"아냐. 생활비로 사 먹는 다니까 감동이 절반 이하로 깎였어. 안 그래도 요즘 생활비 자꾸 빵꾸나고 있단 말이에요."
"저축을 줄여요. 이번생은 그냥 맛있는 거 다 먹고 죽자, 우리."
은설은 조금 더 기념이 될만한 순간에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