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개인전, 런 카지노 게임 런, 2025.2.26-4.5
허기가 졌다.
두 눈은 핑그르르 돌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뭘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고, 아무리 단 걸 입에 넣어도 몸은 가라앉기만 했다.
그때, 카지노 게임 하나가 황급히 내 앞을 지나치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카지노 게임을 따라 나는 이상한 카지노 게임의 나라에 들어가 버렸다.
그곳에서 만난 뿔난 카지노 게임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카지노 게임을 먹어 치워도 기뻐하지 않는 인간이 왔다!"
그 옆에 있던 천사 카지노 게임이 말했다.
"우리 같이자기 안에 커다란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들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어.
저길 봐."
눈앞에 형형색색의 수많은 카지노 게임이 펼쳐졌다.
나의 두 눈은 휘둥그레 해졌다.
어느샌가 잼을 뒤집어쓴카지노 게임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네가 카지노 게임을 먹고 진정 행복해지려면,
인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야 해."
그 이야기를 듣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카지노 게임은 저마다 각자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동그란 문양들이 슈팅스타처럼 터지고 있었다.
그 터져나올 듯한 문양이 나에게도 번졌다.
가벼움을 받아들이고,
화려함을 입고 나니,
몸이 두둥실 뜨는 것만 같았다.
"어때? 이제 좀 행복해졌니?"
수많은 카지노 게임이 나의 행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전시 정보
런 카지노 게임 런_ 2025.2.26-4.5
학고재 갤러리 _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작가 소개
김재용 _ 김재용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조각과를 졸업한 후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