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사자가 경험한 개인적인 진단: "리더, 고객, 인재"
본격적인 글을 작성하기에 앞서,이 글에서 말하는 바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나는 지금 현직자도 아니며, 조직문화 전문가라거나 경영의 대가는 더욱 아니고, 임직원만 수 만 명이 되는 삼성전자의 모든 조직을 경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여러 대내외적 불안감이 만연한 요즘,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기도 한 그런 마음이 든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삼성전자가 정말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한편에 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이 글에 만약 힘이 있다면, 그것은회사 안에서 경험하고 관찰했던 내가 계속해서 카지노 게임 추천에 머무르지 않고 퇴사를 결정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직원으로서 관찰하고 경험한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나만 혼자서 느꼈던 특수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던 보편적인 사항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고,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3~4년 전 상황보다 작금의 상황은 외부인들조차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더욱 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3월 15일. 오늘로부터 딱 3년 전에 나는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입사일이 2018년 8월이니, 다닌 기간은 3년 8개월 정도. 내가 속했던 조직은 카지노 게임 추천 DS(반도체) 부문 반도체연구소공정개발실. 반도체연구소는 메모리사업부나 파운드리사업부와 같은 양산 사업부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동탄에 위치한 화성캠퍼스 MR2동에 위치카지노 게임 추천데(아마 지금은 위치가 바뀌었을 것이다), 주요 역할은 현시점의 양산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향후 2-3년 뒤의 차세대 제품(DRAM, NAND, LOGIC)의 개발과 생산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다음 세대의 양산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소지만 실제 Wafer와 Lot이 흐르는 라인이 건물에 딸려 있다.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이전 세대보다 더 진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며(=시행착오 감수), 2) 더 많은 공정 스텝을 거치고(=시간이 소요), 3) 더 좋은(=비싼) 장비를 활용하지만, 무작정 시간과 비용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제한된 조건 안에서 잘 개발해 내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반도체연구소 인력만 그 당시 기준 약 5,000명이었고 그중에서 가장 큰 조직이 공정개발실이었다.
나는 (전공과는 하나도 상관없이) 비휘발성메모리인NAND(*이것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들어가는 SSD라고 보시면 된다) 제품의 Photolithography 공정 엔지니어로서 V6, V7, V8 세대 개발을 하면서 최적 레시피를 셋업 하거나 공정 마진을 찾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다 부서를 한 번 옮겨서 약 1년간은 공정개발실장(부사장) staff 조직에 속해서 차세대 개발 로드맵과 선행 장비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JDP, JEP) 프로젝트 등을 관리카지노 게임 추천 일을 했다. 첫 부서에서는 8대 공정 각 부서 간의 관계, 설계나 마스크팀 같은 타 부서와의 협업, 같은 Photo 공정임에도 제품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ex. NAND는 싸게 만들어야 되는 제품이라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을 경험했다. 두 번째 부서에서는 전체적인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더 잘 살펴볼 수 있었고, 코로나19 기간이라연구소 내 주요 임원들이나 PL, 부서장들이 속한 회의에 화상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사이에CA(조직문화 담당)도 하고, 항상성 관리 TF라는 데에 잠깐 파견도 다녀왔었다. 아래에 적는 내용들은 위와 같은 환경에서 겪으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에 기반한 점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세간에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이 삼성의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맞는 말도 있고, 과장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삼성전자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내 나름대로의 진단을 해보겠다.리더, 고객, 인재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 명목상 시스템 안의 직급체계를 채우는 보직으로서 ~~ 장,~~Leader는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리더가 없다. 리더의 부재이면서 리더십의 부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들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그저 그 체계 안에서 지워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다. 이는 그들이 원래 그런 사람 이어서라기보다는 오래된 조직의 특성이라 그 조직에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경향성에 기인하기도 한다. 사실 기업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비대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는 일일 수도 있다.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삼성에는 리더라고 할 만한 리더가 없다.
-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칼 포퍼와 나심 탈레브의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모든 존재는 책임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정확히는 <스킨 인 더 게임 (나심 탈레브)의 '대리인 문제'에 나오는 얘기인데,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회사든 마찬가지다. 지구상의 모두가 마찬가지다. '성장'이라는 키워드에는 '책임'이란 키워드가 늘 붙어 있다. 그리고 기업에게 성장은 곧 '생존'의 문제이다.성장하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 잘 되는 조직의 리더는 공을 조직원에게 돌리고 과를 자신이 짊어진다. 잘 안 되는 조직의 리더는 딱 그 반대로 한다.
-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이재용 회장님만이 아니다. 물론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 인해 오랜 기간 제대로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동기 부여를 잃고 경영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것도 주효했겠지만, 내가 말하는 리더는 각 부서의 조직장과 임원들까지 포괄카지노 게임 추천 의미이고, 이 중에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너무너무 커다란 조직이라 내가 하는 일이 회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다 보니 대기업에서의 잘카지노 게임 추천 회사생활의 본질이 어쩌면 '그저 내 위에 있는 사람이 원카지노 게임 추천 것을 잘 가져다주는 것'이 되어버리기 쉽고 그런 점에서이미 ~장, 상무, 전무, 마스터가 된사람들은 자기 위만 신경 쓰는 사람이 된다. 위에 있는 임원들의 일탈이나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데에서 오너의 부재는 그 영향을 가속화시켰다. 위만 신경 쓰는 부서장의 아래에 있는 부하 직원은 정말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그저 위에 있는 임원, 그 사람의 위에 있는 또 다른 임원의 눈치를 보게 된다. 부하들을 이끌고 앞장서는 리더가 아니라 상사의 뒤꽁무니만 좇는 팔로워만 있다.
[리더의 부재로부터 파생된 문제들]
사실상 리더의 부재는 그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여러 파생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선 내가 간추린 4가지 정도를 다뤄본다.
1) 관료주의화 & 부서 이기주의
-책임의 부재는 관료주의를 낳는다. 문제 해결이 일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R&R을 찾고 우리 부서의 일을 다른 부서로 토스하고 그 일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부서끼리는 부서 이기주의가 생긴다. 진짜 일이 아니라 '소음'을 만들어내면서 스스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쟤네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왜 우리 보고 하라 그래? 존경받는 부서장은 다른 부서랑 싸워주고 우리 일 많이 안 받아오는 부서장님이다. 맨날 어디 가서 새로운 일만 받아오는 부서장은 최악이 된다. 이런 문제 해결하겠다고어쭙잖게 조직 개편 어쩌고변화를 준다 어쩌고 하면서 신규 부서 만들고 똑같은 사람들 앉혀놓는미봉책을 쓰다간 더 큰일 난다. R&R부터 새로 짜자고 하고 다시 또 라운드 TWO 시작!
- 사실 이런 관료주의는삼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대기업을 삼성전자밖에 다녀보진 않았지만, 삼성도 이럴진대 다른 데는 뭐 더하면 더했겠지..라는 생각도 한다. 커다랗고 복잡한조직은 문제를 가려버리기도 쉽고,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시도해 본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떤 것 때문에 정말 나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나아진 것인지 원인-결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 몸도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인데, 아팠던 몸이나 안 좋은 컨디션이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했을 때 회복된 게 밥을 잘 먹어서인지, 잠을 충분히 자서인지, 안 하던 운동을 해서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것과 같다)
- 이렇듯, 대기업의관료주의는 문제 해결과 책임이라는 것이 개인 또는 작은 조직 단위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고, 이런 점에서 국가행정이나 정부의 관료주의와 닮아 있다.조지프 슘페터라는 아주 훌륭한 경제학자가 1942년에 펴낸<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이미 보여준 인사이트가 그렇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사회주의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라는 점인데,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성장하게 되고 대기업으로 발전하고 사람들도 대기업에서 근로소득을 받게 되는 게, 사회주의에서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는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예견했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뭔가 적극적으로 개인의 도전이나문제해결에 대한 의지, 해결 시도 같은 것이 들어갈 여지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대기업 또는 국가라는 나보다 큰 조직에 의존해서 살아가면서 역설적으로 그 안에 있는 다른 하부조직들 사이에서 서로 네 탓이다 너보단 내가 낫다 하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간: 피로가 회복된 건 나 때문이지~~ 간 때문이야 노래몰라?,뇌: 야야 내가 그냥 푹 쉬면서 다들 쉬엄쉬엄하라고 해서 그런 거지~~, 팔다리 대근육: 아니 운동하면서 근육을 움직여준 거 효과가 주효했지, 소화기관: 잘 먹고 잘 소화시켜서 영양분 잘 보내준 덕분이지 뭔 소리들 하는 거야)
2) 임원의 이해관계 ≠ 회사의 이해관계
-순대국밥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여기에 반찬 담당 임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임원으로서는 김치, 깍두기, 새우젓, 쌈장, 양파, 오이고추 등을 본업인 순대국밥과 어울리게 잘 엄선해서 싼 가격에 질 좋게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순대국밥집의 사정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사장의 남모를 고민을 알아챈 임원은 나름대로 식당에 기여하기 위해 반찬의'비용 절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기특하다. 그런데 웬걸, 양파를 썰어서 내놓지 않고 이제부터 양파를 그대로 접시에 내놓기로 했다. 임원은 양파를 칼로 써는 게 비용이 드니,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양파를 그대로 내놓기로 하고 이를 연간 KPI로 삼는다.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비용이 절감된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이제부터 반찬 부서 직원들은 칼을 한 번 썰때마다 얼마의 돈이 드는지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썰 때 가장 돈이 많이 드는지, 그래서 연간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얼마인지등을 분석해서 보고한다. 단골손님들은 갑자기 통으로 양파가 나온 것에 대해 의아하면서도 '순댓국 맛이 변한 것도 아니니까' 당장은 이 식당을 계속 찾지만, 점점다른 반찬들도 뭔가 이상한 방식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서서히 재방문을 하지 않게 된다.매출이 줄어 식당은 어려워지는데, 비용절감을 해낸 반찬 담당 임원은 고공 승진을 하고 대우를 받는다. 잘하면 이제 순댓국 만드는 것도 이 임원이 할 것 같다, 건더기를 줄여가면서 말이다.
- 위 얘기는 내가 지어낸 것이지만, 2021년 즈음의 카지노 게임 추천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회사의KPI라는 것은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데, 왜냐면 한 번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그 KPI가 회사 전체적인 성과와 얼마나 밀접하게 인과관계가 성립카지노 게임 추천지, 다른 부작용이 없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료주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문서나 절차 등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아래 직원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그 절차에 맞춰해야 할 뿐이다. 까라면 까야지. 근데 '비용절감'이란 입장 하나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을 보면 양파를 썰지 않고 내놓는 일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삼성에서도 단편적으로만 보고서 진짜제대로 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비용 절감이라는 KPI 랍시고 양파를 썰지도 않고 그대로 내놓는 종류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들이 늘어만 간다.그리고 임원들은 해당 KPI를 보기 좋게 예쁘게 만들어 위에 보고하고 자신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음 연도 협상에서 연봉을 올리는 카드로 사용한다.
- '25년 초 기준 이제 카지노 게임 추천 임원도 자사주를 보유하게끔 한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안 그랬다는 점이 참 웃기지만 안타까운 사실이다. 즉, 이전까지 임원은 회사와 단기 계약을 맺었을 뿐, 회사의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잘되는 것(Global Optimum)과 내가 잘되는 것(Local Optima) 사이에서 당연히 후자에 더 큰 동기부여가 됐었다.일반적으로 내가 잘되는 것과 회사가 잘되는 것의 방향이 일치하면 가장 좋다. 나도 잘되고 회사도 잘되고. 그런데 그건 너무 이상적인 얘기고, 계약의 신의성실한 당사자로서 임원은 회사가 잘 되게끔 하는 데에 자기의 역량과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면 위에서 밝힌 대로 회사가 잘되게끔 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여러 요소들이 잘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잘 나갔던 2018년 즈음에는 그저 업황이 좋았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높았다는 외부 변수 때문에 실적이 좋았다) 일개 임원이 KPI 하나 잘했다고 해서 회사가 정말 잘 된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런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몫은 저기 저 위에 계신 진짜 리더일 텐데, 그 리더가 부재하거나 제 역할을 못한다.그러니 임원은좀 Fancy 하게 보이는 KPI를 만들어서 1년 동안 아랫사람들로 결과물 만들어서 자신의 재계약, 계약 연장, 연봉 상승이란 단기적 목표만을 이뤄내는 데 집중하게 된다.이 과정에서 정작 제대로 일을 해야 되는 리소스들이 엄한 데 쓰였다는 점에서 이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임원들이야말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적이지 않았나싶다. 때론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치명적이니까.
3) 타성에 젖은 연구개발 방식
- 무어의 법칙이 시사카지노 게임 추천 바는 크다. 단순히 1년에 용량이 어쩌고 숫자가 어쩌고 그 내용보다 연구개발카지노 게임 추천 입장에서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차세대 제품의 성능이 리니어 하게(일차함수처럼) 증가카지노 게임 추천 게 아니라 익스퍼넨셜로(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개념이다.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선형(Linear)'의 인풋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는 인풋을 넣어야겠지. 그런데 카지노 게임 추천는 이렇게 개발하지 않았다.내가 있던 연구소에서는 그저 예전에 해왔던 방식대로 했다. 1년에 한 세대 한 제품을 무리 없이 만들던 시절도 있었겠지. 그런데 이젠 개발 주기가 더 빨라져야 하고 더 많은 공정 스텝을 쌓아야 카지노 게임 추천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틀과 똑같은 일카지노 게임 추천 방식으로 개발을 했다.
- VNAND는 제품의 특성상 높게 쌓아야 하는데(적층 단수가 중요), 높게 쌓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균일한 구멍을 뚫어주는 채널홀이나 WLCUT 같은 공정의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보통 뚫어주는 공정은 Etch(에치) 공정이 맡는데, 이 에치 공정 기술력이 이미 2021년 당시 SK하이닉스보다도 부족했었다. 그것을 방증하는 것이 V6 제품 개발을 2-Stack (두 개를 각각 쌓아서 공정한 뒤 붙이는 것) 기반으로 해야 될지, 한다면 어떤 식으로 개발해야 될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메모리가 저장되는 Cell 영역을싱글 스택으로 한 번에 구현하느냐, 두 번에 구현하느냐는 전체 단수가 똑같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정 step 수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한 번에 하는 게 원가 경쟁력이 좋은 방향이다. 경쟁사(하이닉스)는 이걸 한 번에 했고, 삼성은 에치 공정 기술이 경쟁사 대비 부족했기 때문에 두 번으로 갔다. (V7 176단부터 더블 스택이실제 적용되었음)V8 개발을 할 때는 공정 스텝 수도 많아지고 (Photo 공정은 스텝 수가 많아지면 더욱 일이 많아진다) 해결해야 되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들까지 겹치면서 '늘 하던 대로'가 잘 작동하지 않았었다.
- VNAND 제품만 이런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을 하려면 웨이퍼가 담긴 Lot 물량을 받아야 하고, 이것도 넉넉한 게 아니라 한 번 평가할 때 잘해야 된다. 지나가버린 랏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연구소 라인은 세 제품(디램, 낸드, 로직)에 다른 차세대 제품들 (MRAM, PRAM 등)까지 다 같이 쓰는 라인이라서 비좁은 연구소 라인 안에서 힘들게 연구했다. 비유하자면, 중식 요리사와 일식 요리사와 양식 요리사 모두가 하나의 주방에서 같은 요리도구와 싱크대와 도구를 공유하면서 예전에 만들었던 음식보다 더 나아진 음식을 만드는 것을 연구해야 되는 상황이랄까. 상상만 해도 엄청 복작복작대면서 정신없을 것 같지 않나?이런 것을 선제적으로 미리 대응하지 않았다. 2025년 현재는 MR2동 연구소 라인을 하나의 제품만 사용하고 다른 제품들은 양산 라인에서 연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1년 단위의 개발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모작 삼모작을 해야 그나마 그중에 하나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까 말까인데.... 1년 단위로 하나만 하고 있으니 원.엔지니어라면 지수함수적인 인풋을 고려해야 된다는 점은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리더가 없기 때문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미리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4) 선제적 의사결정, 위험 감수(도전)불가
- 위 얘기와 연결되는 얘기다. 리더가 없으면, 선제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없다.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기 때문이며 도전할 수가 없다. 왜냐면 아무도책임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아메바는 어떤 조건하에서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생존과 결부가 된다. 즉, 잘못된 선택을 하면 죽고 그 개체는 사라진다. 옳은 선택을 하면 생존하고 그런 조건 하에서 옳은 선택을 했던 유전자는 세대로 학습되거나 유전되어 진화한다. 비대해진 조직, 과거의 선배들이 일궈놓은 열매를 따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조직은 새로운 시도 자체를 권장하기 어렵다. 기존의 레거시를 잘 유지하는 것도 바쁜데 뭔 새로운 거야... 리더만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리더가 없고 입대는 사람만 많으니, 선장은 없고 사공만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다.
- '나 믿고 한 번 이거 해보자. 잘못되면 내가 옷 벗을게. 너희는 괜찮아. 내가 책임진다.'라고 말하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성장할 수 없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무리 지어 생활하면서 생존 확률을 높여온 종이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는 이런 존재가 없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도 아니며, 그런 것을 시도할 시간과 노력을 쓰고자 마음먹는 사람도 드문데, 리더 중에 정말 리더다운 사람도 없으니까, 말 다했지. 빠르게 변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적인 시도를 하기는 아주 요원하다. 웅크리기도 바쁘다.
- 이전까지 반도체 산업은 양산 산업이었다. 특히, 메모리 중심으로 커온 삼성은 더욱 이를 잘 알고 대비해 왔었다. 장비를 24시간 가동하면서 수율에 신경 쓰고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서 일단 제품을 엄청 많이 생산해 두면 창고에 있는 제품들을 알아서 수요자들(고객)이 사 가져가는 구조였다. 거대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유일하게 걱정해야 하는 변수는 'DRAM 가격'이었다. 즉, 공급은 거의 상수이고 수요자들의 수요가 변함에 따라 우리 실적이 정해지는 산업 구조였다.
- 이제는 반도체 산업이 수주 산업이 됐다. 조선업 같은 수주 기반의 산업. 수주를 받는다는 건 생산해 두고 창고에 쌓아두면 고객이 알아서 가져간다는 개념이 아니다. 180도 다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고객이 생각하는 방향과 잘 어울리는 제품을 개발하고, 소위 스킨십이라고 하는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 또한 반도체 산업이 너무 커다랗고 복잡한 산업이 되면서 밸류 체인이 나눠지고 (IDM 혼자서 다 못하게 되는 세상이 도래함), 사용처와 스펙이 다양해진 여러 반도체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기존의 그냥 만들어진 거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ASIC (주문형 반도체)을 조합해서 특정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데이터센터 서버, 노트북 프로세서, 모바일 AP와 스마트폰,게임기/전자시계등등 우리 주변만 봐도 이제 반도체들이 들어가는 환경이 다양해지고 요구하는 스펙이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 내가 일했던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이 고객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조직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만드는 NAND 제품을 누가 사갈 건지를 고민하거나 얘기가 나왔던 적이 3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없었다.그저 잘 만들어두면 (성능 좋고 가격 싸게) 누가 됐든 사가니까, 고객보다는 경쟁사가 더 중요했다. 과점 시장에서 쟤네보다만 잘하면 되지가 먹혔던 거다.시장에서 선택을 받는 논리가 참 단순했다. HBM 개발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한 결정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 하이닉스는 AI 시대의 흐름을 읽고고객(NVIDIA)이 필요로 하는 설루션을 날카롭게 준비했고, 그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것이지만, 반도체 산업 안에서 IDM이 사라지는 방향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않을까 한다. Intel 도 쪼개지고 사업부를 매각하고 변화하고 있듯이, 카지노 게임 추천도 전문성을 갖춘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아마도 지금 그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겠지. 쪼개지고 변화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 중심적인 사고로의 전환이지 않을까 싶다.파는 사람이 우위가 있는 게 아니라 이제 살 사람이 우위에 있는 시대다.
- 일이란 뭘까. 그리고 인재 대우란 뭘까. 사람들이 일을 하는 동기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단순한 생각이다. 내가 삼성전자에서 옆에서 지켜본 많은 동료들은 그저 돈 때문만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일이라는 것에누구나 작은 의미로서 '자신의 가치 실현'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즉, 조직 안에서 일할 때는 내가 한 일들이 인정받거나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라고 생각한다.나 자신이 이 조직 안에서 '가치 있다'라고 인식하거나 느끼는 게 본질이다.승진, 연봉(돈), 직함 이런 것은 사실 본질적인 요소라기보다는 부차적인 요소다. 기의가 아니라 기표인 것이다. 진짜 본질은, 내가 이 회사/조직에서 '가치가 있구나'라고 느끼는 데에 있다.
- 그런데 삼성전자는 기표에만 신경을 쓰고 기의를 놓치고 있는 것 같고 그럼으로써 정말 SSS급 인재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 내가 정말 여기에서 가치 있구나라고 느끼지 못하게 한다. (물론 이것은 조직이 너무 커져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나심 탈레브가 거대 조직의 관료주의를 없애는 방법으로서 조직의 분권화와 효율화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큰 조직은 여러 개의 작은 조직으로 쪼개서 운영해야 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승진을 연차에 맞춰 진급자에게 몰아주는 것들이 있다. 직급별로 고과의 T.O가 정해져 있고, 이를 결국 안배해야 되는데능력이 부족한 사람인데 연차만 채웠다고 해서 고과를 다 가져가버리는 것이다.공무원 철밥통 조직 아닌데도 이렇다. 어, 삼성이 잘리기 쉬운 곳 아니냐고? 뭘 모르는 소리다. 삼성이 오히려 노무 소송에 엮일까 봐 리스크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한다. 즉, 정말 폐급 of폐급이 아닌 이상 함부로 짜르지도 못한다. 시스템의 안일한 희생양이 되어버린 우수 인재는 고과를 챙겨 받지도 못하고, "때맞춰 진급은 시켜줄게"라는 말로 그때까지 부서장을 할지도 모르는 작자의 지키지도 못할 말을 듣고 있어야 된다. 사기가 푹 꺾인다.
- 아, 물론 카지노 게임 추천에도 파격 승진 같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승진의 의미가 일이라는 것이 정말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권한 위임'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직급이 올랐으니 돈 좀 더 받아가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다시 말해서, 능력 좋은 사람이 정말 힘과 권한을 가지는 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조직이 그렇듯이 나이와 연차에 따른 서열 체계는 그대로 존재하고 작동하면서 금전적으로 조금 더 보상해 준다는 의미가 크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개인 혼자서 팀을 다 캐리 할 정도의 괴물 같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삼성에 안 남아 있는다.즉, 카지노 게임 추천에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수준 안에서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돈'만 조금 더 가져간다.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책임질 새 땅을 찾고 씨앗을 뿌리는 우수 인재를 몰라보고, 그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이전의 선배들이 일궈놓은 나무의 열매들만 나눠먹는 모양새다.
회사를 발굴하고 그들의 꿈을 지원해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로서, 카지노 게임 추천 같은 회사는 정말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흥망성쇠를 다 겪는다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1위 기업이자 내가 다녔던 곳(이자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동료분들이 아직 계시는 곳)이 되니까 괜히 마음이 속상하다.
내 업무 책상 책꽂이에 꽂혀있는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일반인에게도 유익하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특히 더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투자 도서인데, 여기에는 성장주 대상을 찾는 방법으로서 위대한 기업의 15가지 포인트가 나온다. 이전까지의 카지노 게임 추천 이 포인트 대부분에 해당되는 위대했던 기업임에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금의 카지노 게임 추천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지를 다시 판단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찌 이런 일이.
그러나 누구나 알듯이 성장은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이 지금 현재의 카지노 게임 추천을 관통하는 말이기를 바란다. 부디 죽지는 말고, 강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