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시간 - 지그프리트 렌츠(민음사)●●●●●●●○○○
"난 모르네. 그런 내용을 들은 일도 없네.
그건 내 소관상의 일도 아니니까 알고 싶지도 않네."
"알고말고. 그가 외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심지어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이곳에서도 많은 사람이 그를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홀름젠 영감님도 나에게 확인해 주었지. 그는 우리 공장의 풍경을 발견하고, 창조하고, 또는 널리 알린 사람이지. 심지어 서부나 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지방을 생각할 때마다 우선 그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네. 내가 알 만큼은 알고 있다는 것을 자네들은 믿어도 될 걸세. 하지만 걱정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비록 카지노 게임가 바뀌더라도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하네."
"내가 듣기로는, 자네는 그의 최근 그림들을 압수했다면서?"
"베를린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왔네. 나는 그림들을 잘 꾸려서 후줌으로 운반되도록 했을 뿐이야. 그 그림들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네."
"거기서 베를린으로 옮겨지면 반수 이상이 불태워지고 반수 이상이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아닌가?"
"난 모르네. 그런 내용을 들은 일도 없네. 그건 내가 소관상의 일도 아니니까 알고 싶지도 않네. 나의 소관은 루크뷜의 일뿐일세."
- 1권, p. 139. 5장, '풍차, 나만의 은닉처'
. 2차대전 말기의 독일. 이제는 누구나 패전을 예측할 수 있는 암울한 시기에 한 화가가 독일 북부의 외진 바닷가에 위치한고향마을로 돌아온다. 세계적인 화가이고 미술사에 이름이 남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나치와 거리를 두었고, 그로 인해 모든 지위와 작품을 빼앗기고 낙향하게 된 그. 그동안 청년 몇몇이 징집되기는 했지만 전쟁과는 거리를 두고 있던 조용한 마을은 그의 낙향으로 인해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경찰서장을 카지노 게임로 둔 덕분에 주인공 소년 '지기'는 이 모든 사건을 지켜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사건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그 사건에 휩쓸린다는 것이기도 했다.
. 사실 이 소설을 처음 집어들어 여기까지 따라오는 건 쉽지 않았다. 작가는 수용소에 갇혀 징계를 받는 한 청년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징벌로 '의무의 기쁨'이라는 글을 쓰라는 명령을 받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길디 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더구나 그 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지그프리트 렌츠는 자신이 카지노 게임 싶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세세카지노 게임 꼼꼼하게 공을 들여 인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든다. 바다. 갯벌. 외딴 마을. 사람들. 친구들. 어머니, 아버지. 화가. 그 나이대 소년들 특유의 은신처. 이 모든 것을 모두 읽어낸 후에야 본격적으로 인물들이 움직이기 시작카지노 게임, 무대의 양 끝에 작은 동네의 경찰서장인 아버지와 화가가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 소년 지기의 눈에 그의 아버지는 그 카지노 게임 어른들이 으레 그렇듯 완고하기는 해도 성실하고 일관된 인물이다. 비록 어쩌다보니 '하필 그 시기'의 독일에서 태어나 나치 독일의 공무원이 되었지만 누군가를 잡아가두거나 수용소로 보내거나 하지도 않았고 불합리하고 자의적으로 권력을 휘두른 적도 없다. 상황이 이미 기울었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년은 아버지가 어렵고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는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에게 아버지는 '의무'와 '책임', 질서'의 영역에 있으므로.
1933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처음엔 환영했던 그가 일년 반 후 국립 미술학교 교장직의 임명을 사양했다. 취임을 고사카지노 게임 전보 내용은 지금도 화단에서 자주 인용되는 바이다.
<명예로운 임명에 감사 + 목하 색깔 알레르기에 걸려 있음 + 갈색이 원인으로 사료됨 + 유감을 생각하며 경구 난젠.
그는 당장 '프로이센 미술 아카데미'의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제국 조형 미술가 협회'에서도 제명되었다. 국립 미술관에 소장된 8백 점 이상에 달카지노 게임 그의 그림이 압수되자, 아돌프 히틀러보다 2년 늦게 가입했던 NSDAPC를 탈당했다. 테오 부스베크와 공동 출간한 저서가 '색채와 반역'(취리히, 1938)이었다. 대담을 위해 베를린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압류된 그림의 일부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구실을 붙여 거절하였다. 루크뷜의 파출소장은, 가능한 한 블레켄바르크를 방문카지노 게임 모든 외국인들을 체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 그러나 패전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나치에의 협력을 거부한화가가 마을로 낙향하고, 그로 인해 나치의 압박이 시골마을에까지 이르자 아버지 역시도 이를 피할 수 카지노 게임. 화가와 친구이기도 한 아버지지만 상부의 명령에 따라카지노 게임 수 없이화가에게 그림을 그리지 말 것을 지시카지노 게임, 결과적으로 화가와 충돌카지노 게임 그를 억압하게 된다. 화가의 반발과 비난과 비웃음에 맞닥뜨리자 아들을 이용해 화가를 감시카지노 게임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빈 종이를 창작의 결과물이라며 압수하기까지 한다. 그가 믿던 의무도, 그 자신까지도 점점 초라해진다. 뭔가 꿍꿍이가 있을거라며 빈 종이를 감시카지노 게임 압수하는 장면은 그런 아버지가 가장 초라해지는 장면이다.
파출소장) (빈 종이를 거칠게 불빛에 비춘다) 자네 무슨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군, 막스.
카지노 게임) (경멸조로) 전문가의 눈으로 잘 살펴보시지, 미래를 꿰뚫는 천리안으로 말이야.
파출소장) (그 특유의 흥분 상태로) 말을 좀 삼가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겠군. 자네가 아무리 난젠이기로서니, 그 자부심이 좀 지나친 것 같은데.
탐젠) 진정들 하게나, 자네들이 서로 모르기나 카지노 게임 사이란 말인가.
파출소장) (계속 백지를 불빛에 비추어보며) 이 종이.... 여기 있는 모든 종이를 압수하겠네.
카지노 게임) (격분하여) 아니, 뭐라고?
파출소장) 자네가 원한다면 수령증을 줄 수 있네.
카지노 게임) 수령증을 써 주게.
파출소장) 지금 당장 교부할 수는 없네. 수령증 철을 사무실에 두고 왔거든.
카지노 게임) 그러면 그때까지 참아주지.
탐젠) (당황하여 카지노 게임 줄을 모르며) 놀라 자빠질 노릇이군, 옌스. 내가 보기에 그건 종이일세. 자네가 압수하는 건 그야말로 깨끗한 종이쪽이란 말일세.
파출소장) 그건 내가 걱정할 일일세. (종이들을 조심조심 추슬러 가방에 넣어 잠근 다음 자신이 지닌다)
- 1권, p. 185. '6장. 천리안을 지닌 남자'
.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은 끝났지만, 이미 그는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린 상태였다. 그의 의무는 그를 지켜주지도 못했고, 그를 놓아주지도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바꾸고 그 때는 다 그랬다, 바뀐 세상에서한몫하는 게 다 사람 사는 방법이라고 하는 이들 같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성실한' 카지노 게임는 그럴 수조차 없었다. 그저 부역했다는 과거를 안고, 가족들에게 버림 받은 채 홀로 집에 남겨져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며 시들어갈 뿐이다. 물론 그런 그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넌 많은 걸 들었겠지. 하지만 이카지노 게임은 아닐 걸. 비록 상황이 바뀌더라도 인간은 그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의무를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정당한 의무일 때는 말이지. 그러니, 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할 수 있을 거다. 너의 아버지는 그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거라고. 응, 알겠니? 너는 돌아다니며 얘기해도 좋아, 그에게도 물론. 블레켄바르프에 너는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으니까. 얼마든지 내게 대항할 수도 있어. 클라스와 끝장을 본 것처럼 네놈과도 언제든지 결판을 낼 용의가 있으니까."
- 2권, p. 175. '15장, 계속'
. 소년 지기에겐 그런 아버지가 버겁고 괴롭다. 아버지와 '의무'의 편을 들기에는 화가를 통해 자유와 옳은 것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비난하고 심판하는 편에 서기에는 아버지는 그저 그 카지노 게임에, 그 자리에 우연히 있었을 뿐이고,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른 이들처럼 처세 좋게 얼굴을 바꾼 것도, 전쟁을 이용해 한몫잡은 것도 아니고 그저 요령없고 우직하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더구나 소년 지기 역시도 이 모든 사실을 외면하거나, 입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요령이 좋지도 못하다. 결국 -필연적으로 - 지기는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 물론 그런 지기의 모습은 개인사의 영역이 아닌,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전후세대가 처한 공통적인 모습이며,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우리 현대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게 길디 긴 처음 배경 부분을 넘기면 그 다음부턴 이 이야기는 정말 익숙카지노 게임 수월하게 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참 씁쓸했다.
해안 도로 위에서는 바퀴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면서 잘 나가주지 않았다. 하지만 힐데 이젠뷔텔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제방이 있는 곳까지 나아갔다. 대기 속에는 먼지와 건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수레 위의 남자는 계속 곧바른 자세로 단 한 번도 얼굴을 돌려 수년간 보지 못했던 북해나 또는 여기저기 농가들이 산재해 있는 들판을 바라볼 생각을 않고 있었다. 단 한 번, 제방을 내려갈 때 부인이 무릎을 꿇고 수레의 속력에 제동을 걸고 있을 때, 자신도 양쪽으로 땅을 누르며 브레이크를 걸다가 도움을 요청카지노 게임 듯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리치지는 않았고, 우리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우리 없이도 그들은 비탈길을 내려가고야 말았다. 우리는 이제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힘이 샘솟는 듯이 이탄길 위를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검푸른 백양나무들 위에서는 찌르레기의 합창이 요란하였다.
- 2권, p. 154, '14장. 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