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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밖에 없데이"

인간의 얼굴을 한 진보주의 1화

사촌동생 중 둘째는 남다르다. 방을 청소하고 심부름을 하는 정도의 일상생활은 가능한데, 그보다 복잡한 일을 잘 해내지 못카지노 게임.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면,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다가 한 장도 못 찍는다. 항상 말이 어눌하고 판단이 느려서 어릴 때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 그래서 이십대 중반인 지금까지아르바이트 한 번 해 본 적이 없다.


둘째의 일과는 집에서 청소를 돕고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런 둘째지만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다. 어릴 때 등록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모와 카지노 게임가 등록을 피한 것 같다.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두려워서, 꾸준히 치료하면 나아질 가능성에 걸어 본 것 같다. 그 탓에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 정부로부터 아무것도 지원받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는 걱정이 많다. 본인은 곧 소방서에서 은퇴할 나이다. 이모는 몸이 약해서 일을 다닐 수 없다. 건강한 첫째는 천만 원 넘게 들여서 공부했지만 공무원 시험에서 5번이나 떨어졌다. 지금은 학력도 기술도 없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주변에 풍족하고 잘 도와주는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카지노 게임가 은퇴하고 나서도 아픈 이모와 둘째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 본인이 무너지면 정말 다 무너진다.


물론 소방관으로20년 넘게일해서 많은 연금을 받겠지만, 그만큼 빚과 병원비도 많아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도 본인치아가다 흔들리지만 치과에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모부는 퇴근 후에도 도서관을 다니며 자격증을 공부한다.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어떻게든 카지노 게임과 함께 추락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다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가서 소박하게 살면 된다고. 굳이 수도권에서 아등바등하며 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지위 추락이 사회적 동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 모르는 것 같다. 모두가 가난한 곳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은 그럭저럭 견딜만 할지 모른다. 하지만 격차가 큰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은 그렇게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그 사실을 사람은 본능으로 안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같은 사람들이 공부를 내려놓지 못한다.


한 번은 카지노 게임 모임 자리에서 이모부와 둘이 남은 적이 있다. 이모부는 최근에 받은 합격증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어떻노. 내 열심히 살고 있제." 전날 야근한 탓인지 이모부의 어깨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나는 이모부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모부가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카지노 게임 뿐이데이. 아무도 읎다. 카지노 게임만 의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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