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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r 28. 2025

5장 카지노 게임 추천 같은 거 꼭 써야 해?

간서치 이덕무 선비님이 얘기한 아홉 가지 중 다섯 번째, 평서 기억해?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것, 우리 어린이들이 힘겹게 해내고 있는 바로 그거, 그래 카지노 게임 추천 쓰기야. 어른들은 자기들은 안 쓰면서 우리한텐 꼭 쓰라고 하더라. 쓰면 글쓰기 연습도 저절로 되고, 읽은 책 내용 소화도 잘 된다고 그래. 그렇게 좋으면 어른들도 써야지 왜 우리한테만 그 좋은 걸 하라고 해? 그러니까 거짓말 같잖아. 억지로 시키고 싶어서 좋다는 걸 잔뜩 가져다 우겨대는 거지. 그래 놓고 힘들게 써 놓으면 줄거리만 너무 나열했다고 뭐라 하고, 그래서 줄거리를 좀 자세히 쓰면 이번엔 책 내용 요약이 아니라 자기 감상이 더 들어가야 하는 거라고 하고,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고 저런 생각이 들었다고 가득 썼더니 이번엔 책을 쓴 작가나 배경이 되는 시대나 공간에 대해서 써 줬으면 더 좋았겠다고 하는 거야. 어른들은 어쩜 그렇게 못 한 것만 귀신같이 찾아내는 걸까? 내가 아주 빈정이 상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자꾸 쓰라고 하니까 써 보기는 하는데 아무튼 이게 진짜 어려운 숙제라고.


일기도 남이 쓴 일기가 제일 재밌고, 편지도 남의 편지 쬐금 훔쳐보는 게 더 재밌는 법이랬어. 카지노 게임 추천도 그런 것 같아.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내가 읽은 것과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점에 집중했고, 어떤 인물에 마음을 주었는지 들여다보는 건 퍽 재밌는 일이야. 학교에서 친구들 독서록을 구경할 기회가 있는데, 독서록 회수를 늘리려고 한 편에 다섯 줄만 쓰는 아이들도 있고 한 권 가지고 공책 세 페이지가 넘는 독서록을 쓰는 친구도 있어. 나는 한 페이지 정도만 채우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주 가끔, 진짜 좋았던 책은 두 페이지를 쓴 적도 있어. 감동이 크면 아무래도 할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아, 너무 좋아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못 쓴 책도 있기는 하네. 이렇게 쓸까, 저렇게 쓸까 고민만 하다가 제대로 못 쓴 책은 《그리고 펌킨맨이 나타났다》야. 고전 얘기하는데 웬 게임 책이냐고? 이것도 내가 대학생 될 때쯤엔 고전이 되는 거 아니야? 그때 이 책을 읽는 동생들은 펌킨맨 책을 고전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고전의 개념상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는 엄마 목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아. 알았어, 침 튀기지 마시라고요!



어린 카지노 게임 추천를 만나는 시간


카지노 게임 추천가 먼지 가득한 상자에서 뭔가를 뒤적뒤적하더니, “우리, 이거 같이 볼까?” 하면서 꺼내 주는데 엄청 낡은 공책이야. 일기장이라고 써 있네. 어? 학생 이름 적는 칸에 엄청 익숙한 이름이 보여. 카지노 게임 추천야!


“이게 뭐야? 이거 카지노 게임 추천 일기장이야?”

“맞아. 무려 40년 전 일기장!”

“웩! 엄청 낡았다~.”

“반응 뭐야? 감탄한다, 얼른!”


카지노 게임 추천는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일기를 썼는지, 그걸로 얼마나 칭찬을 받았는지 또 입에 침을 튀기면서 자랑을 해댔어. 그러다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라.


“왜? 첫사랑 이야기라도 본 거야?”

“아니, 기억 속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는 엄청 반짝반짝하는 글을 쓴 걸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 보니까 뭐 그렇게까지 훌륭하진 않아서 말이야. 지금 나무가 쓴 거랑 비교해 봐도 처지는걸. 요새 아이들이 그때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게 맞는 말 같아.”


의기소침해진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지.


“그래, 맞아.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된 걸 축하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딱밤을 피해라!



“레미제라블이란 제목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져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나도 알고 있는 쟝발쟝 이야기인데 왠지 모르게 읽기 시작하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쟝발쟝은 19년 동안의 긴 감옥살이에서 풀려나 미리엘 주교의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은식기와 은촛대를 훔치고 자신의 인생을 뉘우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화를 낼 텐데 미리엘 주교는 오히려 은촛대까지 주려 하는 것이 무척 이상하였다.

쟝발쟝이 마들렌 시장직에 있을 때 착한 일을 하고 팡틴을 도와준 것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팡틴의 딸인 코제트가 쟝발쟝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시샘도 나고 부럽기도 하였다.

코제트와 결혼한 마류스가 쟝발쟝을 멀리하는 것이 한없이 밉기도 하였다.

평온한 얼굴로 주님 품으로 간 쟝발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도 쟝발쟝처럼 행복한 운명을 갖도록 힘쓰겠다.”

_ 엄마가 1986년(초등 5학년)에 쓴 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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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추천가 초등학생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된다. 글씨에 힘을 주어 꼭꼭 눌러 쓴 것이 귀여울 지경이다. 원고지 공책에다 띄어쓰기도 반듯반듯하게 하고, 공책을 오래 보관하려고 구멍을 뚫어 철끈으로 묶어 놓은 것도 놀랍다. 아마 할아버지가 묶어 주신 거겠지? 덕분에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일기장을 나까지 구경할 수 있게 되었네. 나는 원고지에 글을 쓴 게 한두 번뿐인데 카지노 게임 추천 때는 일기장이 전부 원고지 모양이었단다. 네모 칸에 맞춰 쓰려면 좀 답답했을 것 같은데, 글씨 연습에는 퍽 좋았을 것 같다. 나도 저런 공책에 쓰면 글씨가 지금보다 더 반듯해지려나?

표기가 다른 것도 웃기다. ‘쟝발쟝’이라니, 그때는 그렇게 썼던 모양이다. 마류스도 웃기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 ‘마리우스’라고 나온다. 누구 말하는 건가, 한참 쳐다봤네. 그때 5학년이었던 카지노 게임 추천는 마리우스를 원망했고, 2024년에 4학년인 나는 자벨 형사를 미워했다. 같은 책을 읽고 감상문에 남긴 인물이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장발장은 레미제라블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가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빵 하나 훔친 거 가지고 19년형에 처하게 하다니. 빵 주인도 어지간히 나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장발장을 잘 대해 주고 친절하게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장발장이 자신을 감추고 시장이 되는 것이 아주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큰돈을 벌고도 기부하고 나누는 레미제라블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도 어느 곳에 병원 지을 때 쓸 돈을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저는 그게 엄청 많이 후원한 것인 줄 알았지만 장발장의 모습을 보고 조금 더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 저는 레미제라블처럼 많은 후원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발장을 끝까지 잡으려고 하는 자벨 형사는 은혜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나중에 레미제라블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옥 19년은 안 갇히고 말이죠.”

_ 아들이 2024년(초등 4학년)에 쓴 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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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도 좀 잘 쓴 것 같아. 하하. 특히 마지막 구절이 그래. 나는 유머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유머를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칭찬해. 여러분 생각은 어때? 40년 전 카지노 게임 추천랑 오늘의 나, 둘 중 누가 더 잘 쓴 거 같아?


가만가만, 이렇게 놓고 보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은 꼭 쓰는 게 좋다는 결론이 저절로 나오는걸! 엄마가 카지노 게임 추천을 쓰지 않았다면 40년 뒤에 내가 어떻게 어렸던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겠어? 이건 진짜 역사다, 역사. 지금 내가 쓴 독서록을 몇 십 년 뒤 내 아이가 보게 될까? 뭐야뭐야, 엄청 설레잖아. 엄마나 나는 종이에 글로 남겼지만 요즘은 유튜브 같은 곳에다 기록을 남기기도 하니까 그런 것도 꽤 멋질 것 같아.


그러니까 되도록 쓰는 걸로 생각해 보자. 뭐라도 남겨 둬서 나쁠 거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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