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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r 26. 2025

4장 고전, 어떤 방법으로 카지노 게임 해?

엄마가 “이제 너도 카지노 게임을 읽어야 햇!”그랬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했게?


‘엄마 또 어디서 초등학교 고학년 되면 카지노 게임을 읽어야 한다는 책 읽었구나?’


왜 아니겠어. 엄마가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을 보니 《생기부 카지노 게임 필독서》, 《하루 한 장, 카지노 게임으로 세계여행》, 《다시, 초등 카지노 게임 혁명》, 《요즘 초등생을 위한 최소한의 카지노 게임 수업》 뭐 이런 것들이 잔뜩이더라. 엄마한테는 조선시대 금주령처럼 금독령 같은 거 내려야 한다니까. 이런 책 읽는 것도 금지시키고, 무슨 강연 같은 것도 못 듣게 해야 해. 엄마가 뭘 얻어듣는 순간 아들은 피곤해진다니까. 아무튼 그래서 엄마는 나를 데리고 카지노 게임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침을 마구 튀기다가 나의 “싫어!” 공격을 받게 됐어. 아무리 좋은 거라도 옆에서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거든. 게다가 카지노 게임은 몹시 두껍고, 읽기 힘든 게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랬더니 엄마가 나를 어떻게 꼬드겼는 줄 알아?


“엄마가 카지노 게임 줄게!”


그렇다면 나도 대환영이지. 미하엘 엔데의 《모모》부터 시작했어. 넝마를 입고 다니는 모모란 아이가 시간 도둑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야.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엄청 재미있어서 놀랐어. 막 싸움이 벌어질라 하면 엄마는 뚝 끊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통에 결국 마지막은 내가 카지노 게임 버렸지.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면서 ‘걸려들었어!’ 하는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었어. 결말이 너무너무너무 궁금한데 어떡해. 그렇게 엄마가 밤마다 카지노 게임 주는 책의 분량이 조금씩 두꺼워져 갔어. 《모모》 다음에는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어. 이것도 엄마가 카지노 게임 주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읽기 시작했어. 《왕자와 거지》도 《보물섬》도 밤마다 엄마가 카지노 게임 주었는데, 배경이 옛날인 작품들은 혼자 읽은 것보다 엄마가 중간중간 설명해 주는 걸 같이 듣는 게 더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면 왕자가 된 상태로 계속 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신분제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그런 얘기들을 주고받으면서 읽으니까 책 내용도 더 오래 기억되는 것 같아. 부작용도 물론 있지. 주로 잠자기 전에 엄마가 카지노 게임 주니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다는 것.



책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


앞에서 얘기했던 간서치 이덕무선비님은 아홉 가지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며 자기가 머무는 곳에 ‘구서재’란 이름을 붙였다고 해. 보자, 아홉 가지라면 어떤 게 있을까? 물구나무 서서 읽기, 뒤에서부터 읽기, 띄엄띄엄 읽기, 밥 먹으면서 읽기, 고양이랑 같이 읽기, 텔레비전 보면서 읽기, 게임하면서 읽기, 줄넘기하면서 읽기, 어두운 곳에서 눈에 불 켜고 읽기, 이렇게 아홉 가지! 하하하.


사실 간서치 선비님이 얘기한 아홉 가지 책 읽는 방법은 이래. 첫째 입으로 소리를 내면서 읽는 독서. 둘째는 눈으로 읽는 간서. 셋째는 베껴 쓰는 초서. 넷째는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보아 가며 읽는 교서. 다섯 번째는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평서. 여섯 번째는 자기 생각을 적어 보는 저서. 일곱 번째는 책을 잘 간수하는 장서. 여덟 번째는 남에게 책을 빌려 보는 차서. 마지막 아홉 번째는 책에 햇볕을 쬐어 주는 포서래.


나는 몇 가지 방법으로 읽어 봤는지 생각해 볼게. 아가 때는 입으로 소리 내서 책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도통 그렇게 안 해. 가장 많이 하는 건 눈으로 읽는 거. 그 다음 많이 하는 건 독후감으로 책 읽은 감상을 남기는 평서인 거 같아. 내가 읽은 책을 잘 간수하는 것도 하고 싶은데, 이건 불가능하다고 봐. 읽은 책 다 집에 두고 있으면 집이 책 무게 때문에 무너질지도 몰라.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책도 점점 많아지고, 읽은 책도 갖고 있기보다는 동생들 나눠 주거나 중고마켓에 내다 팔기도 해. 엄마가 내놓기 전에 나한테 물어보기는 해. 꼭 갖고 있고 싶은 책이 있는지 말이야. 그러면 또 보고 싶은 책을 빼놓고 내놓는 거지. 안 그랬다간 우리집은 벌써 대문 밖까지 책으로 흘러넘쳤을 거야.


1) 고전, 만화로 카지노 게임도 괜찮아


엄마가 꼭 카지노 게임 한다고 한 책 중에 《홍길동전》이 있었어. 일단 시작해 보려고 책장을 펼쳤어. 처음부터 말이 너무 낯선 거야. 덮었어. 다음 날 다시 펼쳐 봤지. 역시 책장을 넘기기가 어렵더라. 할 수 없이 다시 덮었지. 내가 그러는 걸 본 엄마는 만화 《홍길동전》을 구해 왔어. 요즘 만화 같지 않고 흑백이었는데, 알고 보니 벌써 오래 전에 돌아가신 신동우라는 할아버지가 그린 만화더라. 엄청 유명한 만화가라는데 나는 뭐 처음 들어 봤지 뭐. 엄마도 볼 생각으로 샀다기보다는 기념으로 사 둔 거래. 그렇게 안 읽히던 《홍길동전》이었는데, 신기하게 만화책으로 보니까 진도가 술술 나가. 6권짜리 만화로 《홍길동전》 클리어!


《80일간의 세계일주》도 《로빈슨 크루소》도, 《삐삐》도 만화책으로 읽었어. 만화책으로도 읽고, 나중에 그냥 책으로도 다 읽었지. 만화로 내용을 이해한 뒤여서 그런가, 아니면 그럴 만한 때가 되어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만화책으로 먼저 본 뒤에 다시 읽으면 한결 접근이 편했던 것 같아. 《삐삐》는 만화책이 아니어도 책에 재미있는 삽화가 곁들여져 있어서 이해가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걸 보는 재미도 꽤 괜찮거든. 특히 경찰관들을 지붕 위로 휙휙 던지는 삐삐의 활약이 그려진 장면은 몇 번을 봐도 눈물 찔끔 흘릴 만큼 웃기지 뭐야.


2) 고전, 엄마가 카지노 게임 줘도 괜찮아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열 권씩, 스무 권씩 카지노 게임 달라고 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은 많아. 그렇지만 나처럼 몇백 쪽이나 되는 책을 엄마가 다 카지노 게임 주는 집은 별로 없더라. 책이 듣고 싶어서 잠드는 시간이 자꾸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엄마가 책을 카지노 게임 주는 게 나는 참 좋아. 엄마가 카지노 게임 준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긴 한데,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고 뒤이어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 일곱 권을 끝냈을 때는 엄마도 나도 만세를 불렀어. 뭔가 굉장히 뿌듯했어. 엄마랑 나랑 둘만의 이야기를 만든 것 같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재미있었어. 《마루 밑 바로우어즈》나 《산적의 딸 로냐》 같은 건 혼자서 절대 안 읽었을 것 같아. 여자가 주인공인 책보다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책이 나는 더 재밌거든. 엄마가 카지노 게임 줄 때는 내가 혼자 안 읽을 것 같은 책을 고르는 것 같아. 뭐, 나로선 불만 없어. 다른 재밌는 건 나 혼자 얼마든지 카지노 게임도 되니까.


엄마가 읽어 준 책들을 꽂아 두는 책장이 따로 있는데, 두꺼운 카지노 게임들 말고도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나 《그리운 메이 아줌마》 같은 책들 사이에 《손도끼》랑 《스피릿 베어》 같은 책들도 듬성듬성 들어 있어. 그 책장을 들여다보면 엄마랑 같이 침대에 누워 보송보송 따뜻했던 시간에 둘러싸이는 느낌이지.

엄마가 오래오래 책을 카지노 게임 주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 엄마가 읽는 책들 보면 아이가 원하기만 한다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책을 카지노 게임 주라고 되어 있더라. 그런 대목을 내밀었더니 엄마가 갑자기, “아이고, 눈이 침침해서 뭐라고 써 있는지 안 보이네. 흠흠.” 하면서 도망을 가더라고.

3) 카지노 게임, 어린이용 판본으로 봐도 괜찮아


도서관에서 카지노 게임 시리즈들이 몰려 있는 책장으로 가 보면 일단 그 두께에 압도당해. 내용은 궁금한데 선뜻 집어들기 망설여지지.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읽어보고는 싶은데, 와, 그 벽돌 같은 단단함에 용기가 안 나는 거야. 내가 머뭇대는 걸 보고 엄마가 다른 출판사의 좀 얇은 책을 갖고 와 줬어. 열어 보니 글씨도 좀 덜 빼곡하고, 책 자체 크기도 작아서 좀 만만한 거야. 《키다리 아저씨》나 《빨간 머리 앤》 같은 책들은 그렇게 읽었어. 엄마도 초등학생 때 삽화가 그려진 세계명작 전집으로 카지노 게임을 처음 접했다면서, 너무 완벽하고 똑똑해 보여서 아예 접근하기 어려운 친구보다는 그래도 뭔가 좀 허술해서 만만한 친구한테 말 걸기가 편한 거랑 똑같은 거래. 이게 맞는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엄마 얘기는 그래. 좀 짧고 그림도 많은 어린이용 버전을 읽는 것도 괜찮다고 하니까 나도 마음이 편해졌지. 2학년이나 3학년 때는 그런 걸로 읽고 나중에 비룡소 출판사나 시공사 시리즈로 다시 보니까 나는 좋더라고. 만화책처럼 문턱이 낮은 장르를 찾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


4) 카지노 게임, 좋은 문구는 베껴 써 보는 것도 좋아


엄마가 카지노 게임 4권을 읽고 나면 내용이 많지 않은 책을 내밀면서 베껴 써 보라고 하더라. 《꽃들에게 희망을》이랑 《명심보감》, 《이런왕자》 같은 책들이었지. 결과적으로 난 실패. 필사는 엄마만 하는 걸로. 요즘도 한 번씩 “같이 쓸래?” 하지만 마음이 영 내키질 않아. 엄마가 얼른 포기해 줬으면 좋겠어.



******* 함께 읽기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비룡소


엄마가 카지노 게임 줄 때 “그림 나올 때마다 꼭 보여 줘!” 부탁했었어. 어쩌다 한 장씩 들어 있는 그림이 궁금해서 누워 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지. 그림이 나올 때가 됐는데, 엄마가 일부러 얘기 안 하는 건가 싶어서 그림을 미리 봐 둔 적도 있어. 밤에는 드림렌즈를 끼고 자야 하는 나는, 일단 잠자리에 들면 안대를 쓰기 때문에 책 보려고 일어나는 일이 굉장히 번거롭거든. 그래도 이 책은 그림이 너무 궁금해서 자꾸만 일어나 책을 보게 되더라.


이 책은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라는 소년이 우연히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그 책 속으로 들어가 겪은 모험에 관한 이야기야. 현실 속의 자신은 못나고 볼품없지만 이야기 속에서 용감하고 멋진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그러다 진짜 자신을 잊어버리고 현실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게 돼. 그러다 책 속에서 만난 친구들 덕에 길을 찾게 되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들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 가슴 뛰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 좀 더 나중에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재미있게 봤는데,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최고의 모험 이야기였어. 엄마는 <나니아 연대기 보는 내 옆에서 원작이 따로 있다며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슬쩍 권해 줬지만, “싫어!”로 방어했지. 영화는 영화대로, 좀 둘게요, 어무니.


“저는 이 책을 다 읽고는 깜짝 놀라 생각했어요. ‘내가 어떻게 702쪽이나 되는 긴 책을 다 읽었을까?’ 하고 많이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처음에 그저 그렇다가 점점 재미있어지더니 오히려 나까지 긴장되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미하엘 엔데 작가님은 정말 기발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끝없는 이야기가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이니 나중에 들려주겠다.’ 가 너무 싫었다. 왜냐, 그 이야기는 아예 안 들려주기 때문이다. 난 그 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다. 이 독서록을 미하엘 엔데 작가님이 읽고 다음 권을 내주시면 좋겠는데 돌아가셔서 정말 속상한데 꼭 카지노 게임 보세요.” _ 3학년 때 쓴 독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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