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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Apr 03. 2025

나를 집 밖으로 끄집어 내는 카지노 쿠폰들

그럴 기분이 아니어도 일단 하자

퇴사 후 집에서 소소한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다. 뭔가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다. 사업한다고 하면 놀라움과 기대가 가득찬 눈빛으로 어떤 사업인지, 돈은 얼마나 잘 버는지 궁금해할 눈빛들이 생각만해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런 질문들을 사전 차단하고자처음부터 '소소한 일'을 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다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움이 많다. 멘탈을 다잡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내 마음은 하루에도 롤러코스터를 20바퀴 정도는 타는 듯한다. 레일을 따라천천히 올라갈때는 괜찮은 것 같다가도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다시 솟구치고.. 반복이다.너무 많이 타니 나중에는 속도 울렁거리고 멀미가 날 지경이다.


친구, 지인들에게나의 이런 침체된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하다보면 흐르는 답없는 근심 걱정을 공유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누군가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면 '그래 언제 한번 보자~'라는 '당분간은 보지 말자'라는 뜻과도 같은 말을 남기고또 다시 숨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랬던 나에게끈질기게 만나자고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오늘 그 두 명을 만나고 왔다.

사실은 너무 귀찮고 피곤했고 누구를 만나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기분이 아니었다.어차피 나가는 거 오늘 다 해결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점심, 저녁 약속을 각각 잡았다.점심 약속은 사촌 언니였다. 11살 나이차이가 있는 언니와는 그동안 왕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때 이모네 집에 놀러가면 나한테 잘해주던 예쁜 대학생 언니는 어느덧 환갑을 앞두고 있었고, 가족 행사에서 오랫만에 만난 언니는 나에게 한번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다. 자꾸 답을 회피하기해도 미안해서 언니 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초대받아서 누군가의 집에 가는 길. 예전같으면 기분 좋았을 길에도 기분은 그냥 그랬다.


언니는 나와 먹을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다가 오랫만에 누군가와 함께,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식사가 얼어붙어있는 내 마음을 조금 녹여주는 듯 했다. 이야기하면서 울고 웃고, 어느새 내 앞에는 언니가 가져다 준 곽티슈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휴지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언니 집을 나올때의 기분은 들어올때와는 좀 달랐다. 뭔가 후련하고 조금은 개운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두번째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사람의 인연은 함께한 시간과 꼭 비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오래 알고 지내도 특별한 관계가 아닌 경우도 많고, 아주 짧게 알고 지냈지만 오랜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전 직장 동료인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같이 근무한 기간은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퇴사할 때 연락하고 지내자라고 했지만 함께 한 시간도 짧고 이내 연락이 끊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꾸만 숨고 싶어하는 나에게 그는 계속해서 안부를 묻고, 내가 묻지도 않는 그의 근황을 알려주고, 만나자고 했다. 솔직하고 유쾌한 그와 대화를 하다보면 나도 나의 흑역사이자 찌질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혼자 짊어지고 있던 어떤 마음의짐을 툭카지노 쿠폰 내려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겁게 들고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으니 이제는 필요한 무언가를 새롭게 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 생긴 것 같았다.


집에서 오전에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 벌써 저녁 9시가 되었다. 차를 여러번 갈아타고 평소보다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낸터라 피곤할법도 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에너지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요즘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다가 많이 하는 생각 '나중에 할래. 나 지금 그거 할 기분 아냐'

오늘도 그랬다. '나 지금 누구 만나고 싶은 기분 안닌데.. ' 그런데 그들을 만나고 나니 무언가를 하고 싶은 기분이, 의욕이 생겼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기분이 드는 날은 좀처럼 제발로찾아오지 않을 있다. 일단 하고 나면 더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미루고 미뤘던 글을 아침부터 써 보았다. 글을 쓰고 나니 내일도 또 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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