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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봄 Apr 24. 2025

카지노 게임으로 중고차 한대값은 족히 냈는데

100일 글쓰기 챌린지 - 18일차

20-30대때 나는 워낙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모임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30대때는 선배, 동기, 후배들까지... 결혼식 다니느라 주말이 바빴다. 하루에 두탕을 뛰기도 했다. 거기에 당시 근무하던 회사는 터가 좋은 건지, 서른즈음만 되면 직원들이 그렇게 결혼들을 했다. 축의금이 정말 쉴새 없이 나갔다. 친한 사람들이야 기꺼이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지만 딱히 특별한 관계도 없는 회사내다른 팀 직원들 축의금까지 챙길때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속 갈등을 100번 정도는 했던 것 같다. 축의금을 보내, 그냥 말아? 결과적으로는 어차피 보낼꺼면서 쓸데없는 고민만 늘 했다. 안보내자니 신행 다녀와서 답례품 돌릴때 너무 민망할 것 같았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결혼한 직원들은 곧 퇴사를 하고 이내 그 자리에 다시 들어온 서른즈음의 직원들이

또 결혼을 한다. 카지노 게임 무한루프의 세계같았다.


도대체, 이놈의 카지노 게임 문화는 왜 있는거지? 바뀔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니다... 나까지는 받아야지. 나는 회수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당연히 결혼을 할 줄알고 그렇게 열심히 결혼식을 다녔건만 나의 결혼은 하염없이 늦어졌다.

이번 생에 나에게 결혼은 없나보다.. 라고 생각하던 그때 내 인연을 만났다.마흔 다섯이었다.

결혼 날짜를 잡은 지금은 마흔 일곱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부를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 사이 연락 끊긴 사람도 많고, 난 이제 퇴사를 했기에 와줄 동료, 후배 직원들도 없다.

나가던 모임도 대부분 정리한지 오래이다.결국 남은 건… 진심으로 축하해줄 몇 사람뿐이다.


요즘 결혼준비로 웨딩카페에 종종 들어가서 정보들을 얻고 있는데

결혼식 손님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죽하면하객 알바 홍보 글들도 심심찮게 올라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놀라우면서도 씁쓸하기도 하다.


아마 나도 20-30대인데 와줄 친구가 별로 없다면 저런 서비스(?)에 솔깃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려 마흔일곱의 나는 식장에 손님이 많건 적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결혼식에 엄청난 금액의 축의금을 내면서 다녀봤지만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 누구 결혼식에 손님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관심도 없었고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이렇게 연륜이 쌓이는 것인가? 하면서 혼자 괜히 뿌듯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결혼 소식을 알릴 생각이다.

카톡 프사에도 괜히 안물안궁 웨딩홀 이름과 날짜, 웨딩사진을 올리지 않고 조용한 결혼식을 치룰 계획이다.

쿨하게


요즘 식대가 평균 8만 원이다. 나도 그정도에 웨딩홀 계약을 했다.

어차피 사람들이 와도 남는게 없다는 뜻이다. 청첩장 인사하면서 식사라도 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쿨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결혼식 손님 욕심을 부리는 것은굳이 불필요한 일이라는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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