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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lu Apr 08. 2025

‘카지노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화된 세계

영화 <화이트버드를 보고

영화 〈화이트버드〉는 2017년작 〈원더〉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전작에서 왕따 가해자였던 줄리안이 퇴학 이후 프랑스에 사는 할머니 ‘사라 블룸’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그녀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1940년대 나치 점령기 프랑스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숨어 지내야 했던 소녀 ‘사라’에게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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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작스레 벌어진 나치의 단속으로 사카지노 게임 가족과 떨어지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돕는 건 학교에서 한 번도 눈을 마주친 적 없던 조용한 소년 ‘줄리앙’이다. 줄리앙은 사라를 집 헛간에 숨기고, 두 사람은 긴 시간 동안 함께 지내게 된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신뢰, 그리고 두려움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두 아이의 모습은 진심 어린 울림을 준다.


특히 줄리앙이 사라를 지켜나가는 방식은 카지노 게임이 꼭 과잉된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배우의 눈빛과 표정이 만들어내는 감정선은 대사보다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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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지나치게 매끈하며 스토리 구조는 친절하다 못해 단순하다. 등장인물은 선명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고 갈등 구조는 단순하다. 전쟁이라는 배경이 갖는 복잡성보다는, ‘희망과 친절’이라는 테마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 전체가 마치 누군가의 의도대로 설계된 감정 조작처럼 느껴진다. 감동을 위한 구조가 지나치게 분명하기에 오히려 감정이 밀려오기 전의 판단이 먼저 작동한다.


대표적으로 흰 새와 늑대의 상징은 감정을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지만, 그 타이밍이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작위적이다. 상징이란 관객이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가지는데, 이 영화는 그 해석의 여지를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지점은 독일 감독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한계일지도 모른다.


〈화이트버드〉는 다정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따뜻한 의도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다정함을 강조하기 위해 복잡성을 지우는 방식은 오히려 관객의 경험을 단조롭게 만든다. 감동은 단순한 연출의 결과가 아니라, 삶의 모순과 균열을 인정하고 마주할 때 비로소 깊게 전달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갈등의 층위는 얕고, 관계는 너무 순조롭다. 등장인물은 선과 악으로 선명하게 구분되고,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다정함’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획득하는 낙관은 무력하다.


영화는 잘만든 착한 이야기지만, 그 착함이 너무 단선적이고 표면적이라 설득력을 잃는다. 감동은 구조가 아니라 진심과 복잡성 속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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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다정함의 가치가 가진 힘을 믿고자 한다. 그것이 다소 평면적이고 작위적으로 그려졌을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시대에 여전히 다정함을 말하고자 한다는 점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모든 이야기가 복잡한 맥락을 품을 필요는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 단순한 구조와 명확한 감정의 흐름이 하나의 위안이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나도 저런 다정함을 베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화이트버드〉는 깊이보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하고, 어떤 감정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장 단순한 언어로 다시 상기시켜주는 이야기. 그 진심만큼은, 비판 속에서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는1ROW서포터즈로선정되어소정의활동비를지원받아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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