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술자리가 있었다. 애인의 친구들을 소개받은 것이다. 새로운 친구들은 사귄다는 기쁨에 오랜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파민이 돌던 나는 그 즉시 지하철을 잡아타고 을지로로 가서 MC 역할을 자처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발언의 지분이 균등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초조해지는 진행병이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어색함을 풀어가고 있는 다른 분들과 달리 실시간으로 방전하는 자신을 느꼈다. 최근 상담사님은 이런 내 성향을 심리 검사 결과지를 통해 "자극추구도가 0에서 100 중에 100인데, 사회적 민감도도 0에서 100 중에 99에요." 라고 말하며 이렇게 끔찍한 혼종이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긴장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질문을 갈겨대며 틈새 휴식을 시전했다. 그렇게 요즘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한 분이 최근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대체로 브런치를 오피셜한 이야기를 끄적이는 나는 반갑게 이야기했다. 저희 맞팔해요!
그런데 그 분이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저는 브런치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써서요.." 다음 말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에 나는 황급히 손사래치며 뚝딱였다. 헉, 아니오! 팔로잉 안 해도 돼요!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전 너무 좋아요! 이렇게 벽 쳐주시는 거! 선을 둬야 상대방이 조심할 수 있잖아요!
그는 자신보다 더 당황하며 우왕좌왕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하 시바.... 나는 왜 이런 걸 감추지 못하는 거냐.... 어쩐지 로맨스 영화에서 여주인공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려던 찌질남이, 계획에 벗어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오버랩 됐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과거의 경험들을 떠올렸다. 말 놓으셔도 돼요. 라는 나의 말에 "바로 말 놓는 것보단.. 관계의 거리를 천천히 조정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라는 상대의 대답에 손사래치며 당황하기, 일 이야기가 많아 블로그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에게 토끼 눈 뜨며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누가 나한테 이렇게 벽 치는 게 좋아!" 라며 부연 설명을 생략한 언어로 상황 봉합하기... 등의 과거가 쏟아져내렸다.
나는 생각했다. 왜 이런 날렵하고 영리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늘 무식하게 용감하고 오바하며 수습하는 쪽이 되는가?
... 그리고 왜 대체로 그런 대답들에 반하는가?
2. 아마 진심을 느껴서일 것이다. 일본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에서는 인생을 5회차씩 다시 살아가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생에서 만난 소꿉친구들이 좋아서 다음 생에도, 그리고 그 다음 생에도 그들과 함께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친구들이 사고를 당하는 미래를 알고 있기에, 그들이 위협에 처하는 상황을 막으려 어릴 때부터 학업에 매진해야 했다. 그로 인해 3회차의 삶부턴 자연히 그들과 멀어지게 된다.
이전 회차의 삶처럼 친구들과 막역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초등학생쯤 됐을 때, 당시 유행하던 카지노 쿠폰 교환식을 신청함으로써 그들과 가까워지려 애쓴다. "우리 같이 카지노 쿠폰 교환하지 않을래?"
그들의 카지노 쿠폰 교환식에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볼록 튀어나와 입체감이 있거나, 반짝이가 붙어 있거나, 독특한 캐릭터의 카지노 쿠폰는 레어 카지노 쿠폰로, 이건 주로 평범한 카지노 쿠폰 두 세개나 같은 레어 카지노 쿠폰와만 교환이 가능하다. 누군가 이게 레어 카지노 쿠폰야! 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상대방이 소중히 여기는 듯한 레어 카지노 쿠폰를 탐낼 시 양심적으로 자신의 레어 카지노 쿠폰로 협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는 협상의 원칙이며 우정의 기본 공식이다.
주인공은 어쩐지 순조롭게 카지노 쿠폰 교환식에 참가하게 되지만, 곧이어 풀이 죽고 만다. 자신은 레어 카지노 쿠폰를 선물받았는데, 다른 이들은 배려를 한답시고 조그마한 평범 카지노 쿠폰를 딱 한 개만 가져가는 것이다. 세상에! 너무 서운해.
쿵짝이 잘 맞는 서로의 취향을 숨겨두고 계속 표면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나 역시도 배려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되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리고 왜 카지노 쿠폰 교환식이 쌤쌤으로 끝나기 전에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는지에 대해 한탄했다. 이제는 레어 대 레어로 카지노 쿠폰 교환을 하게 된 친구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자 친구가 답했다.
"그럼 상대방에게 먼저 자신에게 중요한 순으로 카지노 쿠폰 순위를 매겨달라고 하는 게 어때?"
나는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손사래쳤다.
"야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내 패를 다 까지도 않고 남의 속을 까달라고 하는 거잖아. 선 넘는 것 같아."
친구는 답한다.
"그건 그렇지... 중요한 건 친해지기 시작할 때는 성급할 수 있으니까, 진짜 레어한 거 말고 덜 레어한 카지노 쿠폰 부근에서 비비면서 교환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게 정확히 무엇이냔 말이야."
나는 묻는다.
"그럼 그냥 한동안 평범한 카지노 쿠폰만 교환하면 안 돼?"
친구는 내가 가장 공포스러워하는 문장을 꺼낸다.
"그러면 상대가 너를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텐데도?"
기가 죽은 나는 변명한다.
"아니 그래도.. 무례한 것보다야 노잼이 낫지. (대체로 나는 그런 식으로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깨닫곤 입술을 깨문다) 그보다 고민인 건, 나는 내 카지노 쿠폰가 충분히 귀엽고 레어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귀엽다고 느끼는 지점은 각자 다르잖아. 상대방은 내 카지노 쿠폰를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친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선, 외모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기준이 다르듯 귀여움도 주관적이니 네 카지노 쿠폰의 레어함을 봐주지 못하는 인간과는 친구할 필요가 없어. 애쓰지 않아도 네 카지노 쿠폰가 취향인 사람과 친구해."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러려면 일단 많이 시시해져 봐야 해. 레어 대 레어를 얻는 과정이 쉽진 않지."
"그리고?"
"이게 상대에게 어느 정도로 소중한 카지노 쿠폰인지 긴가민가할 때는, 먼저 떠보기-아님 말고 스킬을 쓰는 거야."
"떠보기- 아님 말고?"
"응,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떠보기'보다 '아님 말고'가 기본값이라는 거야. 희망보다 체념이 먼저 자리해야 레어 카지노 쿠폰 부근에서 비빌 깡이 생겨. 기억해. 떠보기와 아님 말고는 한 패야."
3. 문득 일전에 떠보기를 당한 기억을 떠올렸다. 작년 이맘때쯤, 친구 하나를 알게 됐다. 나는 처음부터 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직감했고, 같이 신형철 평론가가 사회를 보는 북토크를 보러 가자는 말에 신이 나 같이 가자고 응답했다. 그렇지?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지?
그러던 약속 당일, 나는 조금 섭섭해지고 만다. 친구가 "혹시 몰라 떠봤다"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나.. 나와 친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단지 북토크 보러 갈 사람이 필요한 거였어?
서운함을 미처 말하진 못했지만, 떠보기가 적중한 덕에 우리는 이제 레어 대 레어 카지노 쿠폰를 교환하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이제 그 친구의 떠봤다는 말이 가벼운 심심풀이가 아닌 세심함이나 용기 같은 단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안다. '아님 말고' 해도 괜찮을 정도의 부담 없는 적절한 온도의 제안에도 적지 않은 품이 드는 것이었다.
4.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쩌면 내가 자신의 선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이들에게 매번 반하는 이유는 그들이 내게 레어 카지노 쿠폰는 이쯤에 있어, 라고 말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평범 카지노 쿠폰를 요구하는 것으로만 응수해왔던 시절을 넘어, 카지노 쿠폰집을 펼쳐 진심을 고르며, 이제야 나는 레어 카지노 쿠폰를 맞교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