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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짜의 클리닉 Apr 08. 2025

콩알이 열번, 밤은 한번 구른다

자잘한 10찬보다 < 큰카지노 게임이 먹힌다

2012년 우연히 동네 파스타집을 클리닉하면서 피자의 원가를 뒤늦게 따질 수 있었다. 생지를 쓰지 않고도 피자를 만들 방도까지 알게 되었다. 또띠아를 도우로 사용하고 그 위에 100% 치즈를 얹어도 당시 2천원 초반이면 30센티 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카지노 게임으로 만들었다. 카지노 게임이라고 그냥 줘버렸다. 1인분에는 못주지만 2인분 부터는 피자를 그냥 내주는 식당을 만들었다. 피자에 소요되는 원가 2천원을 1인분 가격 천원 ~ 1,500원을 올림으로써 해결해버렸다. 손님들은 가격이 불과 천원쯤 올랐지만, 30센티나 되는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식당에 열광했다. 지금도 대형 쭈꾸미집들이 내가 그때 만든 피자주는 컨셉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이던 2020년 작은 쌀국수집에서 연락이 왔다. 하루 30만원도 팔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다. 가보니 쌀국수 단품과 정식이라고 2천원을 더 내면 쌀국수에 작은 요리, 그리고 밥까지 챙겨줬다. 쌀국수를 만드는 그 수고보다 2천원어치의 그 음식이 더 고생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정식을 빼라고 하고, 반새오(베트남식 부침개라고 이해하면 된다)를 카지노 게임으로 주라고 했다. 8천원을 받던 쌀국수 가격을 무려 13,000원으로 올려버렸다. 쌀국수는 인지 가격의 편차가 심해서 싸게 판다고 좋아하지도 않고, 비싸게 판다고 터무니없다고도 생각지 않아서다. 당연히 쌀국수 양은 많이 줬다. 양도 푸짐한데다가 쌀국수 2개를 시키면 최소 15,000원은 줘야 먹는(심한 가격대는 24,000원까지 봤다) 반새오를 그냥 먹을 수 있다는 소문에, 코로나에도 줄을 세웠고 당연히 돈을 벌어 신촌에 근사하게 2호점까지 내게 되었다. 소꿉장난 같은 요리 1개와 밥을 주고 겨우 2천원을 더 받았을 때는 죽도록 고생을 했는데, 접시 하나에 가득 차는 반새오를 손님 돈(올린 가격)으로 만들어 내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12찬으로 먹히는 집도 있다. 그러나 12가지의 찬을 만들려면 준비부터 캄캄하다. 그리고 그 12개의 찬은 잘해야 그저 카지노 게임일 뿐이다. 그거 때문에 가긴 하지만, 그거 때문에 소문에 불이 붙지는 않는다. 하지만 큰 카지노 게임을 내주면 무엇보다 소문에 덩치가 커진다. 작은 카지노 게임은 리필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그걸 거절하면 12가지의 카지노 게임을 만들어낸 의미가 사라지지만, 큰 카지노 게임은 아무도 공짜로 더 달라고 소리를 하지 못한다. 더 달라지도 못하면서 좋아하고, 그 좋아함을 감추지 않고 손가락홍보에 사용해 식당이 멀리까지 소개되도록 홍보맨을 자처해준다. 그래서 지금 당장, 자신의 상차림에서 크게 만들 가능성이 높은 카지노 게임을 찾아야 한다. 그게 만일 원가가 많이 들지 않는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카지노 게임 혹은 곁들임으로 돈을 받고 팔던 메뉴도 상관없다.



1만원을 받고 팔았어도 좋다. 그 원가는 대략 3천원 남짓 할테니 말이다. 그건 내 주력 메뉴의 가격을 1,500원쯤 올리는 것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최소 손님은 2명이다. 1,500원을 더 내주는 손님이 2명이면 만원에 팔던 곁들임을 얼마든지 큰 카지노 게임으로 내줄 수 있다. 그게 어제까지 돈을 내고 먹던 걸 알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내가 팔던 게 아니어도 상관없다. 대한민국 어떤 쌀국수집에 가도 반새오를 카지노 게임으로 주는 집이 없음을 손님들은 안다. 그리고 심지어 반새오 가격이 15,000원 이상쯤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이제 큰 카지노 게임을 내준다는 것을 알게 된 손님은 당연히 그 메뉴를 먹고 싶을 땐, 저절로 내 식당의 상차림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손님이 모아지고 겹쳐지면 당신의 식당이 1순위가 될 것이다.




카지노 게임냉면에 카지노 게임이 이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틀을 깨지 못하면 손님은 줄 서지 않는다.




이제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태국, 라오스 음식 전문점에 갔었다. 라오스식 볶음밥 9천원짜리와 똠양꿍 쌀국수 14,000원을 시키고, 아내가 좋아하는 공심채를 시켰다. 모닝글로리라고도 부르는 이 야채볶음은 동남아여행에선 매 끼니마다 먹었던 탓에 아내는 고수만큼 이걸 좋아한다. 당연히 그 식당도 공심채는 돈 받고 팔았고 가격은 8천원이었다. 둘이서 3가지를 시킨 합산은 31,000원이다. 라오스식 볶음밥이 9천원은 싸고, 만원은 비쌀까? 똠양꿍는 쌀국수로 주고 15,000원은 비싸서 시키지 않을까? 그렇게 만원씩 손님에게 더 달라면 어떨까? 팔리지 않을까? 그렇게 천원씩 더 받아내고서 공심채를 그냥 주면 어떨까? “공심채를 카지노 게임으로 주는 라오스 식당이야”라고 입소문이 나면 어떨까?



공심채를 팔지 않고 카지노 게임으로 주니까, 둘에게 25,000원을 받았다. 공심채를 따로 팔았을 땐 31,000원이 매출인데, 6천원이 줄었으니 식당이 손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엄연한 착각이다. 둘이서 음식 2개에 8천원짜리 공심채를 매번 시킬 확률은 높지 않다. 무려 8천원을 더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으로 그냥 준다는 걸 알고 그 집을 외면할 확률도 낮을 게 분명하다. 공심채는 동남아 여행에서도 돈 주고 사먹었는데, 한국에서 그걸 그냥 카지노 게임으로 준다는 건 특별한 매력이라서다. 공심채를 카지노 게임으로 내주면 6천원 손해가 아니라, 손님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단, 2명인 손님이 늘어난다. 다른집보다 천원씩 더 부담하면 공심채카지노 게임을 먹을 수 있으니 아무래도 그 집을 찾게 될 것이다. 거기에 6~8천원짜리 공심채를 공짜로 먹으니 짜조건, 맥주 한병이건 더 시킬 여유가 생긴다. 사람은 고마움에는 보답하려는 습성이 있기에, 공짜인 공심채 카지노 게임 때문에 뭔가를 하나 더 시킬 지도 모른다. 그걸 포함하여 어쨌든 간에 손님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공심채 카지노 게임을 주는 라오스식당,은 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또 있다. 큰카지노 게임은 가치 있는 카지노 게임이어야 하고, 돈값 하는 카지노 게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가 덜한 카지노 게임은 줘도 큰 매력이 없다. 손님이 봐도 얼마 안하는 재료로 만든 카지노 게임 역시 끌림이 덜하다. 기왕에 주는 카지노 게임은 선물이 되어야 한다. 콩나물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공심채라서 특별한 셈이다. 우리에게 흔한 나물이 아니라, 동남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나물이라 궁금한 것이다. 이렇게 천원으로 만든 카지노 게임은 아무거나여도 되는 게 아니다. 사이즈가 커야 하고, 색달라야 하고, 재료비가 제법으로 느껴져야 한다.



또 한번 더 친절한 가이드를 한다면, 동남아 음식에서만 공심채가 유용한 카지노 게임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피자를 삼겹살집에서도 써먹었다. 그것도 아주 잘 써먹었다. 공심채를 한식이라서 쓸 이유가 없고, 우동집이라고 나몰라라 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공심채를 모를 수 있고, 줘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실제로 줘보면 안다. 줘보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거르는 주인들의 습관은 정말 나쁜 버릇이다. 줘서 좋은 이유보다 주기 싫은 이유가 훨씬 더 찾기 쉽고 많다. 그러니, 셀프로 객관화는 사실 다 거짓이다. 그냥 그렇게까지 주기 싫은거다.



천원을 더 올렸는지 손님이 얼마나 잘 알까? 모른다. 김치찌개 값을 대한민국 모든 식당이 8천원에 팔지 않는다. 대략 8천원쯤으로 생각하지만, 어디는 6천원도 받고 어떤 식당은 만원도 받는다. 손님이 인지하는 가격이 분명 있기는 하지만, 집집마다 가격이 다른 것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 사실 천원을 더 받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전혀 어렵지 않다. 스스로 좁은 상권에 갖혀서 바로 옆 가게와 비교해서 그 집보다 비싸면 손님이 없을까 걱정할 뿐이다. 내 옆집에 가는 손님을 뺏어오는게 장사가 아니다. 그거 뺏는다고 내가 먹고살아지지 않는다. 남의 동네에서 택시까지 타고서라도 오는 손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르게 줘야 하고, 폼나고 특색있게, 비싼 걸 줘야 한다. 그 수는 달리 없다. 손님이 주는 돈이어야 내가 무기로 쓸 수 있다. 내 돈에서 꺼내 주는 선물은 한시적이다. 지속할 수 없다. 지속되지 못하는 컨셉은 접는 순간이 외양간 문을 연 순간이다.


10년 전에는 피자를 천원으로 만들었고, 막국수집에서 불고기전골을 주는 컨셉도 천원론에서 나왔다. 망한 막국수집을 인수해서, 불고기전골 카지노 게임을 줬더니 월매출 1억을 찍었다. 겨우 손님 한명당 천원씩 더 받아냈을 뿐인데 망한 자리에서 1억씩 팔아냈다. 이 책을 보고도 큰카지노 게임을 만들 생각이 없다면, 당신도 참 대단한 고집이다. 당신은 참 가족을 힘들게 하는 나쁜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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