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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r 31. 2025

카지노 게임 되어 사랑을 배운다

카지노 게임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자식을 낳은 여성들이 왜 그토록 자기 아이 이야기만 하는지. 이를테면 이런 것들. 아이와 어떤 하루를 보냈고, 아이의 어떤 점에 웃고 울었는지, 아이와 무얼 했고,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 아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들. 이제는 안다. 그 이야기마다 하나 같이 참을 수 없는 사랑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아이 낳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 카지노 게임의 아주 짤막한 메모 속 티끌만 한 사랑의 표현도 읽어낼 수 있다. 내가 그 대목에서 너무도 감동해 울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산후 관리사 선생님이 상주하는 기간 동안 낮잠 한 번 제대로 자지 못했다. 믿을 만한 분이었고, 다니도 무척 따랐던 분인데 그분의 어떠함과는 상관없이 내가 내 마음을 어찌할 줄을 몰라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울기 바빴다. 그러다 조금 진정되면 인스타그램을 켰다. 아이를 너무도 잘 키우는 미지의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못 할까에 빠져 더 우울해했다. 인스타그램을 지울까 하다가 육아 인플루언서들의 계정을 검색하지 말자 마음을 먹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내가 팔로우한 사람들의 피드를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그들 중 생각보다 많은 이가 카지노 게임였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플로리스트, 회화 작가, 시인, 요가 선생님, 출판사 대표님, 작가분들은 그들의 생활과 작업에 대한 피드와 함께 자신들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다. 예전에 나는 아이 사진을 올리는 일이 뿌듯한 인형 놀이 같은 건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예쁘게 옷 입힌 카지노 게임들이 왜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남기고 기록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카지노 게임인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들여 고른 것을 내 아이에게 입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조리원 퇴소를 하면서 나는 다니에게 뭘 입혀야 할지 영 알지 못했다. 배냇저고리와 배냇슈트가 뭐가 다른지, 개월 수에 따른 옷 사이즈가 어떻게 다른지, 어떤 브랜드가 내 취향인지, 어떤 컬러가 내 아이에게 잘 어울리는지 그런 걸 알려고만 하면 숨이 막혔다. 내가 독파하기에 너무도 거대한 세계 같았고, 사실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를 구원해준 건 내 친구들이다. 먼저 카지노 게임가 된 친구들. 카지노 게임가 되어 그동안 나와 연락을 멈추고 살았던 친구들. 내가 아이를 가지고 나서야 우리들은 비로소 다시 친구의 시간을 회복했다.


친구들은 나를 기꺼이 도왔다. 내가 뭘 모르는지 정확히 알았고, 뭘 버거워하는지 눈치챘다.


“네 아이는 이런 게 잘 어울릴 거야.”

“나는 이런 걸 좋아했어, 너도 한번 입혀 봐.”

“네 취향은 아닐 수도 있지만 막 갈아입힐 게 필요할 테니 실내복으로 입혀. 외출복은 네 취향이 생기면 사서 입혀 봐.”


너무도 어른스럽고 여유로운 말투로 무지한 나를 독려하며 필요를 채워주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친구들이 채워준 다니의 옷장을 열어 이것저것 입히며, 내 아이를 입히는 재미를 그렇게 배웠다.


어른인 나는 뽐을 내기 위해 옷을 골라 입는다. 그러니 아이 옷 입히는 일도 그런 건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일부는 맞기도 하겠지만) 그건 사랑의 표현이었다. 좋은 옷, 비싼 옷 입히기가 사랑 표현의 척도가 아니다. 아이를 입히는 행위가 사랑 그 자체다.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와 씨름하며 기저귀를 갈고, 아이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옷을 입히는 일. 그러다 오줌이 새고, 똥이 묻어 기껏 다 입힌 옷을 다시 갈아입히고 진땀을 빼는 그 일이 바로 사랑이다. 그 분투 후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은 오히려 너무 당연한 일이다.


길을 지나가다 카지노 게임와 함께 있는 아이를 보면 절로 마음이 흐뭇해진다. 아이가 벌거벗지 않고 예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있으니 감동적이다. 내 아이에게 내가 그랬듯, 저 아이도 그런 사랑을 제 카지노 게임에게 받았겠지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카지노 게임와 아이를 향해 한없이 사랑을 나누고만 싶어진다.


다니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면, 나는 절로 사랑을 받는다. 모든 카지노 게임들에 둘러싸여 칭찬을 받는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사랑을 받는다.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이 다 사랑이다.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제스처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이다.


카지노 게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하기에 무엇을 하는지, 사랑하기에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나처럼 악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카지노 게임 되어 사랑을 배운다.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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