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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Feb 11. 2025

있음직하지 않은 이야기

이청준의『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조백헌 원장이라는 인물은 실존하는 인물(조창원 원장)을 모델로 그려진 존재일지언정, 이 땅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해서 작가가 이 이야기를 ‘역설적 우의성’에 근거하여 썼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옛이야기 속에서 만난 영웅을 현실에서도 만나기를 소망한다. 작가의 소망도 우리의 소망과 같은 것일까. 소록도를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과 ‘하면 된다’는 긍정적 기백으로 가득했던 조백헌이 다음 세대를 위한 땅을 얻기 위해 간척사업을 시작하고, 수많은 사고와 죽음을 극복하며 바다에서 땅이 떠오르는 것을 목도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크나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보건과장 이상욱은 조백헌의 동기를 의심하고 경계한다. 과거에도 섬을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주정수라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는 처음의 각오와 달리 원생들을 위한 천국이 아닌 자신을 위한 왕국을 건설하고 원생들을 노예처럼 부리게 되었던 것을 섬 사람들은 모두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공멸이었다. 원장 자신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원생들의 마음속에는 배신감과 분노, 불신만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상욱은 조백헌의 속에 숨어있을, 조백헌 자신도 모르는 공명심-그것을 작가는 ‘동상’이라고 표현한다-을 경계하라고 계속 주의를 준다.이상욱이 그처럼 조백헌을 경계한 이유는 이상욱 자신도 건강인으로 출발한 카지노 쿠폰이 아니라 미감아로 태어난 카지노 쿠폰이었고 그의 아버지가 주정수를 우상화하는 데 앞장섰던카지노 쿠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백헌은 이상욱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늘 푸른 군복을 입고 권총을 차고 다니는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게 아랫사람이나 섬카지노 쿠폰의 충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 원생들의 말을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처음부터 드러난 섬의 문제란 탈출자들의 존재였다. 당시는 외출 허가를 받으면 육지로 나가는 일이 가능한 시절이었음에도, 섬에는 바다로 탈출하는 카지노 쿠폰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러한 탈출은 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나중에 알게 되지만 섬 카지노 쿠폰의 탈출은 조원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행동이었다. 동일한 현상을 문제로 보느냐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찾느냐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알 수 있다.

탈출 사건 속에 내포된 의미는, '섬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된 천국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이 스스로 선택한 형태의 사회를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문둥이들의 천국’이 아닌 ‘인간의 천국’을, 어떤 장소에 국한 천국이 아닌 보편적인 천국을 그들은 원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문둥이가 되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원장의 감시자이자 조언자인 이상욱은 늘 에둘러 말하기만 했으므로 조백헌은 문둥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자기가 상상하는 문둥이들의 천국을 건설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으나 결국 그가 원장 자리에 있는 동안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척사업의 주도권은 육지 사람들이 가져가 버렸고, 그후엔 간척사업 자체가지지부진해져버렸다.


천국의 조건 중 또 한가지는 울타리 없는 천국. 즉, 차별 없는 사회였다. 조백헌이 처음부터 올바르게 파악했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울타리보다 더 큰 문제는 마음의 울타리였다. 눈에 보이는 가나안 땅보다 중요한 것은 그 땅을 그리며 그것을 함께 건설하고자 하는 섬사람들의 단결된 마음이었다. 어쩌면 간척사업을 벌이는 동안에 조백헌과 섬 사람들이 함께 소망했고 함께 절망했던 경험을 통해양자 사이에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울타리가허물어지기 시작했을것이다. 그러나조백헌은원장직을 내려놓은 후에야 비로소섬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이해하기 시작한다. 섬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던 그에게 일찍이 섬을 탈출했던 이상욱의 편지가 도달하는데, 그 편지는 그가 섬사람들이 원하는 천국이 어떤 것인지를 선명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카지노 쿠폰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은 어떤 사회인가?

조백헌이 영웅 되기를 포기한 순간부터 그가 섬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상욱의 편지를 받은 그는 계급장을 떼고, 의사라는 지위도 버리고 그저 한 사람의 주민으로 다시 섬에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이상욱이 바랐던 천국 주민의 모습이었다. 조백헌은 섬이 진짜 '인간의 천국'이 되는 시점에 찾아온 첫 번째 천국 주민이었던 것이다. 그가 소록도를 자발적으로 찾아옴으로써 그 섬은 진정한 천국이 되기 시작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 '문둥이들의 천국'이 아닌 '인간의 천국'은 소수집단이 차별받지 않는 장소인 동시에 출입 허가증이 필요 없는장소, 그래서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은 천국인 것이다.


이 소설은 읽는 사람에 따라, 읽는 시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이 쓰여진 1970년대에 이것을 읽은 카지노 쿠폰은 조백헌에게서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했을 것이다. 당시 박대통령이 건재하고 있었으므로 작가가 조백헌을 긍정적 인물로 그렸을지 모른다. 박정희 이후 수많은 지도자들을 경험했던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구체적인 누구를 떠올리기보다는 그동안 우리를 거쳐 간 지도자들의 마음을 읽는데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들은 모두 나라를 사랑했고 국민을 위했다. 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정수도 조백헌도 원생들을 사랑했다는 사실엔 거짓이 없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국민이 위에서 베풀어주는 사랑의 수혜자가 되기보다 개개인이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살 자유를 갖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었다.

소설의 말미에 조백헌은 “다스리는 사람은 사랑으로, 다스림을 받는 사람은 자유로” 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이상욱이 던진 화두에 그가 대답하는 방식이다. 다스리는 사람, 베푸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주는 것-가난한 자에게는 물질적 풍요를, 병든 자에게는 건강을 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진정한 천국은 베푸는 자와 받는 자가 구분되지 않는, 모두가 베풀고 모두가 받는, 호혜의 사회일 것이다. 작가가 그리는 천국은 그런 장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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