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카지노 게임 추천’ 전통 신점 체험기
인생이 힘들 때 종종 신점을 보곤 했다. 그래 봤자 두어 번이지만. 신점의 매력은 빗나가는 수많은 화살 중, 결정적으로 한 두발이 명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한 두발의 짜릿함 때문에 가끔씩 신점을 보고 싶은 욕구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언니 대-박”
그러던 어느 날, 재미로 신점을 보러 간 동생이 내게 카톡으로 ‘대박’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뭔데 뭔데 묻자, 동생은 만나서 이야기해주겠다며 나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후, 집에 돌아와 놀라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동생이 찾아간 곳은 서울 모처에 위치한 전통 신점 집으로, 그곳에는 ‘애기 동자’ 신을 접신한 중년의 선생님이 계셨다. 그럭저럭 무난한 점괘만 늘어놓아 자칫 지루해지려던 찰나, 선생님이 갑자기 뾰족한 눈초리로 동생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너네 언니 남자 못 만나지?
자고로 점을 보러 가면 감정을 잘 숨겨야 하거늘, 동생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한껏 놀란 제스처를 취하고 말았으니….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오랜 기간 남자를 못 만나고 있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네 언니 만나는 남자 있어?’라고 찔러본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아예 ‘못 만나지?’라고 콕 집어 말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바뀐 나의 외양까지 묘사해냈다고 하니 반응을 숨기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어, 어떻게 아셨어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질투를 하고 있어!”
이어지는 얘기는 더욱 놀라웠다. 애기 동자님의 말에 의하면 우리 친가 쪽에 자식을 못 낳고 죽음을 맞이한 조상이 있는데, 그 조상이 후손들이 자식을 볼 것을 질투하여 나의 연애를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동생은 이른바 ‘신기(神氣)’가 있어서 그의 영향을 피할 수 있었고, 카지노 게임 추천 ‘신기(神氣)’라고는 하나도 없는‘평. 범. 한. 인. 간.’이라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말이었다.
“저희 언니 결혼은 할 수 있나요?”
“당연히 못하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들어오는 남자를 다 막고 있는데!”
결혼 생각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예 못한다는 말을 들으니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나는 지난날의 기나긴 자기 연민의 시간을 회고하며 곧 흥분상태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에 대고 이렇게 부르짖기까지 했다.
아니 카지노 게임 추천!
도대체 카지노 게임 추천 왜 이러시는 건데요!
잠시 후, 일단 팩트체크부터 해야겠다고 느낀 우리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점 보러 다니는 것을 마뜩잖아하는 아빠를 굳이 기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간밤에 이상한 꿈을 꿔서 물어보는 거라고 천연덕스럽게 둘러대면서.
“아빠 혹시…. 우리 친가 쪽에 안 좋게 돌아가신 분이 있어?”
잠시 짧은 정적.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스피커폰 앞에서 굳어 있었고, 아빠가 머뭇거리며 ‘으응…’이라고 대답한 순간 동시에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빠의 말에 의하면 친할아버지의 형제 중 전쟁 때 돌아가신 분이 계시고, 그분은 미혼에 자식이 없었다고 한다.
그분이구나! 내 연애사업의 원흉!
그순간내가느낀감정은억울함과분노, 그리고약간의안도감이었다. 아, 왜하필내게이런일이! 하면서억울했고, 그래도카지노 게임 추천인데너무심한거아니냐! 하며분노했고, 연애를못하는게내잘못이아니었어! 하며안도했다. 지루한솔로의터널을빠져나갈희망의불빛이손에잡힐것처럼반짝이는듯했다.
이제 남은 일은 내가 조상과 직접 담판을 짓는 일뿐이었다. 며칠 뒤, 결국 동생이 다녀온 점집을 찾았다. 선릉역 뒤편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그곳은 과연 용한 곳답게 간판도 걸려있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웬 깡마른 중년의 여성분이 거실에서 TV를 보며 편안한 자세로 담배를 태우고 계셨다. 내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였다. 나는 ‘애기 동자’와 ‘담배’의 괴리에 우선 놀랐고, 자유분방한 손님맞이 예절에 또 한 번 놀랐다. 이것이 용한 점집의 포스인가 싶었다.
신당에는 과연 카지노 게임 추천신을 모시는 곳답게 과자와 사탕으로 이루어진 간식 탑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나는 높게 쌓아 올려진 노란 쥬시 후레시 탑을 보며, 쥬시 후레시처럼 달달한 연애 사업을 기필코 재건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해결책을 이곳에서 제시해줄 생각을 하니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너 들어올 때 한 분이 같이 걸어 들어오네.”
“…네?”
“무당의 사주라고. 신기가 다분해.”
이게 무슨…….
“어디 P 씨(성씨)?”
“OO P 씨입니다.”
“하하하- 요새 OO P 씨들이 여기 많이 찾아오네.”
동자 신은 그 P 씨 중에 한 사람이 내 동생인 것은 조금도 눈치를 못 채는 듯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듯했지만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동자 신은 단도직입적으로 뭐가 궁금해서 왔냐고 물었고, 나는 바로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동자신의 다음 말은 나를 좌절하게 했다.
당연히 할 수 있지!
이거 겉으로만 똑똑해 보이지
완전 바보네 바보!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좋아해야 하는 건지, 싫어해야 하는 건지……. 순간 몸 안에서 잔뜩 부풀었던 풍선의 바람이 한 번에 빠져나가는 것처럼 큰 상실감이 몰려왔다. 아,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이곳에 왔던가. 그 후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동자신의 신통력을 있는 힘껏 테스트했지만, 그는 뭐 하나 속 시원히 맞추는 게 없었다. 동생이 이곳에서 들은 점괘를 들먹이며 따져 물을 의지를 상실할 정도로.
“사주 자체는 좋은 사주를 타고났는데, 살이 많이 껴서 생각했던 것보다 인생이 안 풀리고 있어.”
마침내 카지노 게임 추천신이 누구나 혹할 법한 멘트를 날리며 굿을 유도하자,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을 포기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단에 5만 원권을 올려놓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폭내쉬었다.
하지만 점집의 문을 나서기 전, 미련이었을까.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만다.
“굿을 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데요?”
“흠… 살이 여러 개 꼈으니까… 보자 보자. 한 500이면 되겠네. 그래도 이 정도면 다른 데보다 싼 거야.”
이거다. 이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마지막 남은 한 줌의 미련을 가차 없이 털어내고 점집을 나섰다. 어둑어둑한 골목을 걸으며 자꾸만 실소가 터져 나왔고 내생에 다시는 점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 Netflix <지옥 6화 중-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른 <지옥에 나온 대사다. 인간의 자유의지 없이 신의 뜻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오자 한 택시기사가 한 말이다.
내가 너무 간단한 걸 놓치고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나의 과거나 미래는 생판 모르는 동자 신보다 내가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게 당연한지 않은가. 그러니 사실 점집을 찾기보다, 가만히 앉아 나를 들여다보는 게 내 미래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인간의 세상은 인간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게 닥친 문제를 너무 손쉽게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가만, 그렇게 생각하면 연애를 못하는 건 전적으로 내 문제라는 건데…….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허허. 이 결론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그날의 다짐이 무색하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핸드폰에는 아직 정통 운세, 사주, 타로 앱이 잔뜩 깔려있다. 아,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여.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22년 신년운세를 보고 싶어서 또 몸이 근질거려온다. 용하다는 점집이 결정적으로 명중시킨 한 두발조차 결국은 엉터리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점’은 논리와 이성을 마비시키는 영역에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딱, 오늘 하루만 신년 운세를 보고 자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인앱 결제 6천 원이면 나쁘지 않다.
*커버 이미지 출처 : MBC <거침없이 하이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