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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람 Jun 13. 2023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맞으시죠?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맞으시죠?"


그 해사한 미소와 친절. 때로는 누군가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아무렇지 않게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기도 한다.


요새 생각이 많아 자주 걷는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주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이곤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침, 저녁 산책을 시작하게 됐다. 별일이 있는 건 아니고 삼십 대를 지나면서 누구나 겪는 약간의 우울과 불안을 겪는 중이다. 아침 햇살 아래 천천히 걸으며 때로는 명상 음악과 함께 '세상은 좋은 경험뿐만 아니라 나쁜 경험까지 포함하여 여러 가지 체험을 하기 위해 태어난 곳이다.'라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감 도핑 음악과 함께 '그래, 세상은 내 위주로 돌아가는 거야!' 라며 모든 긍정 에너지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뭐, 가끔은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처절한 발라드도 듣는다.


그렇게 자아 분열하며 걷다 보면 조금 지친 상태가 되는데 그때쯤에 들르는 작은 동네 카페가 하나 있다. 그곳에서 나는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이즈 업해서 집으로 향한다. 사실 커피는 집에서 내려 마시면 그만인데, 요즘 얼음 얼리기가 귀찮아서 그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가끔은 사소한 행동 하나도 아주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한 달 넘게 산책을 지속했더니 이제 카페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게 됐다. (사장님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또래 미모의 여성분이다.) 처음엔,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맞으시죠? 혹시 다른 거 시키실 거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라고 시작해서,

"머리 바꾸셨네요. 완전 잘 어울리세요. 들어오시는데 깜짝 놀랐어요!" 또는

"힙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나 봐요." 같이


내게 관심을 보이는 그러나 부담스럽지는 않은 언어가 카운터 건너편에서 이쪽으로 자꾸 건네져 왔다. 마지막은 꼭 '좋은 하루 보내세요!'로 끝이 나는데, 왠지 모르게 요새 자꾸 힘이 드는 나는 이상하게도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찌르르하고 햇빛이 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카페 문을 나서면서 오늘 하루 왠지 잘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한 힘을 얻는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친절'이라고 부를 테고 누군가는 이런 것을 '다정함'이라 부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하루에 쓸 수 있는 마음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중요하게 마음을 떼어주어야 할 상대방은 가족, 애인, 반려동물과 같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그리고 남는 마음들이 있을 것인데, 그 마음을 나는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고 부르며, 그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내게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카페 사장님은 내게 매일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나눠 준 것이나 다름없고, 그런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더 많은 사람들 사이를 자주 오갈 때 세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 지리라고 생각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 agoody, 출처 Unsplash



얼마 전에는 한 친구의 SNS에서 장미를 찍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보았다. 그런데 그 밑에는 이런 캡션이 달려 있었다. 장미가 너무 예쁘게 펴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뒤에서 한 여성분이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장미를 찍던 프레임에 친구가 너무 예쁘게 걸려서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줘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그런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 생각한다. 면식도 없는 타인의 순간을 기록해주고자 하는 마음. 큰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아니지만 계속 곁에 잔잔한 온기로 남아있는 마음들. 이 세상 더 살아서 뭐 얼마나 재밌겠나 싶으면서도, 아직은 정말 살만하구나 싶게 만들어주는 순간들. 친구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자신이 겪은 이 감정을 꼭 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그렇다. 가볍기에 잘 순환한다.


나는 요새 마음이 가난하여 마음의 크기 자체가 일단 작다. 그래서 남는 카지노 가입 쿠폰도 적다. 지금은 마음의 크기가 더 작아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는 자꾸 작아지려는 마음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로, 힘들어도 건네는 다정한 인사로 겨우 겨우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이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나도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무장한 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 지금 당신에게 남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있다면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주변 친구에게 관심이 깃든 다정한 인사 한 번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그 여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그 친구의 하루를 구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쪼록 세상에 카지노 가입 쿠폰이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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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hmipaping,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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