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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더쿠 Apr 22. 2025

장르의 경계 카지노 게임 추천 1 : [레드문]

내 취향대로 이야기하는 한국 순정 만화

카지노 게임 추천작가는 나에겐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작가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건 내 손으로 산 초등학생 타깃의 순정 만화 잡지 '나나'가 아니었다. 아마도 아빠가 사다 준 소년지였나. 분명 집에 있는 잡지를 통해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접한 작품의 내용은 씩씩한 소녀의 성장기나 남녀의 사랑 같은 건 전혀 아니었고, 체육인 가족의 코믹한 일상물이었다. 제목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국가대표 출신의 체육인 부모님과 각기 어떤 종목의 특기생인 형제자매들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같은 그런 내용이었다. 아주 꼬맹이었던 나는 그 만화를 무척 재밌게 보았다. 다른 만화들에 비하면 그림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만약 그 잡지가 소년 잡지였다면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그림이 당연히 곱고 예쁘게 보였을 것이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는데, 그 덕분에 나에겐 아직도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그림은 참 예쁘게 보인다.



시간이 지나 내가 처음 직접 선택하여 본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작품은[레드문]이다.

연재 시기를 찾아보니 역시나 1994년부터 1998년까지로, 내가 열심히 만화를 보던 때였다.

[레드문]은 당시에도 순정 만화로 규정하기엔 미묘했는데, 나한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한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소년 만화도 봤었기 때문에, 그저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스타일이구나, 그 정도로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 아들의 영향으로 타깃과 장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년 만화, 무협 만화라도 눈앞에 있으면 가리지 않고 봤기 때문에 위화감은 없었다. (들입다 싸우기만 하는 게 지치는 거지, 스토리만 제대로 있으면 장르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다만 문제는 내가 본 한국 순정 만화를 이야기할 때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를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국 순정 만화의 대모로 불리는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를 빼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런데 내가 본 작가의 작품은 순정 만화로 보기엔 해당 장르에 포함될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이 들고. 물론 순정 만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내 기억에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으니 그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레드문]을 다시 봤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장르와 타깃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체는 순정 만화와 소년 만화, 서사의 흐름은 소년 만화, 그리고 감정 교류는 BL의 경계선에 말이다.



[레드문]은 평범한 고등학생 윤태영이, 알고 보니 시그너스라는 행성의 구세주인 '태양'으로 나고 자란 멸망한 왕조의 왕자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였고, 왕조를 멸망시킨 역적이 새로 '태양'으로 앞세운 아즐리와 대립하며 시그너스의 구원자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당시 대표적인 순정 잡지인 '댕기'에서 연재를 시작했기에 SF 순정 만화로 분류되지만, 나처럼 이 작품이 순정 만화인가에 대해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서사의 흐름이 소년 만화 같다고 느낀 건 이 작품이 남자 캐릭터의 성장물이라는 점에서였다.

물론 순정 만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성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거나, 여자에게 버림받고 깊은 후회의 시간을 거쳐 다시 그 여자를 찾아오기 위해서 등 여자 주인공의 만족을 위한 것이다.

작품의 중심 서사가 캐릭터의 성장에 포커스 되어 있다면, 이 경우 여자 주인공의 성장 또한 동등하게 진행되거나 남자 주인공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작품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나란히 아름답게 성장한 두 남녀가 쌍방 구원을 통해 행복해지는 결말을 완성한다.


즉, 순정 만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성장은 여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 주는 장치로 배치되거나 여자 주인공과 함께 진행된다.


그런데 [레드문] 속 남자 캐릭터의 성장은 일방적이다.

윤태영(카지노 게임 추천)의 성장은 시그너스의 구원자로 거듭 나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는 그 탄생부터 예언 속의 구원자, '태양'으로 불리며 운명이 정한 자신의 역할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혜성 충돌과 역적의 반란으로 피폐해진 시그너스에서 지구로 피해 왔을 때, 카지노 게임 추천로서의 기억을 스스로 봉인한 걸 보면 구원자로서 필요한 자발적 동기 부여는 결핍되어 있었다. 지구인 윤태영으로 살아가는 중에 카지노 게임 추천를 지지하는 자들의 호소와 적의 공격이 계속되어도 카지노 게임 추천로 완전히 자각하는 것을 거부하다, 가족들이 시그너스로 납치가 되자 그제서야 시그너스로 가겠다 결심한다.

시그너스로 갈 때만 해도 가족만 구하면 바로 지구로 돌아올 것이라 다짐하지만, 그 곳에서 핍박받는 시그너스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하며 진정한 구원자로 성장하게 된다.


자각과 성장, 그리고 진정한 구원자로서의 최후. 온전히 시그너스의 구원을 위한, 자신의 운명을 완성하기 위한 성장물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여성 캐릭터가 없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여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전 약혼자 루나레나와 서브 여주 정도의 한지화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필라르의 성장 동기라기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성장하기보다 필라르의 성장에 필요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결국 그 역할을 선택한다. 그러니 보다 보면 이 작품에 여자 주인공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사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여자 캐릭터는 나에겐 어머니의 포지션으로 보였다. 윤태영과 필라르를 둘러싼 주요 여성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어머니들로 말이다.여기에 윤태영과 카지노 게임 추천의 실제 어머니 두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루나레나는 감정적으론 아즐라의 어머니 포지션도 맡고 있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의 아이를 가지고 결국 왕이 되는 아즐라의 비가 되면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아이가 후대의 왕이 되어 그의 전설이 시그너스에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루나레나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기억을 복원시키는 데 그 영향을 끼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가 그로서 살아가는 걸 결심하게 해주는 결정적인 인물은 호위 무사인 사다드였다. 또 시그너스로 돌아간 카지노 게임 추천가 루나레나의 흔적을 계속 좇는 것도 맞지만, 자신이 무너질 정도로 존재의 부재를 참지 못한 대상 역시 루나레나보다는 사다드였다.

이런 필라르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루나레나에게 애정을 가진 것은 맞지만 정작 사랑한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가지게 된 것도 필라르의 후계자를 키워내고 그 전설을 이어나가는 역할을 맡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게 되는 것이다. 필라르의 최후의 모습을 보게 되면 더욱 그렇고.


더 나아가 한지화는 이 작품 속 여성 캐릭터가 어머니 포지션이란 걸 확신하게 해 준 인물이다.

한지화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운명의 상대라는 점괘 (무당의 딸이고, 그 자신도 무당이다)에 따라 윤태영(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접근하고, 윤태영의 친구인 박진희(서브남주 느낌의 캐릭터이다)와 함께 적의 공격을 받는 윤태영을 도와준다. 이런 연유로 초반 루나레나를 경계하는 모습이 그려져 메인 커플을 방해하는 악역으로 흑화 하려나 싶었는데, 윤태영이 사고로 사라진 동안 흔들리는 자신을 붙잡아 준 박진희와 서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 둘이 서브 커플이구나 싶었다. 실제 시그너스로 갔을 때 둘은 커플로 이어진다.


중반까지는 전형적인 서브 여주의 전형성을 떠올리며 대략 예상이 되는 인물이었는데, 점괘가 다시 등장하며 이건 뭔가 싶었다. 자신이 필라르의 운명의 상대라는 점괘가 일련의 사건을 통해 필라르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고 한지화는 박진희에게 필라르를 부탁한 뒤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자, 여기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다소 불편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낳은 아들도 아니고 지금 가장 사랑하는 남자도 아닌데, 운명이라는 편한 이유로 여성 캐릭터를 모성으로 포장해 소비해 버리는 것 이상으론 보이지 않아서)

사랑하는 남편, 연인이 있다 해도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들을 두고 기꺼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지 않느냐 말이지. 게다가 남을 아이를 남편/연인에게 부탁까지 하고 말이다.


박진희는 연인의 죽음에 당연히 분노했지만, 그녀의 유지를 받아(그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친구 윤태영이기도 해, 그러니 그를 지켜줘, 가 이 아이는 네 아들이 맞아, 그러니 당신에게 이 아이를 부탁해 로 보였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윤태영/카지노 게임 추천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지킨다.


물론 그전에도 박진희는 내 친구는 내가 지킨다, 네가 그따위로 할 거면 내 친구 내놔, 로 친구의 의리와 서브 남주의 애정(여기서 그 대상은 당연히 카지노 게임 추천) 사이를 미묘하게 오고 가긴 했다. 하지만 성애적으로 한지화를 사랑한 것이 맞고(작품 속에서 거의 유일한 남녀 커플), 한지화의 죽음 후 그녀의 뼈(...) 일부를 항상 목에 걸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윤태영을 연인의 감정으로 바라본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한지화의 죽음 이후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보호가 더욱 강화되는 것을 보며, 그의 미묘한 감정은 부정(父情)이었구나,라고 납득했다.


그리고 두 명의 어머니, 시그너스인 인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어머니와 지구인인 윤태영의 어머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어머니는 최후의 전투에서 최종 빌런을 유인하여 카지노 게임 추천가 구원자로서 그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윤태영의 어머니는 카지노 게임 추천가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육체적으로 죽을 고비에 놓였을 때마다 감정 케어(맛있는 엄마 밥 만들어주기) 및 생명수 공급으로 아들을 살려 놓는다.


이러니 카지노 게임 추천 주변의 중요한 여성 캐릭터가 죄다 '카지노 게임 추천 구원자로 키우기 및 살려 내기'에 온 마음과 온 힘을 쏟는 어머니들로 보일 수밖에.주인공인 필라르와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여성 캐릭터가 전무하다 보니 서사의 구조 내에서 순정만화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무척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 작품에 로맨틱 요소는 거의 없는 걸까. 내 눈에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대상이 여성이 아니었을 뿐.

카지노 게임 추천와 로맨틱한 감정 교류를 담당한 인물을 내가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사다드와 아즐라였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 2편으로 나눕니다... 이렇게까지 쓸 일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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