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식사 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친구라고 해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이고, 동창들이나SNS를 통해 근황을 알게 되는 것이전부다.
그 친구가 결혼 알림 문자를 보내왔다.
'보이스 카지노 게임을 왜 당해?'
평소에 나는 절대 당할 일이 없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택배나 경조사 알림이 와도 링크를 클릭하는 일은 절대 없고,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나다.
그러나 사람이 당하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다.
여느 때 같으면그런 문자를 당연히 스팸으로 알고 넘겼을 터,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열고 이미지를 클릭했다.
보통 결혼식 문자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신랑 신부의 사진과 예식장 안내로 연결되는데 아무리 클릭해도 열리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의심할 법도 하건만...)
링크는 클릭했는지 안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별일 없는 걸로 봐서는 안 한 것 같다.
이어서 동창회 밴드에 들어갔다.
결혼식 날짜 메모를 해두려고 공지사항에 혹시나 청첩장이 올라왔나 하고 살폈는데 없다.
그 친구가 속해 있는 다른 밴드를 열어봐도 마찬가지.
문자를 보낸 친구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바로 확인되는데, 평소에 연락을 잘 안 하는 사이다 보니 딱히 할 말도 없을 것 같아서 전화는 하지 않았다.
그러고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그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어제 문자를 받은 친구들을 염려하며 피싱 신고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제야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통장에 잔고가 얼마 되지 않으니 당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한구석에서는 혹시...? 하는 의심이 생기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호대기 중에 얼른 검색해봤다.
올라온 사례 중에 피싱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대출이 실행되어, 6천7백만 원이라는 돈이 계좌에 입금되고 바로 출금되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내가 모르는 새로운 앱이 설치된 것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폰을 뒤졌다.(적신호가 이렇게 반가울 때도 다 있네)
혹시나 폴더로 숨어 들어가 있는 건 아닌지...
만일 이미 사고를 치고 앱을 삭제 한건 아닌지...
다행히도 내 눈에 카지노 게임는 건 없었으나, 그래도 모르니 토스앱을 통해 은행 거래 내역과 대출내역등을 다 살폈다.
이렇게 해서 안 나왔는데당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카지노 게임을 당할뻔한 지인 A
결혼식 문자를 받고 링크를 클릭했으나 별게 없어서, 걱정 안 하고 휴대폰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가만히 놓아둔 휴대폰 액정에서 제멋대로 화면이 움직였다.
은행 앱을 열고, 로그인도 하고...
마치 유령이 휴대폰을 만지기라도 하는 듯, 바쁘게 움직이는 화면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전원을 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원을 끈 것이 그녀를 카지노 게임 사기에서 구해 준 행동이었다.
카지노 게임을 당해 악성 앱이 설치되면 카지노 게임범이 내 폰의 복제폰을 갖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원폰의 전원이 꺼지면 복제폰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카지노 게임을 당한 지인 B (=남편)
공과금이나 휴대폰 요금, 카드값등의 마감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통장에 돈을 넉넉히 넣어두어 알아서 빠져나가게 하는 사람도 아니다.
얼마 안 되는 요금이 연체가 되어 신용불량자가 되었는데, 난 그 일이 카지노 게임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 후로 시간이 좀 흘러서 카지노 게임의 신용상태는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었나 보다.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때에 신용카드 발급이 안 되는 카지노 게임이 체크카드만 사용한다는 건 정말 다행 중에 다행이었다.
아니 다행이지 않았다.
남편이 보이스카지노 게임을 당한 것이다.
통장에 돈도 별로 없었을 테고, 신용카드도 없는데 어떻게 보이스카지노 게임을 했지?
당한 남편보다 카지노 게임범이 더 신기했다.
카지노 게임은 수치스러운 그 일을 나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는데, 집으로 온 카드값 독촉장을 보고 내가 따져 물으니 하는 수 없이 고백했다.
카드사라고 사칭한 사람이 전화해서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평소에 통장 잔고 한도로밖에 못쓰던 체크카드가 안 그래도 불편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주니 고마웠을 것이다.
본인은 신용상태가 안 좋아서 카드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쪽에서 알아봐 주겠다고 하니 수락하고 소중한 개인정보를 낱낱이 알려줬다.
거기까지만 얘길 하고 카지노 게임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고 했다.
독촉장을 보니 신용카드가 발급되어 300만 원의 카드 대출을 받았고, 그것이 연체되어 등기로 독촉장이 온 것이다.
신용상태가 안 좋아서 대출이 300만 원 밖에 안 나온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했다.
카지노 게임은 자기가 버는 돈 중에 극히 일부만 나에게 주는 사람이니, 감히 대출을 갚아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것 또한 될 대로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방치한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솔직히 나도 카지노 게임의 신용불량자 낙인이 더 이상 사고 치지 않을 안전장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은 엉뚱한 곳에서 빼갔다. 치밀한 카드사...
아들의 신장이식 수술 때 카지노 게임 친구가 나에게 주라며 보낸 250만 원이 카지노 게임의 통장으로 들어갔고, 고스란히 카드사에 바치는 꼴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은 그걸 알고 있었는데 내 계좌를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계좌를 알려줬다.
모든 일을 함구하고 있던 카지노 게임은 그 친구가 내가 퇴원하면 밥을 사 줄 테니 시간을 내 보라는 말에, 결국 덜미가 잡힐 것을 염려해서 나에게 이실직고했다.
쩔쩔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카지노 게임이 아니면 들어올 돈 아니고, 수술비 또한 카지노 게임이 부담했으므로 그 일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때 나는 카지노 게임이 한심하게 여겨졌다.
전화를 받을 때 뭔가 이상했을 텐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해?
마음속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이라도 믿고 싶었던 C
이사를 해야 하는데 잔금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8천만 원이라는 돈을 급하게 구해야 했다.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마음이 타들어 갔다.
십시일반으로 마련해 보려고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도 하고, 금융기관까지쓸 수 있는 인맥들을 다 동원했으나 불가능했다.
그때 문자 하나가 왔다.
'귀하는 최고 8천만 원까지 대출 가능합니다.'
마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딱 필요한 금액을 대출해 준다는 문자를 받으니 이것이 스미스피싱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야. 진짜 대출해 줄 수도 있는 거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지면 아무 도움 안 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사람처럼 자꾸만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연락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에게 문자와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내가 친구의 결혼 문자를 클릭하고 의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문자를 받을 때 나는 열심히 SNS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받은 문자는 마치 SNS로 근황을 알리는 친구처럼 여겨졌다.
이미지가 열리지 않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하면서 긴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루동안 쌓인 피로와 긴장된 감정들을 풀려고 보는 것이기에 몸도 마음도 릴랙스... 릴랙스...
그래서 그 시간에 그런 문자를 보낸 것 같다.
모든 걸 열어놓고 풀어놓을 수 있는 그 시간에...
똑똑한 척했던 나도 당할 뻔하고 나니 카지노 게임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중요한 것은, 이미 현혹된 나는 판단력이 없음을 알고 꼭 주변에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됐든 나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