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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콜렉터 Mar 10. 2025

나침반과 무료 카지노 게임

살아간다는 것

영주는 계속 글을 썼다. 방바닥에 엎드려서 쓰기도 하고, 또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기도 했다. 노트북으로 타닥타닥 거리기도, 빈 종이에 새까만 흑연이 담긴 샤프로도 끄적거리기도 했다.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천천히 문장을 눌러썼다. 글씨는 엉망인 것처럼 보였지만, 영주의 얼굴은 퍽 만족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가 손목이 뻐근해질 때가 되어서야, 영주는 창밖을 본다. 저녁이 다가오는지 하늘이 푸른 기운을 띠었다. 책상 위엔 단백질 바 껍질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영주는 힘이 불끈거림을 느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영주의 시간도 흐른 것이다. 자신을 파멸하면서 감정을 분출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그렇게 안타깝고 어리석던 시간도 지나간 것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눈물로 범벅인 된 마음 위에 다른 사람의 입술을 뭉개고 그렇게 조금씩 스스로를 좀먹었다. 글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며 개운해진 마음 따라, 집도 조금씩 가꾸고, 냉장고도 비우고, 다시 장을 봐서 채우고, 배불리 자신을 먹이고, 씻고 재우게 됐다.


영주는 자신만의 나침반을 이제야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무료 카지노 게임를 펼쳐 놓고 나침반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영주는 때때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들고 있음에도, 길을 헤멜 때도 있었지만 길을 잃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이제는 알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기도 하고, 똑같은 길을 몇 번이나 돌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길이 처음부터 명확할 순 없음을, 중요한 것은 무료 카지노 게임를 손에 꼭 쥐고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잠시 주저앉아도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음을 안다.


몇 년 간 영주는 길을 잃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와 나침반조차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망망대해 같은 세상에 떨궈진 영주가 승리의 깃발을 들고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영주에게 글을 쓰는 일은 조용한 노동과도 같다. 감정을 뱉고 다시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문장을 다듬기를 몇십 번 몇백 번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주는 한 동안 계속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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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 동안 써온 글들을 영주는 다시 읽어보았다. 엉망진창인 것은 여전하지만, 괜히 용기가 생겼다. 영주는 노트북 화면을 보며 조심스레 첫 화를 정리했다. 드디어 쌓아가는 일들을 시작하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뭔가 어색하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음 화를 이어 적어나가다 다시 뻐근한 손목의 아릿함을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창문을 열고 지는 해를 구경하다, 외투를 걸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마 영주는 시장에 가서 장을 본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영주는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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