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년을 맞이해 동생과 함께 운세를 보러갔다. 송리단길에 위치한 깨끗하고 친절한 곳이었다. 인상 좋은 아주머니는 우리 자매를 앞에 앉혀 놓고 마치 수다 떨 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셨고, 나는 그 시간이 무척 즐겁게 느껴졌다. 사주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느라 정작 신년에 관한 운세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즐거웠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이야기들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유난히 in put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사주라고 했다. 작가로 비유한다면 쓰기 보다 읽기를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것. 그렇다. 나는 읽고, 읽고 또 읽는 걸 좋아한다. 확실히 쓰는 것 보다 읽기를 좋아하고, 책 읽는 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질리기는 커녕 또 새로운 책을 쟁여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읽은 만큼, 무언가를 저장한만큼 out put을 해줘야한다고 했다.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만, 좀 뜨끔하기는 했다. 항상 쓰는 일에는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시작조차 하기 싫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늘 읽는 데만 신경을 기울이곤 했고, 무언갈 창조해내는 데는 그만큼 에너지를 쏟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와는 반대로 in put은 거의 하지 않고 out put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같은 위치에서 맴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직 자기 만의 경험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만을 out put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 일일테다. 말로는 등단하고 싶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고, 명성을 떨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타인의 글을 읽지 않고 그런 글을 혼자서 써낸다는 것은 자만에 가까운 일이다. 그들 또한 더 뛰어난 사람의 글을 읽고, 배운 이들이다. 나는 너무 in put만 하는 나와 out put만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역시 중요한 건 균형을 잡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언갈 읽었으면 쓰고, 배운 게 있으면 실행해보는 것. 실은 가장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치임에도 너무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철학관에서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어떻게든 피곤하고 졸려도 하루에 하나의 글을 썼다. 균형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책을 읽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것들을 나만의 생각으로 재탄생 시키지 않으면 그저 머릿 속에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므로. 글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경험이나 사람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직접 실행해보고 내 삶을 개선해나가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제 in put쟁이는 out put 쟁이로 변화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저장고가 꽉 찼다. 꽉 차면 비워야하고,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