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young Choi Jan 06. 2022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지노 가입 쿠폰 거닐다”

알렉산더 넵스키 수도원

카지노 가입 쿠폰성 이삭 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Copyright © 2022 Sunyoung Choi All rights reserved.

낯선 나라를 갔을 때 내가 즐겨 가는 장소 중 하나는 “묘지”다. 자그레브에서는 비가 내리는 어두침침한 한낮, 관광객 발길이 뜸한 한 수도원에 딸린 묘지에서 비에 젖은 풀숲을 정처없이 헤치며 다닌 적도 있고. 쿠트나호라의 “해골 수도원”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취향이겠다. 유럽의 묘지는 흔히 수도원 옆에 딸려 있기 마련인데, 나는 수도원과 묘지가 주는 그 고즈넉함을 사랑한다. 그리고 각각의 작은 묘석에 담긴 인생을 바라보길 좋아한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 셀린느는 작은 무명의 카지노 가입 쿠폰 거닐며 말한다. “어릴 때 이 곳을 왔었고, 그 어떤 박물관보다 깊은 인상을 받았어. 아, 바로 여기에 그녀가 있네.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는 열세 살 이었어. 난 지금 10살이나 더 먹었는데 얘는 아직도 열세 살 그대로야… 재미있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많은 수도원과 묘지가 있다. 그중 꼭 가봐야 할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알렉산더 넵스키 수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도 친숙할 차이콥스키와 도스토예프스키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


해가 내리쬐는 평범한 오후, 같은 호스텔에서 지내는 러시아인 친구 A와 넵스키 대로 한 카페에서 느지막히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났다. A는 다음 날 고향 모스크바로 떠나야 했기에 바빴다. 혼자서 어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 뒤적거리던 론리 플래닛의 수도원을 떠올리고는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났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인 넵스키 대로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눈앞을 채운 빼곡한 수많은 묘석들과 압도적인 돔형 무덤(mausoleum) 사이의 좁은 길목을 걷고 또 걸었다.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거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가장 유명한 차이콥스키의 묘소는 그 명성답게 음악의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금방 눈에 띄었다. 개중엔 작은 연못과 분수대를 끼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도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중간 중간엔 방문객들을 위한 벤치들도 있어, 청량한 물소리가 들리는 한 분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싫증이 나면 목에 카메라를 매고 다니는 관광객을 구경하거나, 오늘따라 더 파랗게 빛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을 보면서 감탄했다.


셀 수도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 중 가장 시선이 갔던 건 한 조그마한 사각형의 무덤이었다. 다 시들어버린 꽃다발을 무덤 위에 얹어 놓고 눈을 반쯤 감은 긴 머리의 젊은 여인이 기대어 앉아 있다.


무표정하지만 입가엔 슬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얼굴. 왜 하필이면 시든 꽃이었는지, 기대 앉은 여자는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묘비명과 날짜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서글픔과 처연함만이 강렬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노골적으로 슬픔을 부르짖는 다른 조형물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그저 그 곳에 조용히 앉아있다. 다 부서져가는 장미꽃을 말없이 내려놓은 채, 지극히 사랑했던 이와의 영원한 작별을 추억하며.


셀린느는 무명씨의 무덤가에 서서 말한다. “난 늘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채 세상에서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길 좋아했지.”


이토록 누군가의 슬픔이 되어버린 이 무덤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Copyright © 2022 Sunyoung Choi All rights reserve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