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로 싫은 동물을 말하라고 하면 쥐와 고양이이다. 사람에 따라 바퀴벌레나 뱀 등으로 싫은 동물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천적인 쥐와 고양이가 세트로 무섭고 싫다. 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냥 싫다. 색깔, 모양, 긴 꼬리, 얍삽한, 주도면밀한 표정 모두 싫고, 더럽고 좁은 구멍만 숨어 다니며 오염시키는 것도 싫다. 쥐 때문에 해를 입은 적도 없고 집에 쥐가 나와서 난리를 친 기억도 없는데 쥐의 생태계가 마음에 안 든다. 오래 전 라따뚜이 디즈니 에니메이션이 나왔을 때 보고 싶었지만, 커다란 화면에 주인공 쥐와 그의 친구들 쥐가 1시간 이상 비출 것을 상상하고 포기했다. 훗날 비디오 클립을 통해 귀엽고 선하고 똘똘한 요리사 쥐를 보며 혐오감을 덜었지만 그건 디즈니 회사 덕이다. 우기가 되면 폭우가 쏟아지는 동남아에서 살 때, 동물도감에서 봤던 큰 쥐를 본 적이 있다. 랫으로 불리는 야생쥐는 몸집이 생쥐보다 열배 이상 크고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 허리까지 차는 폭우로 인해 숨겨져 있던 것들이 물 위로 뜨면서 떠오른 랫을 평생 잊지 못한다. 그나마 라따뚜이를 통해 희석된 혐오감이 증폭된 셈이다.
고카지노 쿠폰에 대한 싫음은 개인적인 사연이있다. 어릴 적 한옥집에 살 때 내 방 창문이 지붕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고카지노 쿠폰들의 놀이터이자 데이트 장소였다. 동네 고카지노 쿠폰들 열마리 정도가 매일 밤 창문 옆에서 기괴한 야옹 소리를 내며 놀다 가고는 하였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창문을 뚫고 들어올 것 같고 창문에 몸을 붙인 채 나를 주시하는 고카지노 쿠폰들은 최대의 공포였다. 한참 놀던 고카지노 쿠폰들은 이웃집 지붕으로 2차를 가거나 우리집 앞마당에서 2차를 했는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 마당을 통과해야 하는 날은 지옥이었다. 이후 고카지노 쿠폰에 대한 포비아가 생겨, 골목길에서 어슬렁대는 고카지노 쿠폰를 보면 골목을 돌아 다른 길로 가거나, 주차해 놓은 자동차 본넷 위에 고카지노 쿠폰 발자국이 있으면 덜덜 떨며 며칠간 주차장에 내려가지 못했다. 인도에서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있었다. 마당 한구석 공용 쓰레기통에 저녁이면 쓰레기를 버렸는데, 어느 날 쓰레기통 뚜껑이 살짝 열렸는지 이웃집 고카지노 쿠폰가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걸 모른 채 뚜껑을 열다가 쓰레기통에서 튀어나오는 고카지노 쿠폰가 내 머리와 어깨 부분을 치고 달아난 것이다. 고카지노 쿠폰의 피부가 내 몸에 닿고 그것도 세게 후려쳤는데 현실감을 잃을 정도였다. 고카지노 쿠폰가 나를 쳤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마당에 앉아 한참을 서럽게 울었고, 주인집 인도 아저씨는 쓰레기통 뚜껑을 교체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달래 주었다.
고양이와 나는 전생에 원수였다고 오랜 시간 믿었다. 그렇지 않고는 고 소리, 양 소리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싫었을까 싶다. 고양이가 싫은 이유는 몇 가지이다. 우선 눈이 싫다. 일반적으로 찢어진 눈에 빛을 받으면 가늘게 줄어드는 눈동자가 음흉해 보인다. 야옹 소리도 싫다. 동화책에 표기된 표준어 야옹과 같은 소리를 내는 고양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야옹의 아류 소리들을 내는데 그 소리들이 갓난 아이 울음소리, 강아지 깽깽 대는 소리, 사람의 신음 소리 등으로 애절하고 앙칼지게 들린다. 비오는 밤이나 스산한 저녁때 들리는 고양이 울음은 불길하면서 거슬린다. 고양이의 털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뻣뻣한 털이 꽤 있고 사이사이 비듬이 잘 보이며 목욕을 자주 안 하니 기름때가 흐르기도 한다. 이쯤되면 고양이 혐오증이 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싫다 보다 무섭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쥐와 고양이같이 쪼그만 애들이 왜 그렇게 무서울까 싶냐만, 나는 정말로 무서웠다.
이러한 내가 고카지노 쿠폰의 헌신적인 집사가 되었으니 인생은 새옹지마이다. 지금도 고카지노 쿠폰 공포증을 극복한 상태는 아니고, 카지노 쿠폰는 사랑스럽고 무섭지 않지만, 다른 고카지노 쿠폰들이 아직도 어색하고 무섭다. 그러나 예전만큼은 아닌데 카지노 쿠폰 덕분이다. 고카지노 쿠폰에 대한 무지할 정도의 강한 편견을 벗어 버린 계기는, 고카지노 쿠폰와 함께 지내면서 고카지노 쿠폰라는 동물에 대해 새록새록 알아갔기 때문이다. 딸이 뉴욕 유기묘 센터에서 입양한 카지노 쿠폰를 데리고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처음 카지노 쿠폰를 집에 들이던 날, 어디선가 숨어 있다가 공격할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집안을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카지노 쿠폰 역시 열흘 이상 침대 뒤, 소파 밑에 숨어 있거나 나도 모르는 장소에 들어가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다. 딸이 귀가하거나 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에 나와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는 눈치였다. 이렇게 서로를 피하고 무서워하던 시간이 지나면서, 카지노 쿠폰가 내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나도 밥주고 화장실 치워주며 모성애가 발동하게 되었다.
내가 무섭다고만 생각했지 양이가 무서울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내가 마음대로 다니지 못해 답답하다고 생각했지, 양이가 갇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양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이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사납고 음흉한 고양이가 아니라는 안심이 들었고, 양이도 집사가 밥 주고 물통 갈아주고 화장실 열심히 치우는 모습을 보며 안전감을 느꼈을 것 같다. 서로에 대해 알고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편견과 고집은 고정된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한다. 예의가 없구나 생각하면 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잘난 척을 하는구나 생각하면 잘난 척이 아닌 말을 해도 잘난 척으로 들리게 된다. 단점이나 내가 싫어하는 면이 보이면, 친구지만 거리가 생기고 애인으로 삼았지만 싫은 적이 있게 된다. 그럴 때 대부분의 우리는 속으로 끙끙대면서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계속 좋은 관계로 남으려면 선택지가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는, 싫은 점을 감수하고 만나는 것(다른 장점이 많기에), 다른 하나는 싫은 점이 싫어서 만나지 않는 것(다른 장점이 있음에도)이다. 관계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두 가지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두 가지가 섞여서 어영부영 유지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나한테 잘해주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인간관계는 가족을 비롯해서 온전히 나 중심으로 가기가 어렵다. 나와 다르고 나와는 다른 장점과 약점이 있고, 관점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우들이 더 많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은 같이 할 기회를 많이 만들고, 노력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수고를 의미한다. 상담자 훈련을 받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은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에 대한 조건달지 않은 존중이다. 조건을 떼라는 말은, 나의 판단과 편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 찬찬히 바라보면, 상대방의 약점뿐 만 아니라 좋은 점, 자연스러운 면, 취약한 면, 웃기는 면 등이 들어온다. 이런 것을 다 합쳐서 바라보는 것이,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한 선행 조건이 된다.
받아들인다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고집과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 사람은 키가 작구나를 인정하듯이, 예민하구나, 성격이 불같구나, 싸가지가 좀 없구나 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민한 구석이 있는 사람으로, 불 같은 면이 있는 사람으로, 싸가지가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여유와 관대함을 갖게 하고, 갈등을 푸는 지혜가 되고,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양이와 내가 친해진 이유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남의 집 고양이와 비교하며 못마땅해하거나 구박하지 않고, 남의 집 집사와 비교해서 재미없고 서비스가 시원찮은 집사를 탓하지 않아서이다. 관계를 만들고 잘 끌어가는 데는,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해주면서 비난하고 원망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각자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노력하되, 변화가 어려운 습관이나 성향, 상처 등은 상대방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방의 못된 점이 그 사람의 일부라고 생각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받아들임의 최고 장점은, 나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그 평화로 인해 관계가 개선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