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모두 인생에서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는 항목이 있을 것이다. 정말 막연하게 생각하고 꿈꾸는 그런 항목. 나는 그 항목이 뉴욕이었다. 수많은 영화 배경이 되었던, 빨갛고 화려한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관심도 없는 뮤지컬을 보고 싶었다. 뉴욕을 다녀오기만 해도 내 인생 반은 성공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나는 간절히 갈망해 왔다. 그 뉴욕 여행을 앞두고 있었던 나의 자잘한 일상들을 5개의 단편집처럼 적어보았다. 너무 사랑하는, 애정하는 순간들이기에 추운 겨울 함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01. 한국인에게 국물이란
2024년은 단언 국밥을 가장 많이 먹은 해로 꼽아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있는다고 해서 갑자기 최애 맛집이 브런치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지독한 한국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다 똑같은 양식 냄새에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온다. 거리를 걸으며 음식으로 설레는 도시는 한국 말고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미국 생활을 하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자부심 생겼달까. 물론 국밥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밥이 한몫을 하긴 한 것 같다.
아이다호 여행 이후에 지독한 감기에 걸려왔는데, 그 후로 국물을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겠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따뜻한이 아닌 뜨끈한. 순두부와 설렁탕 그리고 칼국수, 감기를 위한 최고의 처방약이었다. 그렇게 아픈 목을 뜨끈한 국물로 데워놓고, 아이스커피는 포기하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고집도 있어야 한다.
02.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새해
아이다호산 지독한 감기는 빨리 낫지도 않았다. 친구와 종종 미국 감기는 면역이 없어서 더 아픈 게 아닌지 종종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한국보다 더 지독한 감기거나 정말 면역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도 감기 때문에 이렇게 고생해 본 적이 없다. 친구들도 한국에선 감기에 걸려본 적 없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두들 감기에 걸려있었다. 무엇이 맞는 걸까.
이렇게 지독한 감기가 낫기도 전에, 1월 1일 불꽃놀이와 일출을 보기 위해 꾸역꾸역 친구들과 롱비치로 향했다. 라틴 음악이 미친 듯이 나오는 바에서 칵테일을 홀짝였다. 나는 술을 못 먹는 사람임을 이때 깨달았다. 분명 시간을 넉넉히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정각에 시작하는 불꽃축제에 늦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걷고, 뛰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가 급히 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다 미약하게 터지는 불꽃에 감흥이 없었지만 술기운과 함께 미친 듯이 뛰고, 헐떡이며 카메라를 들고 다급히 찍던 순간들이 좋았다. 급하게 자리 잡은 부둣가 근처 돌 위에 앉아 다들 '조심해'를 난발하며 미약한 불꽃축제를 즐겼다.
폭풍 전야 같았던 불꽃놀이를 즐기고 난 뒤, 해돋이를 보겠다며 새벽 늦게 말리부로 이동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걸린 채 미치도록 건조한 캘리포니아 겨울의 새벽을 차 안에서 보내겠다는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그렇게 힘든 밤이 될 줄 몰랐다. 건조함을 너무 우습게 봤던 탓에 모래알이 목을 타고 굴러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감각이 잊힐 즈음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쉽게도 날이 흐려서 해가 뜨는 광경은 보지 못했다. 서서히 아침이 밝았다. 웃기게도.
그 와중에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겠다고 흐린 말리부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옹기종기 모여 해가 뜨지 않는 광경을 쳐다보며 위안했던,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던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03. S의 쌀국수
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는 정말이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밍밍하고 느끼한 맛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새로 도전한 음식이 좋지 않았을 때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몇 번의 실패 경험으로 자연스레 맛있음이 보장된 안전한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내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것이라 생각했던 쌀국수를 미국에서 정말 많이 먹었다. 국밥 다음으로 많이 먹은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좋아했던 쌀국수집을 찾기 전까지 꽤나 다양한 쌀국수집을 돌아다녔다.
미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도했던 쌀국수이자, 쌀국수를 좋아하게 된 그날. 어떻게 먹는지 방법을 몰라 옆자리에 앉은 S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S는 R의 친구로, 일 때문에 잠깐 머무르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쌀국수를 좋아했으며, 어떻게 먹는지 나에게 참으로 다정하게 알려주었다.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나에게는 들릴만큼 다정하게 부르며 나긋하게 알려주는 그 다정함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 그날 쌀국수가 꽤나 맛있었으며, 다정하고 섬세한 그가 좋아졌다. 그가 떠날 땐 굉장히 슬펐다. 내가 받은 다정함들을 돌려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에 취해 눈물까지 흘렸는데, 다들 너는 왜 우냐며 웃곤 했다. 찰나의 순간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파악하긴 힘들겠지만, 마음을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04. 회의 그리고 칙필레
나의 첫 매니저는 굉장히 좋은 분이었다. 이방인이었던 우리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시고 많이 신경 써주셨던 분이셨다. 입사 초기, 우리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회의를 진행했는데, 어느 날 아침으로 칙필레를 사 오셨다. 토르티야 랩과 감자와 과일들. 맥도날드 모닝 메뉴처럼 칙필레에도 그런 게 있는가 보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회의를 진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때만 해도 팀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이 없던 나 또한 이런 순간이 흔치 않겠구나 느끼며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구나 본능적으로 느꼈다. 역시나 예상대로 종종 그 순간이 그리워진다. 우리를 위해 음식을 주문하고 받아 차에 싣고 오는 모든 과정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정함이 세상을, 나를 구한다.
05. 내 사랑, Getty Museum
LA에서 좋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장소를 꼽으라 한다면 손에 꼽히는 곳이다. 큰 사유지를 미술관으로 만들어서 굉장히 크다. 이렇게 큰 미술관이 무료라는 사실이 꽤나 충격이었다. 물론 주차비는 받지만.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말이 되지 않는다. 날씨가 좋다면 더욱 빛을 발휘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이다. 공간이 잘 구성되어 있어 피크닉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커피 맛은 그저 그렇지만 그 정도쯤이야 용서할 수 있다.
R은 회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알차게 모든 전시관을 둘러봤다고 한다. 나는 회화보다는 오브제와 사진전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관이 흥미롭지만은 않았다. 갤러리에 남아있는 사진 대부분이 사진전의 흔적인 것을 보면 말이다. 공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적당히 둘러보고 뛰쳐나와 분수에 앉아 멍을 때렸다. 자리를 옮겨 피크닉 장소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피크닉 장소는 조금의 경사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꼭 아이들이 신나게 굴러다니고 있다. 꺄르르 즐겁게도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굴러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용기 있게 굴러볼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한번 더 갔던 게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갔던 정말 좋아하는 장소.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나의 게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국 과거의 기억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