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맘때쯤 다녀온 첫 해외카지노 게임이자, 아이다호 카지노 게임.
아이다호를 생각하면 난 아직도 어제 같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여러 번 카지노 게임을 같이 가자는 제안을 거절했던 나로서, 나 또한 카지노 게임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는 꽤나 현실적인 문제로 돈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는 것은 그냥 내향인의 변명이었으며, 정말 문제는 돈이 없었다. SSN 발급 문제로 당장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끊을 돈이 없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에 가까워질수록, 내 통장 상황과 반대로 마음은 카지노 게임에 가까워졌다. '내 여건에 무슨 카지노 게임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머릿속에서 지우려 했으나 실은 무척 가고 싶었던 마음을 애써 외면하기 위한 변명이자 현실이었다. 과거 나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제안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마지막까지 나에게 물어봐주었다. 계속되는 따뜻한 물음들이 없었다면 나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남은 돈을 긁어모으고 결국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다녀왔다. 해외에 나와서까지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나 보다. 그동안 외면하던 마음과 시간들이 우습게도 모든 일은 아주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흔쾌히 알겠다며 지원해 준 마음과 계속해서 물어봐준 마음들 덕에 카지노 게임을 결정하고 비행기를 끊었다. 비행기 표를 끊던 순간이 생생하다.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결심한 후 비행기 가격이 더 올라가기 전에 빠르게 예매했다. 전과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비행기 가격이라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못 갈 수도 있었던 카지노 게임이라 그런지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결국 카지노 게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카지노 게임에 합류했다. 아무것도 모른 체 카지노 게임을 갔다. 내가 어디를 가는지 카지노 게임을 다녀온 후에도 헷갈렸으니 말이다. '거기 이름이 뭐더라?' 말을 꺼낼 때마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곤 했다. 그 순간들이 나는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잘 기억하지 못할 때마다 이제는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매 순간 알려주던 웃음들이 좋았다.
굉장히 추운 지역이라 껴 입을 수 있는 모든 옷과 장갑, 목도리 챙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챙겼다. 침대에 잔뜩 짐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는다. 이 순간을 영원히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설레는 마음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사진을 찍는다. 데리러 온 H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한쪽 문이 고장 나 안쪽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프리웨이를 달려 도착한 곳에서 다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다. 우리들의 첫인사가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멋쩍게 자기소개를 하고 어색한 존댓말을 사용했겠지. 공항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잠깐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나의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R과 K를 믿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좋은 사람이겠거니. 무작정 믿음을 가지고 카지노 게임에 올라탈 수 있다니, 행운이 아닌가.
잠깐씩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첫날 숙소에서 우리는 저녁을 먹은 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술을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이런 순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 후로 놀라운 속도로 친해졌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함께 챙겨주고 마음을 써주는 애틋한 순간들이 좋았다. 숙소 거실에 함께 앉아 노래를 듣고, 체스를 구경하고, 마트가 열지 않은 크리스마스에는 꽤나 애를 먹었지만 그마저도 카지노 게임이라는 탈을 쓰고 낭만이 된다.
아이다호 카지노 게임을 가지 않았더라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을 가지 않았더라도 나의 미국 생활은 어떻게든 잘 굴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즐거운 대화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 추억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감정들이 뒤엉켜 '괜찮아'라는 말이 나왔겠지.
+ 추신
24년 인생에서 '카지노 게임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아이다호는 6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카지노 게임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 한 곳에 다 담아내다 보면 길어지는 것 같아 짧게 함축해서 적는 순간이 싫어서 짧은 매거진으로 담아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