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혼자 떠나는 여행 01
마흔다섯 생일 기념으로 2박 3일 휴가를 받았다.
일정은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낮까지.
이게 뭐라고 떨리나 했더니 혼자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다. 세상에나.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그런 생각은 '왜 난 이렇게 시간을 줘도 잘 못 놀까?!' 또는 '거참, 바보 같네.' 따위로 이어지다가, '에이 다음에는 혼자 어디 가지 말아야지.'라는 이상한 결론을 낼 테니까.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대단한 걸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즐거운 것들은 대게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서.)
그게 바로 오늘이다. 이왕이면 해가 쨍한 날이면 좋을 것을... 날이 좋지 않다.
주말에는 계속 비가 온다고 하고,금요일인 오늘도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온도는 0도를 왔다 갔다 하는 데다가, 바람까지 분다. 춥다. 텍사스 겨울은 가끔은 이렇게 춥다. 그게 하필 오늘인 거고.
짐을 챙기면서 솔직히 귀찮았다.
이런 날씨에 집에서 잠이나 자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호텔은 끊었고, 환불도 되지 않는다. 오늘 떠나지 않으면 진짜 바보 취급받을 것 같다. 떠먹여 줘도 못 먹으니 이제부터는 그런 일은 없는 걸로- 가 될게 뻔하다. 그래, 가자. 가야 한다.
'떠나는 자체로 된 거야.'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맥도널드 투고해서 호텔에만 있어도 뭐 어때.'
귀찮은 마음을 누른 채, 주문을 여러 번 외운 후 출발했다.
고속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탄다.
매주 4번은 오가는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매번 아이들을 태우고 조급한 마음으로 달리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그러면서도늘 푼돈을 아낄 수 있는 샛길로 가야 할지, 돈을 내고 그대로 달릴지 고민하게 만들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2불도 하지 않는 돈이 아까워기어이 샛길로 빠지던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고속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탄 순간 고민했다.
매일 하던 그 고민을 오늘도 하고 있었다.
'아...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러지 말자.'
'고민하지 말고 유료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자.' 그렇게 나는 속도를 높였다.
구간마다 최소 0.45센트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그 구간을 하나, 둘, 셋... 일곱 개쯤 지난 것 같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하나 둘 지날 때마다짜릿했다. 웃음이 번졌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나 해방된 것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