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뻐지기 참 힘드네
작년 가을인가 팁까지 480불을 주고 '카지노 게임'라는 걸 했다.(카지노 게임 가격 400불에 팁 20%가 추가되었다.)
머리에 얇은 가닥을 잡아 수십 개의 브리지를 넣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회색빛으로 만드는 일이 그렇게나 비쌌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솜브레를 하면 새치가 자연스럽게 가려질 거라고들 했다!
그래도 하루 머리하는데 480불이라니. 마음의 갈등이 생겼다. 좀,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아니야, 하자! 만드는데 하루지 오래갈 거잖아.'
미국에 살았던 9년 동안 내가 미용실에 쓴 돈은 거의 없다. 내 기억으로는 한국에 갔던 두 번 파마를 했고, 미국에서도 파마 한 번을 카지노 게임. 이건 미국에서 미용실에 돈을 쓴 두 번째 일이자, 결혼 후 염색에 돈 쓴 건 17년만에 처음이다.
사실 미용실만이 아니다. 짜리 몽땅한 손톱에는 뭘 발라도 어색해서 네일숍도 다니지 않는다. 옷? 일 년에 두어 번 살까 말까인데, 그마저 비싼 걸 사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어서는 아니고,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그렇다.
사람들은 저마다 해야 하는 일들의 순위가 있을 거다. 나는 전업주부와 아이들에 관한 일들이 가장 순위가 높을 거고, 그 아래로 글쓰기, 책 읽기, 가끔 사람 만나기, 발론티어, 잠깐 낮잠 자기, 에어비앤비 관리하기, 휴식 등이 버티고 있다. 그 말인즉슨, 그걸 다하고 남는 시간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사는 행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근데 그런 시간은 잘 나지 않는다. 관심이 없으면 순위는 주구장창 밀리기 마련이니까.
카지노 게임를 하고 사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미용실을 나올 때까지는 마음에 들었다. 딱 그때까지만. 차에 탈 때부터 약간 '이게 맞나?' 생각이 든 건 내가 분명 묶고 다닐 거라고 했는데, 거울을 보고 머리를 한데 뭉쳐 쥐어보니 브리지가 한 가닥도 보이지 않았던 것. 480불짜리 브리지는 모두 숨어버렸다.
그래도 돈을 이렇게나 처발랐는데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야, 잘한 거야.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아이들은 할머니 같다며 나를 놀렸고(왜 돈 주고 할머니 머리를 했냐며....), 남편은 '잘했네!'라는 말을,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말했다. 손을 대지 않아 청정구역 같던 내 머리는, 단 한 번의 탈색(브리지를 위해서는 그런 걸 해야 한단다.)으로 중학교 시절 맥주에 머리를 감고 나타났던 내 친구의 머리가 비슷해졌다. 꽤 상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색은 또 어떤가. 햇빛을 보거나 뜨거운 물로 감으면 갈색으로 변한다며 방지를 위해 'pueple 샴푸'를 쓰라더니, 그걸 써도 일부가 갈색으로 변카지노 게임. 고르게도 아니고 일부가. 얼룩이 저 벼렸다.
다른 문제도 생겼다.
Purple 샴푸는 또 어찌나 독한지, 10분을 가만있다가 헹구라는데 3분만 지나도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으려면 힘을 줘야 할 정도로 개판이 됐다. 그러니 머리는 계속 더 상할 수밖에. 두피용 샴푸가 아니기에 일반 샴푸를 그 뒤에 또 하고, 상한 머리를 정상적으로 돌리려고 컨디셔너를 평소보다 두세 배는 써야 했다.
새치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편하게 살기 위해 한 건데 망카지노 게임.
그럼에도 나는 잘카지노 게임고 해주고 싶다.
뭐라도 한 그 자체로 칭찬하고 싶다.
나한테 돈 쓴 것, 이뻐지려고 시도한 것, 나를 더 신경 쓴 자체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뻐져 볼 계획이다.
원래 놀아본 놈이 잘 논다고하니, 못 놀아본 나는 아마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될거다.
그 시행착오에는 돈도 포함이겠지.
그래도 나는 해볼 계획이다.
이쁜 50대가 되기 위해서.
(살도 좀 빼고, 근육도 붙여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