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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암스테르담에 가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
"내가 아는 천재는 단 3인이다. 윈스턴 처칠. 아인슈타인. 그리고 클라라 카지노 쿠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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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클라라 카지노 쿠폰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났던 수학 과외선생님 덕분이었다.
아리따운 여자 선생님이 아니었다. 스포츠머리에 남산만 한 덩치의 무뚝뚝한 남자 선생님이셨다.
이분은 실어증까지 앓고 계신 분이었다.
과외선생님인데 말을 더듬는 것이다.
어머니는 오랜 지인의 아드님이라고 하셨다.
모친이 쓰러지셔서 그 일로 충격을 받아 실어증을 앓게 되었다는 것이다.
명문대는 아니었으나 과외 경력이 있어, 어머니는 지인을 돕는 셈 치고 나를 맡기신 것이다.
첫 수업 날 다이어리를 펼쳐 들고 후기 고사 일정과 과외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12월로 페이지를 넘기자
12월 5일 날짜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모차르트 서거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선생님은 반색하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크크 클레-시시익 조조 좋아 -하나-나바"
겨우 말한 것은 클래식을 좋아하느냐 였고, 난 그렇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과 나는 조금 가까워진 듯했다.
늘 수업시간엔 간단한 이야기를 조금 주고받고 수업을 시작했다.
스포츠나 다른 이야기도 많았지만, 음악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수학보다 음악에 더 조예가 깊은 듯했다.
신기하게도 한주가 가고 또 한주가 지나고, 한 달을 넘기며
선생님은 나와의 대화에서 훨씬 자연스럽고 빨리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더듬었지만 말이다.
마지막 수업 때 선생님은 내게 선물이라며 포장된 꾸러미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
바로 클라라 카지노 쿠폰의 LP음반이었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자장애 인이셨어, 그 그런데 여여 연주가 무무척 후후훌류웅 하지.."
고마웠다. 내 눈앞에 있었던 선생도 장애인이라면 장애인이신데...
한 사람의 아름다운 장애인을 한 명 더 알게 되었다.
클라라 카지노 쿠폰 (Clara Haskil, 1895-1960)
6세의 나이에 신동 소리를 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타고난 연주보다. 장애를 이겨낸 그녀의 인생역정이 더 주목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는 장애를 이겨내고 그렇지 못하고를 떠난 차원이었다.
난 사실 그녀를 잘 몰랐었고 지금도 그녀의 연주에 대해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 어떤 작은 소녀가 연주하는 것 같은데.
이 소녀가 인생 역정을 다 겪은 소녀인듯하다.
특히 그녀가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들을 때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아이들엔 겐 너무 쉽고 어른들에겐 너무 어려운 것이 모차르트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생님이 선물해 주셨던 클라라 카지노 쿠폰의 LP 전집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프랑스에 와서 다시 그녀의 음반을 듣게 되었다.
1956년 9월 7일 브장송 연주 실황이었다. 이번에는 모차르트가 들리지 않았다.
다른 어떤 곡보다 슈만의 소품이 좋았다. '어린이의 정경(kinderszenen)'
인생을 달관한 소녀 같았다는 내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의 카지노 쿠폰이흔들의자에 몸을 맡기고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나도 쉬게 해 주었다.
카지노 쿠폰에게 하스킬이
또 하스킬에게 카지노 쿠폰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까?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외로웠던 두 거장에게 똑같은 위안을 하늘에서 내랴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두 분이 함께 있는 시간이 그려지는 곡이다.
클라라 카지노 쿠폰이 연주한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6분부터 흘러나오는 Kinderszenen, Op. 15: Traümere (몽상, 공상) 은 꼭 놓치지 마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FVz2vffEKYM
PS
찰리 카지노 쿠폰 (Charlie Chaplin, 1889-1977)
카지노 쿠폰이 하스킬을 만나 곳은 브베였다.
모리스 라벨이 요양했던 몽트뢰의 옆동네다.
이제 말년의 카지노 쿠폰의 나이가 된 카지노 쿠폰의 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언제나 유쾌했다고 한다. 저녁식사는 무조건 18시였고 모든 가족이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고 한다.
무척이나 대가족이어서 그가 살았던 저택엔 기다란 하얀 탁자가 있었다.
손자들을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웃게 하던 거장은 어떤 상처가 있었기에 이곳에 머물렀었을까?
매카시 광품.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았던 동료들의 밀고 때문에 30여 년 망명 생활을 해야 했던 카지노 쿠폰에게
1972년 아카데미는 '공로상'을 수여한다.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무대에 등장한 카지노 쿠폰은 눈물을 흘렸다.
박수는 끊이지 않았고, 카지노 쿠폰은 말을 잇지 못했었다.
그것은 김규항의 표현대로 '할리우드가 매카시즘의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용서를 구하는 절차'였다.
그러나 거장의 상처는 쉽게 아물리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그의 곁에 머물렀던 클라라 카지노 쿠폰과 그저 손만 잡고 걸어도 의지가 되었으리라.
몽트뢰, 브베 그리고 레민 호수,
이곳은 유독 많은 상처 받은 영혼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로 다시 부활한 프레디 머큐리가 말년을 보낸 곳도 이곳이다.
그는 말했다고 한다. "쉬고 싶다면 몽트뢰로 오게"라고 말이다.
바다처럼 드넓은 수면이 펼쳐져있지만 호수는 풍랑이 불지 않는다
잠시 시간을 멈춘듯한 그렇게 많은 분란과 어수선함에서 피신할 수 있는
평화로운 진공상태로 들어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몽트뢰다.
평론가 김갑수 선생은 음악가들에 대해 예술가들에 대해 "인생을 지불하고 예술을 얻는 셈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옳은 지적이었다. 세상에 살기에 너무나 여리거나 연약한, 너무 많이 들리고 또 너무 많이 보였던 사람들, 그들이 무감각한 세상으로 받은 상처를 아무는 데는 스위스의 산맥이 모든 바람을 막아줄 것 같은 이곳이 가장 따스한 은신처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