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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Dec 24. 2024

열한 살, 전교 부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도전하다.

무엇을 배울 수 있었나 돌아봅니다.

놀아야 해서 학급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나 봉사 위원을 안 하겠다던 아이였는데 4학년 2학기가 되면서 달라졌다.확실히 부모보다는 또래에게 영향을 더 받는 사춘기 초입에 들어서면서 사회적인 시선과 인정에 눈을 뜬 듯하다.

부모로서 반가운 성장이다.

도전이 늘 성취로 이어지지는 못할 터, 앞으로 학교란 곳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크고 작은 실패를 자주 겪게 할 것이다. 그런데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실패를 나서서 경험하겠다고 하니 그토록 키우고 싶었던 '회복탄력성 높은 아이'가 될 기회였다.


벽보 및 피켓 만들기


학교에서 알려준 규격에 맞추기만 하면 업체에 맡겨도 무방했다. 추억 삼아 직접 만들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실력도, 여유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캔바를 나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다. 학교 업무 때문에 혼자 뚝딱거리던 작업이 횟수를 더할수록 제법 감각 있다는 칭찬도 듣던 참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선거 벽보를 감각적으로, 멋있게 할 생각보다는 캔바라는 도구를 가르쳐 주고 싶었다.

학교 방과 후 컴퓨터 수업으로 파워포인트를 배우며 재미있어하던 아이다. 템플릿을 고르고 색을 바꾸고 글씨를 키우고 사진을 넣고 배경을 지우는 일련의 작업들을 해 보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벽보는 캔바를 활용했지만, 피켓은 동네 맘카페를 검색해 업체에 부탁했다. 하나에 2만 5천 원이란 가격을 듣고 잠깐 망설였으나 캔바로 만든 벽보를 인쇄하는 것까지 맡기기로 했다.


선거 공약 정하기


초등 선거에서도 공약은 중요하다. 학생들의 니즈를 반영하면서 실현 가능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공약을 만들기 마련이다. 열한 살이의 경우 일 년에 한 번인 스포츠리그를 한 학기에 한 번, 일 년에 두 번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남학생들에게 통할 지 모르지만, 여학생들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은?

당선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공약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약속이어야 하기에 보완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 퀴즈 대회를 열고 상품을 빵빵하게 준비하겠다는 공약을 추가했다.

퀴즈는 곧 두뇌로 하는 스포츠니까.


연설 연습하기


후보가 무려 17명이었다. 누가 되든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온라인 카지노 게임는'난 놈'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뽑은 번호는 9번, 마음을 비우되 최선을 다해 기호를 각인시키는 전략을 짰다. 선거가 처음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자신의 얼굴과 공약,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1분이란 시간이 예상외로 짧다는 사실을 안 순간 기호 강조 전략에 적극 동의했다.

여러분, 연설 듣느라 많이 지루하시죠?
제가 9를 딱 아홉 번만 써서 공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7명의 연설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피곤함을 공감하는 인사말로 시작한 뒤,

9를 아홉 번만 활용해 연설을 끝내겠다는 말하기 전략을 앞세웠다. '축구, 야구, 피구 좋아하십니까?' 질문하고, '여러분, 이렇게 말씀드리는 제 기호가 몇 번이라고요? 네 9번입니다. 앗. 제가 또 한 번의 9를 썼네요'식의 능청을 넣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아이들이 웃게 하는 전략을 썼다. 인생에 중요한 건 유머지, 암, 우리는 해학의 민족이니까.

구맙습니다!


읽기 아니고 말하기


"선생님이 연설문 보고 해도 된댔어요"

당연히 보고 해도 된다. 그러나 준비한 대본을 보는(읽는) 사람과 대본을 외워서 청중과 시선을 마주치는 사람 중 누가 신뢰감을 줄까? 마침 아빠의 핸드폰에 고등학생 형과 누나들이 발표 수업을 한 동영상이 있었다. 선생님보다 더 선생님처럼 능수능란하게 발표하는 사람들은 역시, 다 외웠다. 몇 분짜리 발표든 외우는 게 기본이다. 70초짜리 연설문은 외우는 게 당연지사다.

외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시간 내에 연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표현들에 신경 쓰는 일이다.(9를 외칠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로 했다)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 연설 대본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했고, 틈만 나면 중얼거렸다. 연설 리허설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본을 보고 하더라며, 외우길 잘했다고 먼저 말하는 아이를 보며 또 한 가지 배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결과는?


선거는 금요일, 발표는 월요일이었다. 되면 어쩌지 와 안되면 어쩌지를 오가며 설레고 긴장되는 주말을 보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엄마가 많이 도와줬는데 안되면 미안할 것 같다'라고 말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엄마는 네 덕분에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해주었다. 평소라면 가르쳐줄 수 없었던 기술과 태도를 가르쳐주기도 했으니까.

사실 진짜 가르쳐주고 싶은 삶의 태도는, 떨어져야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선 발표 전, 바로 지금이 타이밍.

만약에 네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너를 뽑은 친구들이 있겠지?
너를 믿고 지지해 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지.
네가 임원이든 아니든, 학교 생활 성실하게 하면서 네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도와주고 봉사하기야. 무슨 말인지 이해 돼?


아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다. 그러면 됐다. 떨어지든, 당선되든.

그리고 월요일에 학교종이 앱으로 전교임원 선거결과가 올라왔다.

학생자치회 부온라인 카지노 게임 4-4 최 00


축하하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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