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선정 및 투고
떠오르는곳이단한곳도없었다. 그동안책만읽었지, 출판사이름엔눈길을준적이없었다. 그나마머릿속에남은건학창시절교과서와문제집출판사뿐이었다. 교학사, 지학사, 동아, 천재. 아무리그래도여긴아닌것같았다. 심각했다. 맞는출판사를잘만나야한다던데아는곳이없으니장님과같았다. 퍼뜩취준생시절이떠올랐다. 급한마음에채용공고가뜨면묻지도따지지도않고원서를넣었다. 지푸라기하나라도손에걸리길바라는심정으로. 귀한첫출간을위한출판사는그렇게고르고싶지않았다. 할수있는모든정성을다하고싶었다.
여기저기서주워들어보니국내에출판사는2천여개, 혹은그이상이라고했다. 이번에도취업할때가생각났다. 회사가그렇게많다더니내가들어갈곳은다숨어있었다. 결국될때까지지원하느라수십곳에도전했었다. 책을내려는시도는도대체얼마나걸리려나싶어불안했다. 출판사를선정하려고들여다본첫소감은‘많다'였다. 정말많이많았다. 그동안이렇게많은걸모르고살수있었나싶은정도로많았다. 돈이오고가는판이라면격동을피할수없듯이출판시장도다르지않았다. 뜨고지는해가있었으며, 전통의강자와자신만의길을가는자가있었다. 초보작가지망생에겐새로운세계를알아가는시간과품이알맞게필요했다. 어디가면'원고투고용출판사리스트'를돈주고살수있다고했다. 다른것도아니고내가쓴글을보내며인연을맺고자하는곳을직접알아보지도않고쉽게날로먹고싶지않았다. 날로먹으려하면날려먹기쉽다는걸살아온경험으로충분히알고있었다.
서점에서 투고할원고에맞는영역의책을둘러보며 출판사정보를수집하는방법이있었다. 한국에없으니깔끔하게포기할 수 있어차라리편했다. 얻을수있는정보의출처는인터넷만남았다. 먼저온라인서점에서관련분야책을펴낸출판사이름부터추렸다. 현재가지고있는책의출판사도넣고, 추천받은출판사도넣었다. 모은출판사를엑셀에늘어놓고빈칸을채워나갔다. 주로어느분야책을펴내는지, 주요작가가누군지, 최근낸책이무엇이고언제인지, 홍보채널운영은어떻게하는지등. 홈페이지와운영SNS를둘러보면서어울리는출판사찾아갔다. 온세상이연결된시대라서한출판사를찾다보면관련출판사둘이튀어나왔다. 어느새출판사리스트는처음의두배가넘어있었다.
출판사의성격을파악하면서투고할곳과하지않을곳을정했다. 대략반반으로나뉘었다. 제외한곳은출간영역과색깔이내글과달랐다. 시와수필전문, 경제경영전문처럼빼야할곳은 빼고투고하기로했다. 가끔출판사의생각과방향이마음에들어서영역이애매하지만포함하기도했다. 반대쪽에서도나를보며매력을느끼지않을까기대해보며. 혹시모를기적의인연을바라면서.
간단하게썼지만손이많이가고시간이꽤필요했다. 원고쓰는기간보다더길었다고살짝부풀리면감이오려나. 나처럼출판계에대한개념과지식이전혀없던사람은더욱그럴것이다. 어렵지만직접정보를모아보면어느순간머릿속에윤곽이잡힌다. 품을들인만큼더욱명확하게. 모두한번쯤살면서경험하는그 순간처럼. 감을잡는다는건그냥날로먹을수없다.
목표가정해졌다. 준비된원고와출간기획서를보낼차례다. 이메일주소를입력하고나니휑하게비어있는제목과본문이보였다. 글 뭉치를담아 보내려는봉투에하얗게남겨진빈칸이강하게압박했다. 어쩐지이곳에서승부가나고말거라고직감했다. 대충'투고했으니잘살펴봐주시오~'라고던지면바로휴지통으로직행할게뻔했다. 회사에서중요한업무요청이메일을여러번고쳐가며썼을때를기억했다. 결국엔일이야기지만적절하게긴장을조절하며끝까지읽고싶게끔만들어야하는섬세한작업을상기시켰다. 심호흡한뒤원고투고이메일로돌아와서집중했다. 목적은구애였지만연애편지가아니라서다짜고짜사랑한다고하긴머쓱했다. 제목에목적을정확히담았다. 본문에서는여러번마음이오갔다. 처음엔원고와출간기획서를요약하려다말았다. 짧고임팩트있게쓸자신이없었으며괜히늘어지긴싫었다. 고민끝에책을내고자하는마음을담았다. 원고를읽을사람에게하고싶은말을적었다. 통하면읽어줄거라고믿으며.
이제 발송 버튼을 누를 순간이다. 누군가는 보내는 시간을 월요일 오전 출근 시간에 맞춰서 예약 발송하라고 했다. 또 어떤 기사를 보니 월요일 오전에 쏟아지는 투고로 힘들어하는 출판사 사정도 보였다. 이럴 땐 마음대로 하는 거다. 어차피 내게 자유로운 시간은 정해져 있다. 새벽 아니면 아들이 학교에 있을 때. 꾸밈 가득하고 억지스러운 예약 발송 따윈 제치고 가능할 때 실시간으로 보냈다. 그런 방법은 없지만, 괜히 클릭 한 번 한 번에 정성을 담으려 애썼다.
보내기 전부터 떨리고 보내는 중에는 더 떨린다. 보내고 나서는 안절부절 제정신이 아니다. ‘이건 취업과 똑같은 거야. 10승 100승 다 필요 없고 1승만 하면 되는 거야!’ 혼자 주문을 되뇌며 곧 무너질 멘탈을 미리부터 붙잡아보려 갖은 몸부림을 쳤다. 얼마 되지 않아 조용하던 핸드폰으로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 어디선가 답장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