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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Jan 31. 2023

카지노 게임 빠지지 말아라 - 1

카지노 게임해양경찰서(1998. 3월 어느 날)

부평 경찰종합학교의 후반기 교육 성적순에 따라 원하는 지역으로 발령받을 수 있다는 말을 교관님들(경위, 경감 등의 직급으로 해양경찰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여러 내용을 분야별로 교육함)을 통해 들었다. 100명이 안 되는 동기들 모두 제각기 가고 싶은 지역이 있어서 대부분 열심히 공부했다. 반면 그곳에서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공부보다는 놀기에 바빴던 동기들도 있었다.


난 강원도와 제주도 둘 중 한 곳에 배치받고 싶었다. 태어난 이후 20년 동안 계속해서 광주광역시에만 살아와 다른 지역의 모습을 알고 싶었다. 제주도에선 봄에 피는 유채꽃이 보기 좋았다는 말을 고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들었는데 과연 그럴까? 동해 카지노 게임는 정말 맑디 맑을까? 거긴 감자, 옥수수가 맛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두 지역 중 어디를 고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엔 제주도를 선택했다. 집과 가까운 발령지인 여수와 목포 중 한 곳을 고를 수 있었지만(아마 그쪽을 지원했으면 충분히 갈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안 가본 곳이 더 궁금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1등을 해 원하는 제주도로 발령받으려고 무식하게 교육받은 내용을 달달 외웠다. 교육수료 성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아마도 괜찮은 성적을 받아 제주로 발령받은 것 같았다.


경찰종합학교에서 2달 가까이 후반기 교육을 받은 1998년 2월 말 토요일, 자대배치를 받는 날이었다. 이제 경찰종합학교는 안녕!! 우린 학교 운동장에 모여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인천, 여수, 목포, 동해, 카지노 게임, 포항, 태안, 부산 등 각 지역별로 전투경찰을 담당하는 직원(이하 복무담당자)들이 우리를 데리러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단상에서 지역별로 뽑힌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면 따로 모여 이동한다고 했다. 동기들 모두 140cm 남짓의 더플백(일명 더블백으로 2~30년 전 군인들이 쓰던 온갖 짐을 넣는 가방)에 방한복, 스키파카 등 지급받은 보급품을 모두 구겨 넣고 내 이름이 언제 불리나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도에 가게 된 동기는 나 포함 5명으로 상배, 성우, 나머지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이름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그새 잊어버렸나 보다, 하긴 제대한 지 20년도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카지노 게임더플백(내가 메었던 것과 가장 비슷함) : 네이버


부평에서 카지노 게임도로 이동하는 것은 도보와 지하철, 비행기의 순으로 이뤄졌다. 우릴 인솔했던 복무 담당자(당시 순경으로 30대 초반의 나이였음) 무뚝뚝하게 우릴 둘러보더니 “따라와” 한 마디를 외치고는 성큼성큼 앞에서 걸어가 버렸다. 그분의 뒷모습이 마치 “제대로 뒤따라오지 않으면 너희 모두 탈영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다못해 어떤 순서로 이동할 거라는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아무런 말없이 성큼성큼 가버리는 그를 뒤쫓아 가느라 우리는 힘이 들었다. 길은 낯설지, 어디로 어떻게 가는 줄은 모르지, 당시 내 심정은 다섯 살 아이가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 종종걸음으로 뒤따라 가는 것과 같았다. 더구나 20kg이 넘는 더플백을 한쪽 어깨에 멘 우리에 비해 아무 짐 없이 홀가분한 복무 담당자의 빠른 걸음걸이를 따라가려니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고 땀은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까지 조용히 움직였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말없는 복무 담당자에게 발권된 표를 받아 비행기를 탔다. 카지노 게임로 가는 동안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카지노 게임는 파도가 잔뜩 치는 성난 모습이었다. 마치 앞으로 내게 닥칠 험난한 군생활을 미리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점심도 거른 채 그날 오후 3시경에야 카지노 게임해양경찰서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30명 남짓한 선임들이 있는 장소에 덩그러니 놓인 나를 포함한 동기 5명은 독수리 둥지 안에 놓인 먹이의 신세였다. 선임들이 원하는 대로 점호 이후에 장기자랑을 준비하랴, 선임들의 이름을 외우랴, 큰 목소리로 관등성명을 대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 1년 선임이 기율교육대(군대로 치면 영창, 그 선임은 주말에 외박을 나갔는데 제주에서 집인 여수로 휴가증 없이 가버림, 외박 시간이 지났으나 악천후로 인해 복귀하지 못함, 처벌로 2주간 기율교육대에서 교육받고 옴)를 갔다 오는 바람에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조금만 잘못해도 매타작이 시작되었다. 전투경찰은 많이 맞는다던 그 말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었다. 나와 동기들이 배속될 경비함이 모두 출동 중이어서 그 배들이 출동을 마치고 제주항에 입항할 때까지 경찰서 내무실에서 1주일 정도 대기 중인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병 8호봉(상병 계급으로 진급한 지 8달째인 선임, 1달 안에 마지막 계급인 수경으로 진급 예정, 이제 막 이경 계급인 내게는 어마어마한 선임,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됨, 군생활이 18개월인 지금 계급과는 다릅니다)이 선심 쓰듯 담배를 피우게 하며 말했다.

선임 : 야, 너희들 아무리 힘들어도 카지노 게임에 빠지진 말아라.

우리들 :(어리둥절해하며 눈만 커짐) 네, 알겠습니다.

선임 :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모를 거다. 그래도 살려고 여기 왔으니 카지노 게임에 뛰어들어 죽지 말란 말이다, 새끼들아, 알겠냐?

우리들 : (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좋아서 입대한 건 아니지만 카지노 게임에 뛰어들다니,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일을 왜 얘기하는 걸까? “난 꼭 건강히 전역할 거야, 절대 카지노 게임에 뛰어들 일 없다.” 담배를 피우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난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하지만 그로부터 석 달쯤 지난 어느 저녁, 육지와 멀리 떨어진 카지노 게임 위에서 난 왜 선임이 카지노 게임에 빠지지 말라고 말했는지 절실히 이해하게 되었다.(이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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